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플 선데이(스포 있음)

영화감상평

뷰티플 선데이(스포 있음)

1 검은 초승달 0 2238 4
파국이 절정의 순간에 이른 날은 동료 형사의 말처럼 "조용한 일요일"이었다. 그 고요하게 밀폐된 곳에서 강형사는 과거의 잊고 싶은 기억과 조우한다.

참을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증오심, 혐오감에 난도질 당한 강형사는 피에 물든 눈을 두리번거리며 발악에 가까운 몸부림을 치며 이번엔 "성적 자기 결정"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위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한다. 똑 같이 자신의 손이 행사하지만 이번엔 그의 의지로.  뷰티플한 선데이를 맞이하기 위해.

그리 뷰티플 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강형사에겐 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그에게는 뷰티플한 날이었을 것이다.  디파티드의 코스텔로 식으로 풀이하면 "이런 걸 보고 역설이라고 한다"쯤일까.

이야기는 민우가 공무원공부를 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을 앞둔 수연을 짝사랑하게 되면서 불행은 시작된다. 마음은 그 여자를 미치도록 사랑하지만, "마음과 가장 멀리 떨어진 손은" 그 마음의 의지를 벗어나 버렸다. 착한 사람이지만 한 순간의 뒤틀림으로 "죄 지은 착한 사람"이 된 민우는 계속 수연의 주위를 맴돌며 어떻게든 이탈된 사랑의 시작을 제대로 되돌려 보려고 한다.

맞다. 이 이야기는 "죄지은 착한 남자"의 어긋난 뷰티플한 이야기다. 감독 진광교는 관객에게 제법 대범하게 그리고 자세하게 민우의 행적을 보여준다. 참으로 불쌍한 인생이다. 그리고 참으로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았다. 그건 영화 속에서 느껴진다.


하지만 그 정도였다고나 할까. 어떤 관객은 이 영화를 보면서 약간의 지루함을 느꼈을 것이다. 아마 나의 생각이지만, 그건 관객의 책임이라기 보단 영화의 책임이 크다. 왜냐햐면 영화의 2/3가 지나가도록 강형사와 민우의 모습이 각자의 평행선을 달리는 것같기 때문이다. 마치 단막극 2개를 보는 느낌이랄까.

감독은 그 점을 의식해서인지, 시간의 경로를 무시하고 연쇄 강간범이라는 도구를 끼워넣음으로써 단편 하나, 강형사의 이야기와 단편 둘, 민우의 이야기를 얽어 보려고 한다. 연쇄 강간범의 모습은 실루엣으로 가려져 있지만 외형과 분위기는 민우와 몹시 유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옷 스타일까지.

그렇다면 민우가 연쇄 강간범일까?  진감독의 애교는 썰렁했다. 절대 연쇄 강간범일리가 없다는 사실을 감독 스스로가 보여주었기때문에 그 조크가 관객에게 먹힐리가 없었다. 앞서 애기 했듯이 민우는 수연이라는 여자를 지독히 사랑했기 때문에 강간까지도 한 경우. 강간후 지속적으로 수연의 주위를 맴돌았고 잘못된 사랑의 시작을 제대로 다시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의 장치가 너무 소용없게 되어 버렸으니, 관객은 지루해 진다. 그렇다면 이 단조롭고 나른한 두 단막극을 이을 수 있는 남은 장치는 무엇일까? 정도까지 생각이 미치면 자연스럽게 마지막 트릭을 알 수 있다. 영화 내내 강형사는 끊임없이 강형사로 불리고, 민우는 끊임없이 민우로 불린다. 나는 진감독이 이런 반전아닌 반전을 의도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어때? 놀랍지? 속았지?" 이렇게 관객이 속아 넘어 갔음을 통쾌해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알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내가 애기 하고 싶은건 그런 트릭따위가 아니다. 정말 지독히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란 생각이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유는 영화의 마지막 두 주인공 강형사와 민우의 대면을 연극 무대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강민우"의 첫단추를 잘못 꿰맨 러브스토리다. 반전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가 웰 메이드냐는데에는 순순히 동의하긴 어렵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크레딧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이야기의 얽김새는 촘촘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궁극적으로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목적에는 성과를 보았다고 여겨진다.

박용우와 남궁민의 연기는 몇 군데는 정말 훌륭했다. 남궁민은 아직 공부할 양이 많은 학생이지만, 아내와 아내의 친구를 칼로 찌르고 뛰쳐나올때의 남궁민의 연기는 정말 소름돋았다. 물론 그 장면은 단 2초였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이 부분의 남궁민의 눈빛에 주목해 보시라.

박용우 연기의 모델 롤은 아마도 설경구 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보는내내 나는 설경구의 그 시니컬하고 천박한(영화내에서) 연기가 떠 올랐다. 역시 박용우도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지만 아직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한다.

그리고 신인배우 민지혜, 나는 이 배우를 보면서 지수원이 생각났다. 조심하지 않으면 갈 길이 험할 것 같은 염려가 든다.

p.s) 영화 매니아시라면 진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상당히 좋아했었단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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