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노래나 부르라고?" 딕시 칙스: 셧 업 앤 씽

영화감상평

"닥치고 노래나 부르라고?" 딕시 칙스: 셧 업 앤 씽

1 흰곰 8 6583 1

어렸을 적


동네에서 까칠하기로 그 명성이 자자하셨던 나의 아버지께서


아무 잘못 없는 데도 정말 실수한 것 없느냐고 몇 번이고 되물어 보실 때면


적어도 그 일에서만큼은 순결했던 내 모습은 얼른 제쳐두고


깡패 만난 코흘리개 아이처럼 없는 주머니 어떻게든 싹싹 털어


먼지같이 가벼운 잘못이라도 내밀곤 했었다.


인정해야만 할 것 같은 아버지의 날카로운 눈초리와


재촉하는 말투에서 나오는 분위기에 압도되어서이다.


 


강성이 아닌 내 성향 탓에 그러기도 했겠지만


사실 그런 양 같은 심리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대답한 내용을 되물어 보는 수법이


인간의 보편적 심리를 이용한 대질수사의 기본 스킬이 되시니 말이다.


더구나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면 그 심정 오죽할까?


한 사람에게 욕 먹어도 하루 종일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며 가슴을 뒤흔드는데


잘못하면 수많은 사람에게 집중포화를 맞는 그들이라고 그런 마음을 없겠는가??


모두가 예라고 하는 상황에 혼자만 아니라 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딕시 칙스: 셧 업 앤 씽(shut up & sing)”


“닥치고 노래나 하세요~”다소 친절한 금자씨스러운 부제를 가진 이 영화는


가볍게 건넨 말 한마디 때문에 정상에서 맨땅으로 시속200km 곤두박질친


여성3인조 컨트리 밴드 딕시 칙스의 5년간의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슈퍼볼 게임에서 애국가를 부를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던 이 국민 밴드가


국민 마녀가 되기까지 지대하고도 결정적 어시스트를 한


“우린 평화를 원하고 전쟁을 반대합니다.”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 주 출신인 것이 부끄럽습니다.”


이 말은 월남전에 참전한 병사를 위한 노래“Traveling Soldier”를 부른 후


자연스레 흘러나온 보컬 리더 나탈리의 솔직한 의견일 뿐이었다.


 


하.지.만


늘 하던 불장난, 기름 이리저리 튀는 유전 터졌을 때 한다고


그시기가 마침 9.11 테러 후


극에 달한 반 중동 정서를 총알 삼아


없는 패 만들어 가며 이라크 침공을 감행하려 했던 타짜 히든 타임 때였으니


우리의 타짜, 부시의 지지율이 그 코만큼 솟은 형국


엎친 데 덮치고 깐 데 또 까는 산 넘어 마운틴의 난세였다.


 


평소에는 그냥 묻힐 그 발언


적금통장 식 계산이 아닌 러시앤 개씨 식 무대포 사채이자율을 적용하여


눈덩이마냥 커져가니 일파만파 분노한 온 국민 조폭화 되어


스트레스해소 성 발언 “셧 업 앤 씽(shut up & sing)”을 남발하다 못해


갓 나온 그들의 따끈따끈한 앨범 한 번 더 바삭하게 불태우시기까지 한다.


컨트리 뮤직의 비닐 하우스, 소위 온상이 되었던 라디오 방송국들은


보수파의 큰소리에 눈 한번 깜빡이지 못하고 무릎 꿇으니


바짝 구워진 그 앨범 고이 접어 버린 채 그대로 말문 닫는 묵비권 행사를 일관하고


원금의 3~400%를 상환 받은 것도 모자라 일부 무 개념 극렬시민은


장기매매 권유단계를 사뿐히 건너뛰고 바로 살해 협박하시니


자 이쯤 됐을 때, 그 옛날 S.E.S 언니들이라면 어찌했을까?


 


“We should be We”


“그 입 다물라~”는 항의에 대한 공식성명을 준비하는 자리에서


사견이었을 뿐이라고 모든 책임을 지려는 리더 멜라니의


“서두를 우리는…이 아닌 저는..으로 시작하자”는 의견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호히 끊으며 낚아채는 매니저


“We should be We”’우리라고 해야 해’


논픽션이 아닌 픽션에서는 듣기 힘든 그 말을 듣고야 말다니…….


그들은 기어코 하나가 되어 소나기처럼 퍼붓는 온갖 비난을 다 감수하고야 만다.


그리고는


하루 이틀도 아닌 몇 년의 시간 동안, 아이를 낳고 기르는 그 세월에도


변함없이 하나가 되어 누구도 원치 않는 그들의 음악을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


 




결국…….


