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에게 충실하지 못한 영화....

영화감상평

<아포칼립토> 관객에게 충실하지 못한 영화....

1 kysom 8 2665 2
내가 <아포칼립토>의 제작을 알게 된 것은 작년 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였던 것 같다. <존 스튜어트>가 시상식 사회를 새로 맡게됨에 따라 오프닝 세러머니로 제작된 영상에서 <멜 깁슨>은 영화 촬영장에 그 마야 원주민들과 같이 있었고, 표범의 으르렁거림과 함께 화면속에 불쑥(?) 내밀어진 발을 보고는 모두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 도망갔다는 거다. 난 그때 "대체 저 영화가 뭘까?"라고 궁금하게 여겼고, <멜 깁슨>의 필모그래피를 검색해보고, 그가 만드는 영화가 <아포칼립토>임을 알게되었다.


음주운전과 유태인에 대한 욕설로 큰 곤욕을 치렀고, 그로 인해 영화의 흥행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었을 것이 분명한 그의 불운한 작품 <아포칼립토>를 어제 보고 느낀 것은 <멜 깁슨>이 참으로 약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가 왜? 굳이 마야어로 대사를 처리하며 이 영화를 찍었는지 그 속내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배우들이 입에서 밷어내는 마야어가 바로 그(?) 마야어인지 누구도 100% 시원하게 고증해줄 수 없다. 그리고 마야어로 영화를 찍었다고 해서 이 영화가 상영될 때 자막없이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인류가 이 지구상에 단 한명이라도 있을까? 하는 의문은 괜시리 나만 드는게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마야어 대사 처리는 많은 영화전문 기자나 평론가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의 지독한 리얼리즘의 추구에 대한 고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Passion of the Christ>에서 히브리어로 대사를 해서 영화적 완성도가 높아졌는가? 라는 질문과 일맥상통하게 어쩌면 그 마야어 대사 처리는 단지 관객들에게 <아포칼립토>라는 영화를 보다 불편하게 보도록 하기위한 즉 영화적 무드를 더 돋우기위한 영화적 장치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리얼리즘이 문제가 아니라 상업주의가 문제인 것이다. 심지어 마야어까지 쓰는 마야 원주민들이 나오는 영화이니 대체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자 라는 집중도를 높이는 장치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단적으로 <늑대와의 춤을>을 기억해보면 인디어의 말과 영어 대사가 신대륙에서 인디언과 백인 이주민들이 어떻게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충돌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기폭제의 구실을 하지만 <아포칼립토>에서는 그런 구실조차도 없기 때문이다. 즉 단지 그들의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현재 무비스트에서는 이 영화로 인해 뜻하지않게 마야의 역사와 스페인 침략군에 대한 논쟁까지 붙어있는 상황이니, 영화적 파장이 생각보다 크다. 그로 인해 오래 전에 읽었던 역사서의 희미한 기억을 떠올리며 정설과 이설이 뒤얽혀 아직도 전설과 신화의 영역에서 세속에 발 딛지못한 고대 마야의 역사까지도 이제 도마에 오를 판이니 이번 기회에 수백년에 걸쳐서 내려온 그 논쟁마저도 정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럼, 마야 문명에 대한 일말의 이해도 없는 사람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볼 건지? 그러나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이 영화의 마야 문명의 흥망성쇠를 다룬 역사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비스트에서 장르를 보라. 액션/어드벤쳐라고 되어있지않나?


사실, <멜 깁슨>이 "역사상 위대한 문명은 외부적 침략이 아닌 내부적으로 붕괴되었다"라는 William Durant의 주장으로 기세좋게 <아포칼립토>를 시작했지만, 그 영화적 전개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솔직히 불분명하다. 내 개인적 생각이지만,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감독의 마야 문명과 그 원주민의 생활과 사회적 변화의 동력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이해는 기대했던 것만큼 깊지않은 것 같다. 어느 사회에나 흔하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명제 하나로 관객들에게 영화전개와 관람의 방향을 가이드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내부적으로 붕괴하게된 특수성에 대해서 말하지 못한다면 그건? 단지 허당일 뿐인 것이지.... 바로 이 지점에서 멜 깁슨이 무슨 영화를 만들고자 했는지, 어떤 영화를 만들 수 없었는지에 대한 운명적 갈림길이 형성된다. 불과 5분~10분여의 시간속에서 사회/경제/문화적으로 병들고, 혼돈스러운 그리고 고통받는 주민과 체제의 실상을 일별하듯이-정말 로드 무비에서 지나가듯이-보여줄 뿐인데, 이걸로 그는 오프닝의 명제를 뒷받침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감독이 하고자 하는 얘긴 이게 아닌 걸? 지금 시간은 빠듯한데 강의를 하자고? 그럼, 어떻게? 그래~ 달리는 거야~!!!! 주인공 <표범발:jaguar paw>는 탈출하여 그리운 가족의 안위를 위해 자기 부족의 숲으로 돌아가려고 미친듯이 달린다. 결국 그는 도달한다..... 영화는 문명사에 대한 건조한 조망도 없이, 고통스러운 내부적 성찰도 보여주지 못한채, 그렇다고 드라마틱한 마야의 성쇠(盛衰)에 대한 핵심도 짚어주지 못한 채 로드(road)도 아닌 숲길을 달리면서 대리 만족을 재촉한다. 일찌기 자신이 감독한 두편의 영화에서 유감없이 발휘된 눈살 찡그리는 전투의 분장 효과와 그 긴장감을 십분 살리면서 이 정도면 됐지? 라고 말한다. 그래.... 제대로 입지도 못한 배우들이 이 정도 해줬으면 돼지 뭐.... 란게 우리의 대답이어야 할까?


