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스포 있을리 없는 순수감상문

영화감상평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스포 있을리 없는 순수감상문

1 흰곰 5 25432 3

지금처럼 종일반친구 컴퓨터도 비디오도 없고


하다못해 만지작거릴 핸드폰 하나 없었던 나의 어린 시절은


분명 지금의 아이들이라면 답답하다 못해 끔찍해야 할 그런 시대임에 틀림이 없다.


한참 지나서야 저 상류사회의 목욕탕 집 아들이나 가졌다는


워드 치기도 부담스러운 8비트(바이트), 16비트 컴퓨터가 나왔으니


젠장 지금 닌텐도 수준의 게임을 할라치면 국가 정보부 컴퓨터가 동원되어야 할 판이었다.


미디어도 그 사정은 똑같아서 주말 저녁 전국을 뒤 흔들었던 "전설의 고향"


처녀귀신의 입가에 흐르던 공포감 조성용 선혈낭자 붉은 피도


민망할 만큼 간결하고 검소한 짙은 회색이었으니


그 시절 그 순진한 공포와 흑백의 서스펜스를


처절한 하드고어로 인식하며 이불 속에서 열광한 오타구 순진한 시청자들이란


지금 되돌아보면 그 프로만큼이나 오래된 전설과도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사지절단 나고 분수처럼 피 좀 튀어야 쫌 실감나게 찍었네~ 고개 끄덕이는 요즘 애들에게


그 시기의 '엔터테인'에 대한 내 수준의 애정을 바라는 것은 확실히 무리일 것이다.


마치 멋진 수염과 육중한 갑옷을 입고 점심시간 수다 떨며 돈까스 쓸어대는


사극전문 배우에게서 그 옛날 장군의 위엄과 고뇌를 느끼기 힘들 듯 말이다.


당연히 해 맑은 요즘 세대는 때 지난 유행처럼


그 시절을 스머프 반바지 수준으로 고이 접어 평가 할 테지만


노래방에서 선곡만 땀 뻘뻘 흘리며 30분 걸리는 이 아저씨 마음속은


늘상 그때를 향해 가슴 터지도록 뛰고 있다.


연어가 제 태어난 곳으로 어김없이 가는 것처럼...


그래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때가 나의 어린 시절이었고 내가 그 시절의 아이였으므로...


아~ 마음은 이토록 그 옛날로 달려가는데 내가 딛고 있는 자리는 머나먼 지금.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고 해 아래 모든 것이 사정없이 흘러가는 모퉁이에


마냥 애일 것 같은 눈치 없는 심정만이 가야할 때를 모른 채 홀로남아 자리 틀고 앉아있다.


현실 감각을 애써 감추며 뻣대고 드러누워 있지만


그 누가 가는 세월을 막아서고 인생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을까?


누가 지긋하게 그윽하게 깊어가는 인생의 시계를 다시 맞출 수 있을까?


40대의 형님과 누나들이 한창 때의 팔팔한 영맨으로 보이는 기적의 개념상실시기에 와서는,


이미자, 패티김의 노래를 즐겨 부르는 어른들이 이해되지 않아


어이없이 흘려보던 철없는 눈초리를


이젠 내가 뒤통수로 하염없이 느끼며 철 지난 유재하,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나름 아래위로 넓게 아우르는 문화 포용력이 있다 자부했는데,


'크라잉 넛'의 '말 달리자'를 끝으로 내 '영(young)~한' 객기는 저 멀리 말 달려가고


나 또한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서 줄기차게 듣던


"깊은 맛이 없다"는 류마티스성 비평의 멘트를 남발하며 힘없이 7080세대로 묻혀버렸다.


그리곤 이내 90세대에게도 밀려 원로의 자리인 아랫목까지 올라가니


좀 있으면 땅 파고 드러누워야 할 것 같은 까마귀스러운 불길한 예감까지 든다.


이런 제길, 십장생...사발면...


요로콤 개나리성 멘트를 서슴지 않고 날려보지만


그게 뭔 소용 있겠는가?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던 인생만큼이나 영양가 없는 허사 일뿐...


소싯적 개폼 잡던 지존무상 버리고 인생무상을 벗 삼아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


인생의 반환점을 막 돌고 있는 요즘


되돌아가는 그 길이 얼마나 허망할지 대책 없이 헤아려본다.


열 번을 계산해도 열 번 다 다른 수가 튀어나오는


판도라의 상자 같은 환상의 셈 실력으로...


주위 운전자의 간담을 서늘케 하던 직진주행 초보운전 딱지는 가까스로 띠었지만


초보아빠, 초보남편, 초보인생......


이놈의 초보 천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초보운전 실력 백미러 보기처럼 내 살아 온 길 되돌아보기 무지 겁나고


앞으로 살 길은 험난한 태풍주의보에 쓰나미급 재난이다.


이렇게 살아가단 분명 종국에 가서는 눈물도 마를 정도로 허망할 것 같은데...


2003년 태풍 '매미'가 만들었던 홍수에 맥없이 쓸려가는 처량한 돼지처럼


"인생 뭐 있어?"하며 그냥 그렇게 묻어가야 하는 걸까?


정말로


나이 들면 들수록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정체모를 무력감으로 살아가다


결국 죽음이 만들어 주는 젠장맞을 허망함으로 인생 마감해야 하는 건지…


복잡하고 분주한 현대인에게 치명적인 고요의 시간과 만날 때면


어색함과 더불어 요런 어지러운 상념의 편린들이 폭포수마냥 눈앞으로 쏟아진다.


 

 



"아~ 산다는 게 이런 것인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이런 내 혼란스런 마음과 사이좋게 '삶'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멋모르는 인생이 만드는 '허망함'.


알 만 한 인생이 가지는는 '무력함'.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죽음'...


 


웰 메이드 스릴러 영화에 쉽지 않은 철학적 물음까지 섞어 놓은 코엔형제의 솜씨에


괜시리 친해지고 싶기까지 마음 울컥한다.


물론 만날 수도 없고 만난다 하더라도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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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davids  
보는 내내 킬러의 포스에 눌려 긴장하고 보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덕분에 생각하게 되는 글이로군요. - 아직 느끼기엔 이를지도 모르겠군요
단지 식상하지 않아 좋다라고 하기엔 뭔가 모자랐는데 아마도 이런 느낌들이 묻어 나와서 그랬던 거겠지요.
1 막되무스  
연배가 나와 비슷한것 같구료
인생얘기가 스크롤압박을 무시할만큼 동질감이 느껴지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많은 이들이
"새로운 영화다" "너무나 재미있다"등등 호평들이 많지만
무식한 나에겐 설명해줘야 이해 할 수 있쓸 만큼 너무 어려운 영화였다오
물론 영화볼때에 설명해주는 이가 없어서
자막없이 영화를 본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
1  
노인을 위한 나라는없다보다  더 철학적이고 영화적인 생각에 존경심을느낌니다
 영화가 줄수있는 가장위대함은 즐거움과 이처럼 많은 생각을 할수있게해주는것이아닌가하는
  마치 토미리존스 의 얼굴처럼 많은 느낌이 느껴지네요 ..........
1 nameltneG  
요즘 들어 주로 텍사스 어르신(아니면 꽤 미국적(이었던) 어르신) 역할을 자주 하는 토미 리 존스입니다만, 미국만세 하기보다 역설적으로 미국과 노인의 처지를 풍자하고 있더군요.
3 LaRRyFlyNT  
추천 한 방 !! 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