본인들이 아니면 얼마나 아팠을지 모르는 고통의 4년을 보낸 후


덮여진 하얀 눈이 녹아 그 더러운 몰골을 드러낸 흙탕길처럼


모든 거짓이 만 천하에 들어 난 2007년,


문제의 진원지였던 런던의 같은 장소에서 그 망발을 똑같이 되풀이 하니


빗발치던 욕설과 비난 간데없고 오직 찬사와 박수갈채뿐……..


 


그 끝은 해피엔딩성 어퍼컷…..복수 제대로 하신다.


 


얼마나 통쾌하던지……


 


미국 민주주의의 추악한 단면이라고 거창하게 단정짓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미국인의 냄비근성 좀 보라고 고소해 하며 몰아 부치고 싶지도 않다.


허물 많은 나 또한 그리 영양가 있는 말만하고 살지 않았고, 살면서도


이쪽 저쪽 냄비라면 끓여대며 진실하고 강직한 이 거품 물게 할 수 도 있었을 테니.


 


100%의 진실을 볼 수 없는 ‘나’이고,


안보고도 알 수 있는 냉철한 이성 없는 ‘나’인데


그 누구를 판단하며 누구를 씹을 텐가?


목소리 큰 놈 이긴다며 저마다 소리치는 이 사회에서 맞받아쳐 고함 지르다 보면


내가 걷는 길 또한 바르지 못한 어지러운 진흙 길 되니


귀가 두 개고 입이 하나인 이치처럼


비율제로 두 번 듣고 한 번 말해야 될 것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그때그때의 가치판단이 바뀌는 상황윤리가 대세인 지금.


모든 것이 빠르기만 하여 말까지 가치관까지 따라 뛰는 이 카트라이더 레이싱 시대에


그들이 보여준 강직함과 우정은


버려진 꽁초들 사이에 자태 드러낸 만 원짜리 지폐처럼 눈부시게 아름답기만하다.


책임감으로 부담감으로 힘겨워 하는 멜라니를 보고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최고의 시간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눈물의 그 고백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닥치고 노래나 부르라고?


 


차라리 내가 부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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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흰곰  
워드에다 쓰고 붙여넣기 하는데 이렇게 넓찍하게....ㅠㅠ
답이 없네요
1 께봉이삼촌  
리뉴얼 후 엔터를 친 부분은 나중에 실제로 보면 한 두 줄씩 더 생기더군요. 어떻게 다시 바로 잡아보려고 해도 잘 안되고.  대충 봐서는 한 줄 정도씩 띄어서 내용을 쓰신 것 같은데 그거이 이렇게 여러줄 팍팍 띄어서 보는 사람 골리려 일부러 그런 것처럼... 요즘 씨네스트에 글을 안 써본 분들은 오해하실 수도 있을 듯 하게 보이는군요.

암튼, 아직 보지 못한 영화지만 역시나 흰곰님의 글은 그 자체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1 고운모래  
오... 역시 백인 아이콘이 아무에게나 붙는 것은 아니군요? ^^

좀 생뚱맞기는 하지만, 자게에 "흑인이라면?" 올려놨으니 심심할 때 한번 보셔요.
1 흰곰  
오홋..깨봉이삼촌님과 고운모래님이 동시에 리플을 .....ㅎㅎ
감사할따름......
리뉴얼 후 많이 불편한 것같습니다.....ㅠㅠ
올릴 때 진땀..포기하고 놔두면 누군가가 정상으로 만드시네요..
가장 불편한 건 옆 100인 마크.....
재희님께서 공고하기 전에는 블랙리스트 백인인줄 알았습니다.....차라리 그 편이 나을 듯..ㅠㅠ
몹시 부담.......이젠 욕도 못하고....

고운모래님 "흑인이라면?"..대박입니다....한참 웃었어요..ㅎㅎ
1 고운모래  
대박요? 아하... 이걸 말하는가 보군요. ㅋㅋ

http://cineast.kr/bbs/board.php?bo_table=co_free&wr_id=67911

제가 보기엔 대박이 아니라 쪽박인 것 같은데요... ㅠ.ㅠ
M 再會  
흰곰님 그냥 씨네스트 자체 글쓰기 에디터 사용하시면 됩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단 로그인한 상태에서는 창닫기 전까지 로그인 안풀리도록 셋팅한것 같거든요...
(혹시 모르니 꼭 작성후 복사해놓고 쓰기 버튼을....)

그리고 메모창 같은 프로그램에서 글 쓰신 후 옮기실때에는

엔터는 한번을 치시던지 하셔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엔터를 두번 안두두려도 줄과 줄사이 여백이

예전 제로보드에서 두번 엔터친것 같은 간격으로 벌어지거든요....

어째든 불편드려 죄송합니다.

간격이 벌어진 글은 제가 임으로 수정하였었습니다.

꾸벅`~~
1 고운모래  
그래도, 여전히 스크롤의 압박은...^_^
1 흰곰  
무식한 저를 위해 재회님께서 친히 설명을......감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