부기맨 - '부기맨'은 우리의 공포를 먹고 산다

영화감상평

부기맨 - '부기맨'은 우리의 공포를 먹고 산다

G 김명호 11 11620 86

부기맨이란 녀석은 미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서양귀신이다. 어렸을 때 부터 개인방을 쓰는 아메리카 보이들에게 컴컴한 방 옷장 속은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공포의 그것이었고 이러한 공포가 부기맨이라는 녀석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코딱지 만한 우리나라로 미국의 절반을 살 수 있다는 이 땅값 비싼 나라에서 자기방은 커녕 형제 혹은 모든 식구가 한 방에서 알콩달콩땅콩 지내야 했던 우리에겐 오히려 부기맨이랑 손만 잡고 자도 좋으니 내 방 한번 가져봤으면 좋겠다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존재론적 사유 만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면 당 영화는 하얀 소복에 긴머리 풀어헤친 처자귀신이 등장하지 않아서 우리에겐 하나도 안무섭다는 소린가?! 아니다. 그럼 링이나 주온은 미국애들이 일본과 같은 문화권이라 무서웠겠냐. 이 영화의 비주얼이나 음향, 시나리오에서는 옥시크린으로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공포는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이 영화의 공포는 다른 존재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만원도 안하는 영화티켓에 우린 굉장히 민감하다. 술 마실 때는 2,3만원 우습게 쓰면서도 이상하게 영화는 미리미리 여러매체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여 심적, 물적 확신이 들었을 때 비로소 조심스레 티켓을 구입한다. 하지만 이런 철저한 사전조사에서도 걸러지지 않는 영화들이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다가 상영 30분이 지나며 비로소 스크린에서 스물스물 기어나와 목덜미를 조여드는 쉣무비와 조우할 때 우린 진정한 공포와 맞딱드리게 된다. 어두운 방 옷장 안에서 아이들의 공포를 먹고사는 부기맨과 어두운 극장 스크린 안에 웅크리고 앉아 우리의 공포를 먹고사는 쉣무비. 결국 이 부기맨과 쉣무비는 우리의 공포를 먹고 산다는 점에서 같은 존재다.

그래서 어두운 극장 안에서 우리의 공포를 먹고있는 당 영화 '부기맨'은 영화 자체가 공포이자 부기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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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Comments
G 뿡뿡이  
  ㅎㅎㅎ 재밌네요 동감입니다~
G 김영호  
  글을 재미있게 쓰시네요 ^^
G 류영창  
  ㅋㅋ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G 씨네뽕  
  ^^쏙쏙 들어오게 글씨를 써주셨네용 잼있께 읽고 갑니다
G 염승현  
  저도 재밌게 읽고가요 ^^
G 서태일  
  부기맨은 우리나라 "망태할아버지"와 동급인듯 합니다. 우리 애도 망태할아버지 얘기만 하면 겁먹고 말을 잘듣곤 한답니다. 영화의 주인공 아버지도 부기맨으로 아들에게 공포를 주었던것이 상상고 공포를 에너지로 부기맨이 만들어진것 아님니까? 영화는 개인적으로 완전 꽝이라구 생각합니다.
G nlucifer  
  재밌게 읽었습니다~
G 이세진  
  잼나게 읽었습니당..
G 권병규  
  영화보다 이글이 훨 재미있네요....ㅎㅎ
G 쭈니  
재미있네요  ^^
G 이상복  
호기심 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