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Upon the Brain , 진짜 내 뇌리에 낙인을 찍는구나!!
Brand Upon the Brain
사실 옛날 무성 영화 시절엔 영화 자체는 흑백 화면에 배우들을 주로한 영상의 움직임과 몇몇 대사만 무슨 감탄사 비스무리하게 중간 중간에 나오고, 음향이나 음악, 그리고 나래이션 등은 극장의 화면 앞이나 옆에서 소리를 내주고, 오케스트라가 연주해 주고, 옛날 우리말로 치면 변사인 나래이터가 필요한 부분에 나래이션을 해주곤 했다.
2006년에 발표된 영화지만, 이 영화는 엄밀히 말하면 무성 영화다.
그러나 음향과 음악, 그리고 나래이션을 위해 필요한 사람들이 일일히 극장에 배치되기는 어려운 요즘이므로, 그리고 우리가 집에서 DVD 등으로 보는 경우에는 더더욱 불가능 하므로, 그 필요한 정도의 음향과 음악 나래이션을 영화에 다 집어넣은 무성영화다.
가끔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이 TV에서 방영되곤 했지만, 그냥 스치듯 몇몇 인상만 남아 있을 뿐 왠지 제대로 본 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예전에 "Talk to Her" 라는 스페인 영화에 액자 형식으로 들어가 있던 무성 영화를 보고 정말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경험으로, 흑백의 무성 영화가 경우에 따라선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의 현대 영화보다 더욱 무서운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솔직히 아직 내가 이 영화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다. 무자막이라 유럽식 악센트에 다소 거친, 영화와 딱 어울리는 조금은 몽환적이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목소리의 어줌마의 나래이션을 100% 캐치하지는 못했고 특히, 중간 중간에 나오는 자막 영상이 너무 빨리 지나가 많은 부분을 놓쳤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성 영화의 특성상 나래이션이나 자막보다는 화면으로 많은 걸 보여주고 있어 전체적인 내용 이해에는 문제가 없었다.
영화는 가이(Guy)라는 한 남자가 자신이 어릴 적에 살았던 섬으로 돌아와 자신이 살던 옛집에 새로이 페인트 칠을 하면서 회상하고 겪는 이야기다.
그 섬을 떠난 이후론 장성할 때까지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그 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들, 가족들, 친구들, 사건들, 사고들.
지금은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그때의 환영들과 함께 살아 나는 기억과 악몽을 잊기 위해 그리고 덮어 버리기 위해 가이는 몇번이고 페인트 칠을 한다. 그렇게 덮어 버리기 위해 수 없이 페인트 칠을 하고 또 하다 끝나는 영화다.
총 12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영화의 내용을 일일이 말 할 수는 없지만, 무성과 흑백의 영상과 다소 그로테스크한 나래이션이 묘한 흡입력을 발휘해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하면서, 우리의 성장 과정을 되돌아 보게 하고, 지금은 늙고 병들고 혹은 벌써 돌아가시기도 한 부모님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도 한다. 어릴 때 보았던 부모님의 모습, 그 때 같이 뛰어놀던 친구들의 모습, 또 그 당시 우리 꿈속에 존재하던 영웅과 연인의 모습, 그리고 그런 어린 시절의 내 모습까지, 환타지스런 내용으로 펼쳐지며 영화의 제목 그대로 우리의 뇌리에 낙인을 찍는다.
난 지금 이 영화의 자막 작업을 해 볼까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P.S 1 : 제목 "Brand Upon the Brain" 에서 첫 단어 Brand 는 동사로 소인, 낙인을 찍다, 강한 인상을 주다라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제목을 직역하면 "뇌(혹은 머리)에 낙인을 찍다"가 되고, 명령문으로 본다면 "뇌(혹은 머리)에 낙인을 찍어라"가 되겠다
P.S 2 : 영화를 보고난 뒤 인터넷을 뒤져보고 이 영화가 올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우리나라에 벌써 소개가 된 걸 알았다. 이 때 소개된 한글 제목이 "악몽의 섬" 이었나 보다.
SPOTLIGHT: BRAND UPON THE BRAIN! Maddin & Glover
이 영화의 감독 Guy Maddin 과의 인터뷰 [UTube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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