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18일, 그날의 화려한 휴가 .

영화감상평

1980년 5월 18일, 그날의 <작전명> 화려한 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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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8일, 그날의 <작전명> 화려한 휴가 .

 

중학교 때였을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진과 영상을 처음 본 것은. 아니, 그보다 더 어렸을 적 <모래시계>라는 드라마로 접한 것이 처음일런지도. 한 나라의 군인이 자국민에게 총을 겨눈다 ? 당시에는 분노, 연민의 감정보다 공포라는 감정이 앞섰었다. 고등학교 때의 5.18은 단지 수능 준비에 있어서 사회탐구 영역의 한국 근현대사라는 과목에 나오는 하나의 암기 대상이였을 뿐.

 

그리고 오늘,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를 봤다. 사랑하는 동생을 잃고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려는 민우(김상경 분), 같은 반 친한 친구를 잃고 시위에 가담하는 진우(이준기 분), 본분을 잃어버린 군인들을 보고 시민군을 이끄는 전직 대장 흥수(안성기 분), "광주 시민 여러분, 저희를 기억해 주세요"라고 외치는 신애(이요원 분). 하나 같이 지극히도 평범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던 그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이미 사회의 더러움과 무서움을 어느정도 느껴서일까. 감정이 더이상 영화라는 논픽션에 반응하지 않는것일까. 눈물은 흐르지 않았지만 어렸을 적 느꼈던 공포라는 감정이 무언가 뜨거운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당시 가족을 잃었던 사람의 심정은 어땠을까, 같은 민족을 총으로 쏘고 탱크로 짓밟았던 군인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내가 1980년 5월 18일에 광주 소재의 대학생이였다면 나는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하는 생각들이 영화를 보면서 이리저리 엉키어 떠올랐다. 아들을 잃고 오열했던 여인(나문희 분), 아버지를 잃고 "아부지, 아부지!"를 외쳤던 어린 꼬마. 그들은 27년 전,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상부의 지시에 따라 무고한 학생, 시민들을 쏴죽였던 군인들은 지금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서는 '아, 나도 저렇게 멋지게 한번 정의를 위해 바른 길을 위해 싸워보고 싶다.'라고 생각 했지만 과연 나라는 놈이 목숨을 담보로 총맞을 각오로 싸울 수 있었을까?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렇게 영화화 해서 다시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줘야 한다. 또다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말이다.

 

이 영화의 배우들은 캐릭터를 적절하게 소화해낸다. 안성기의 중후한 목소리와 연기는 시민군 편에서 맞서 싸우는 흥수라는 캐릭터에 적절하고, 김상경의 연기는 순박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라면 누구보다 강인한 사람이 되는 민우라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다. 이준기 역시 어색하지 않은 연기와 젊음,패기로 진우라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며 연기 변신에 성공한 듯 싶다. 이요원의 군인을 쏜 후 겁에 질린 연기와 차를 타고 스피커로 가두 방송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조연들을 연기도 빠지지 않는다. 아들이 학교에 간다고 해놓고 오지 않는다며 불안해 하고 끝내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여인 역의 나문희, 영화 내내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고 그날이 오기 전, 엄니가 계신 고향땅에 큰절을 올리며 찡하게 만들어 준 박철민, 박원상까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그 뜨거운 현장에 계셨던 광주 시민들이여,

당신들이 흘렸던 그 뜨거운 피와 땀, 그리고 눈물.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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