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워 : 애국심과 자부심은 구분되어야 한다.

영화감상평

디 워 : 애국심과 자부심은 구분되어야 한다.

2 카이젤_블루 4 1944 4
오랜만에 우리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적는 것 같습니다.

개인 사정상 어쩌다보니 [디 워]와 [화려한 휴가]를 연달아, 심야로 감상하고 왔습니다.
뭐 애인이라든지, 하다못해 지인이라도 같이 감상했으면 좋았을뻔했지만...
제 한계는 시네스트에 홀로 감상기를 올리며 여러분과 공유하는 것 뿐이네요.

서론이 길었네요.
두 영화, 모두 우리 영화, 최근 화제작이며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부정적인 반응들의 일부는 공감하지만, 일부는 좀 너무한다 싶기도 하고요.

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 일단, 애국심을 운운하는 논지에 대해서 먼저 한 말씀만 드리자면,
소위 말하는 '애국심'과 '자긍심'은 구분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먼저 [D-War] 에 대한 이야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120%정도 만족하면서 감상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CG쪽에 적을 두고 있어서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들이 CG 비주얼이었는데,
일단 들리던 이야기들과, 일전에 [트랜스포머] 상영전에 나오던 예고편이 있었기에
내심 두근두근 했더랬죠.

보는 내내 제 눈을 자꾸 확인하게 되더군요.
헐리우드 CG들과 비교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는 정도의 퀄러티를 자랑해주는데다가, 특히나 깜짝깜짝 놀랐던 점은 '색보정' 기술의 완성도에 입을 벌리게 되고...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CG 캐릭터나 효과가 아무리 뛰어나고 모션이 자연스럽게 잘 나와줘도,
실사 화면과의 색보정에서 에러가 나면 완전히 화면을 망치게 됩니다.
최악은 CG가 따로 붕 떠버리죠.
'색보정'이라는 자체만 놓고 봤을때, 보는 내내 악~소리 나려는 것을 누르면서, 어안이 벙벙해지면서 본 작품이 얼마전에 봤던 [트랜스포머]였는데, [디 워]는 거기에 절대 뒤쳐지지 않는 환상적인 완성도를 자랑하더군요.

그리고 CG씬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지만, 후반부의 시가전 씬은 많은 분들도 이야기 하셨지만
정말로 압권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액션씬을 준비하려면, 상당히 치밀하게 콘티를 짜야하고 모든 카메라의 동선과 캐릭터의 동선을 사전에 완벽하게 계획해야 했을텐데, 놀라울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것으로 봐서 심감독님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미루어 짐작하게 했습니다.
이 정도는 거의 헐리우드에서도 톱클래스에 드는, [ILM] 이나 [디지털 도메인] 애들의 기술력과 동급이라고 봐도 될 정도의 기술인데... 우리 [영구아트]는 걔들 들이는 예산의 반의 반에도 못미치는 정도로 해냈으니, 걔들보다 훠얼씬~ 낫네요.

[디 워]의 부정적인 측면에 있어서 많이 거론되는 스토리의 부재와 배우의 연기력 부분은 역시, 일면은 공감하고, 일면은 동의하기가 힘들더군요.
저도 스스로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반해, 실제 견문은 그리 깊지 않은 편이지만, 세계 어느 영화에서 동양의 용과 관련된 설화나 전설을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이 있었는지, 그 독창성에서 일단 점수를 줘야 한다고 생각이 들고요.  설화 자체는 이미 우리의 동양 문화에 있어서 익숙한 정서지만, 본격적으로 "영화"라는 미디어로 끌어낸데서 유발되는 어떤 '생경함'이라는 느낌이 스토리의 부재로 보여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에피소드간의 연결이라든지, 디테일 적인 부분, 배경 이야기에 대한 친절함이 많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듣기로, [디 워]는 원래 두 시간이 넘어가는 러닝타임을 가졌는데, 상영 시간을 이유로 상당 부분이 편집이 됐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어떤 방향으로 편집이 이루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시나리오의 개연성과 디테일 부재의 맥락에서 어느정도 수긍이 갔다고 해야할까요.
다른 한편으로, 보면서 생각했던 것은 우리나라 관객들보다는 해외나 서양 문화권의 관객들은 일단, 앞에 얘기한 독창성에서 상당한 문화적 충격으로 보일 수 있겠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공감했던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
조선 시대 두 남녀 주인공의 연기나, 현세의 여주인공 새라역의 연기는 확실히 그냥 봐주기가 힘들더군요.
특히나, 전생의 남자 주인공의 '대사 처리'는 차라리 좋게 봐준다면, 등장 분량이 많지 않아서, 각본상 감정 이입도 어려워서 라는 이유를 댄다면야 모르겠으나, 새라역의 배우는 아무리 신인이라지만, 그 어색한 각본 소화 능력에 시선 처리라니...;;;  (해변 씬에서 스리슬쩍 카메라 쳐다볼 때는 제가 다 무안해서 움찔했습니다. -_-;;;)
개인적인 추측은 제작 일정이라든지 여러 가지 촬영 여건상, 배우들의 연기 연출까지 세밀하게 다룰 수 없었으리라 생각이 드는데요.

