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초록 물고기"를 바라며... ['해바라기'를 보고]

영화감상평

또 다른 "초록 물고기"를 바라며... ['해바라기'를 보고]

1 야미쿠로 1 1947 5
목이 빠져라 하늘 꼭대기의 태양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어제 저녁 늦게 "해바라기" 라는 영화를 봤다.

 

초반 도입부터 상당히 시선을 끌었다.

목이 막힐정도로 우둔하게 호두과자를 먹는 모습 - 그리고,

수첩을 껍내 "호두과자 먹기" 를 x 표시하는 태식의 순박한 행동.

 

솔직히 "초록 물고기"나 "파이란"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제법 괜찮다는 말들이 들리기에 적당히 기대를 했었다.

 

 

나는 영화를 보는 기준이 간단하다.

 

"감독의 작가정신이 무엇인가" 이다.

사람은 누구나 생각이 있고, 그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이 무엇인가가 결국 어떤 이야기든 핵심 아니겠는가.

물론 "가문 시리즈" 같은 식의 3류 코디디들은 그저 웃기고 즐기는 쪽에 올인한 경우지만.. ㅡ.ㅡ;;

 

 

 

 

먼저.

 

"해바라기"가 "목포는 항구다" 식의 싸구려 조폭 영화가 아니기에.

 

진지하게 소감을 씀을 밝힌다.

 

 

...

 

 

 

끈끈한 가족애 ?

 

비정한 현실 세계 ?

 

태식의 자아 성장 ?

 

 

 

영화를 보는 동안 참 어지러웠다.

감독은 과연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을까?

영화 초반부에는 "태식의 자아 성장"에 초점을 맞춘 듯 보였다.

하지만, 중반부 후반부로 가면서 모호해진다.

물론 가족애. 비정한 조폭들. 부패한 공권력. 등등 볼거리는 많다. 그게 문제다.

 

영화는 여러가지를 말하고 있는데.

솔직히 무엇 하나도 콕 ~ 찍어서 전달하지 못한다.

 

 

 

가족애 - 엄마를 내세우기에는 "덕자 <-> 태식" 의 설정이 좀 빈약하다.

(막판 덕자의 죽음에 "엄마"를 외치는 태식을 통해 엄마를 잃어 슬프다기 보다는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왜냐? 위에 말했듯 덕자와 태식의 끈이 너무 허술했기에)

 

 

 

조폭과 경찰을 통한 부패한 현실을 고발하기에도 - 많이 아쉽다.

무섭고 비열한 느낌의 조폭이 아닌 조금은 어설프고 정감이 가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니까, 짝패처럼 아예 - 환타지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닌 "우린 현실적이야" 라고 하지만

초록물고기나 우리형, 파이란 등에서 보여지는 조폭들의 비정함이 이 영화에서는 그려지고 있지 않다.

부패한 경찰의 설정도 무언가 이상하다.

조폭들의 패권타툼에 끼어들기 꺼려하는 현실안주형의 모습도 아닌.

그렇다고 조폭들에게 사주받아 행동하는 것도 아닌... 죽도 밥도 아닌 형태를 띄고 있다.

다시 말해 영화에서 경찰들은 등장을 하든 안하든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로 보여지고 있다는 뜻이다.

(감독은 그냥 공무원들이 싫었던 걸까 ^^;;)

 

 

 

오태식의 자아성장 영화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대부분의 성장 영화가 그렇듯. 주인공의 지인이 죽는 설정은 같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성장 영화라면, 그 지인의 죽음이 자신을 둘러싼 일들과 무관해야 한다.

(아님, 아예 주인공의 어리숙함 때문에 죽던지)

다시 말해. 해바리기에서 덕자의 죽음은 "본인때문인지" "오태식" 때문인지도 모호하고,

무엇보다 그 죽음이 이르게 된 상황에서 태식이 그 죽음을 가슴에 묻고 "성장"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퇴보"를 해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일반 조폭 영화에서 오른팔이 상대편에게 죽는 것과 비슷할 상황... 덕자의 죽음은 주인공을 죽음으로 내몰게 되는 기폭제 역활에 불과하다.

 

 

 

 

 

뭐, 혼자가 조폭 일당을 전부 이기는 설정.

엄마의 죽음을 너무 쉽게 자살로 결부하는 설정.

 

등등 이런 것들은 그저 초짜 감독의 "연출력" 부족이라고 치부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런것들은 말 그대로 영화의 일부다.

영화를 보면서 즐기면 그만이다..

("짝패" 는 환타지 액션 영화로의 관점에서 아주 수작이다.

또한 "달콤한 인생" 역시 느와르적 관점에서 보면 "명작" 이라고 불릴 수 있다. 사소한 설정 따위는 중요치 않다)

 

 

하지만..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불분명 한 것은 분명 영화로써 값어치가 떨어진다.

 

 

조금 더 확실히 했더라면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액션을 줄이고... 김해숙과 김래원의 유대관계를 좀 더 강하게 했더라면.

그리고, 김해숙이 겉모습이 너무 강하게 나오지 않고, 겉은 약하지만 속은 강한 어머니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

(심심하면 조판수를 찾아가서 "협박"?을 하는 엄마는 쫌 자제했음 좋았을것을)

 

 

참, 많이 아쉬운 영화다.

 

 

10년만에 또 다른 "초록 물고기"를 바란것은 나의 욕심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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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crazycat  
  이 영화에서 경찰의 역할은 그냥 남자 주인공의 과거와 주변 인물들의 얼키고설킨 스토리를 관객에게 설명해주는 영화적 장치에 불과 하죠, 누군가는 그런것들을 관객에게 알려주어야 하니까요. 님이 쓰신데로 영화내에선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