위에 언급한 비주얼적인 측면이나, 스토리 즉, 시나리오의 측면에서 [반지의 제왕]을 거론하시는 분들도 보이던데, [반지의 제왕]도 그 첫 편인 [반지 원정대]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반지의 제왕]도 기획의 첫 단추에서 실제 상영까지의 시간에 무려 7년이 걸렸다는 것을 아는 분, 계십니까?

이 작품의 원작자는 세계적 명성의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중세 영문학을 강의하던 교수입니다.
무려 12년 동안을 집필했던 장대한 대서사시죠.
21세기에도 어쩌면 영상화가 힘들거라고 호언했던 영화계나 원작 팬들의 기대(?)를 보란 듯이, 무려 7년 동안 [디 워] 순 제작비의 다섯 배가 훨씬 넘는 거액과 몇 갑절이 넘는 세계 일류 스탭들이 달려들어서 완성한 작품입니다.  3부작으로 마지막 편이 공개되고 나서야, 그 콧대 높다는 오스카 위원회도 그 노고(?)를 인정하고 감독상과 영예의 작품상까지 수여했었죠.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그 예의 군중 시퀀스는 역대 영화 역사상, 최고의 군중 시퀀스로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의 환상적인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우리는 이제 다른 작품에서 비슷한 시퀀스만 보게 되면, 반사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이름이 됐을 정도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사실은 이 정도의 작품과 [디 워]가 비교된다는 것은 깎아내릴 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러워 해야 이치에 맞는 일입니다.

시나리오를 봐도 그렇습니다.
당연히 각색과 각본에 참고했을 원작이 그 유서 깊다는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에서 중세 영문학을 강의했다는 교수가 장장 12년에 걸쳐 집필한 대서사시입니다.
12년 동안 이런 대작을 집필하면서, 스스로 또한 학자이기에 얼마나 많은 기독교 신화라든지, 북유럽 신화 같은 것을 연구하고 참고했을까요?
그런 산고의 작품에 대해 또 다시, 후학들에 의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서, '중간계 백과사전'이라는 것도 존재한다는 것은 뭘 이야기 해주는 것일까요?

그에 반해서 우리네 전설이나, 신화에 대한 학문이나 연구는 어떻습니까?
이야기를 꺼내기 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것, 새삼스럽지도 않을 겁니다.

심형래 감독님의 출신에 대한, 소위 말하는 '충무로의 멸시'라든지,
기타 우리 대중이나 매스미디어의 편견과 부정적인 여론몰이,
전편의 실패(?)로 인한 투자 기피에서 야기됐던 와신상담의 시간 등등은 더이상 이야기 하지 않아도,
이제 여러분 모두가 인식하게 되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초반 흥행 돌풍의 일부가 그러한 사실들에 대한 '역풍'이라고 까지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오늘, 엔딩 크레딧과 함께 아리랑이 흘러나오는,
우리 영화, [디 워]를 보고 일어나면서,
내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 이전에, 작품 [디 워]를 만들고 감독한 '심형래'라는 한 사람의 인간이,
나와 한 민족, 한 핏줄이라는 것과 그의 기나 긴 땀과 고난과 열정의 결과물에 대해,
무한한 존경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ps : 개인적으로 라스트씬, 이제까지 심지어 동양권 어디에서도 이만큼의 완성도와 비쥬얼을 보여주지 못했던 용(龍)의 위용에 너무나 감명을 받았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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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ROCK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정말 마지막 씬에선 가슴이 뜨거워졌지요. ^^
1 기무라사스케  
  이런 영화가 진짜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가 아닐지!이 영화 하나 만들기 위해 몇년동안 고생하구 수많은 스탭들과 영화만드는데 드는 엄청난 비용까지.스토리가 가벼우면 작품성이 떨어지구 복잡하구 심오하면 작품성이 뛰어나고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 은행나무침대  
  글 정말 잘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9 무비보기  
  마지막 용의 승천부분은 정말 압권이었지요.<BR>엔딩 크레딧의 아리랑..눈물 찔끔 했습니다.<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