그 해변에서 마주친 스페인 군선들과 백인들을 보면서 <표범발>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 저들이 바로 그 신화에 나오는 푸른 눈의 긴 수염을 가진 바다 건너온다는 그 분(?)인가 보구나 라고 생각했을까? 그는 자기의 숲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다지만 이제 그 뒷마당에 멍석을 깐 스페인 군은 그와 그의 가족에게 무엇일까? 자기 체제내의 부족민들까지 잡아다가 목 잘라 제물로 바치는 마당에 지켜야 할 가족보다 그 문명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겨졌을까? <멜 깁슨>이 답하지 못한 그 많은 문제에 대해 단절로서 내 앞에 가로막고 있는 영화에게 다시금 묻고 싶다..... "표범발은 어디로 가야하나요?"라고.....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8 Comments
1 조욱희  
  멜깁슨을 정말 싫어하시나봐요...
마야어 연구하는 사람들 데려다가 많이 고증해서 찍은거라는데...
재미있으면 된거죠 ㅎㅎ
1 임종우  
  조욱희님 삐딱하게 보시네요.; 감상평에 굳이 그런말을 남기실 필욘 없으실텐데..
1 연화미소  
  Kysom님 말에 의하면 마야어로 대사를 처리한 것이 리얼리티를 위한 것이 아니라 흥행을 위한 장치라고 하였는데..미국인들이 자막넣는 영화를 싫어한다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설득력이 없는 말이됩니다.흥행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영어로 대사를 처리했어야 더 맞는 얘기지요..저는 마야어로 대사를 처리한 것이 영화 전체에 흐르는 리얼리즘적 요소들과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요...오히려 마야인들이 영어대사를 읊조렸다면 그들이 관람하기엔 편했겠지만 개발에 편자같지 않을까요??
1 연화미소  
  마야 문명에 대해서 그 시작과 끝을 서사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다고 하여..오프닝 명제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습니다.또한 문명의 막바지라는 시점을 영화로 만든 것을 두고 문명사 전체를 로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새로운 영화를 찍으라는 말로 들리는 군요..거대 문명에 대한 어설픈 편린들을 주어모아 뭉뚱그려 표현하느니 특정적이고 집약적인 시점을 포인트로 삼는 것이 더 관객에게 충실한거 같은데요??그리고 마야 지배계급의 타락한 권력은 10분의 영상으로도 충분했습니다.물론 멜깁슨의 초첨은 사람의 목을 잘라 제물로 바치는 [우상숭배]에 있었겠지만 종교적인 해석은 삼가겠습니다.오프닝 명제는 우상숭배가 극에 달해 내부의 치유능력을 상실,스스로 회생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문명을 설명하는 훌륭한 복선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kysom님에게 묻겠습니다.글로벌화된 현 지구문명에 명료한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습니까??
kysom님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마찬가지로 멜깁슨에게 왜 '재규어의 발'이 가야할 곳을 정해주지 않았냐고 따져 묻는 것은 관객이 모색해야할 해답을 감독에게 전가하는 발칙하고 불충실한 행위입니다.
1 제법무아  
  마야어를 썼다고 해서 과연 리얼리티가 확보되느냐하는 문제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고증을 한다고 했다지만, 과연 얼마나 제대로 했는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그것이 리얼했다고 말한다면, 그것 역시 어폐가 있습니다. 일반 관객은 그것을 제대로 했는지, 어땠는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관객의 불편을 감수해 가며, 마야어를 썼다는 것은 어쩌면 관객의 눈길을 끌기위한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 관객들은 자막을 싫어한다.... 라고 말하지만 미국 관객들도 이제 세외(헐리우드 외)의 영화들에 익숙할만큼 익숙해졌고, 1980년대만큼 자막에 냉담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예상이 아포칼립토가 어느정도 방증하고 있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겠지요?

마야문명에 대해서는 남아있는 자료가 극히 드뭅니다. 과연 그러한 빈곤한 유물들로 그 시대의 언어를 완벽하게 재현해 낼 수 있었을까요? 거기에 대한 신뢰도는 무엇을 근거로 해야 할 까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전의 언어를 그대로 복원해 내기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역사적 자료가 엄청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의 언어를 말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만용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으로써 리얼리티를 확보한다고 과연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마야에 대한 충분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은 이 영화의 10분을 보고 마야는 타락했다고 보겠지요. 하지만 그 동시대 지구상 어느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사회보장제도가 마야에 있었다는 것도 서양인들이 고증해 낸 사실 중 하나입니다. 과연 무엇을 놓고 리얼리티를 말해야할까요?

연화미소님께 오히려 묻겠습니다. 영화에 흡족하지 못한 질문들을 관객의 입장에서 감독에게 던지는 것이 정말 발칙하고 불충실한 행위인가요? 그렇다면 고증에 대한 실질적 검토가 선행하지 않은 연화미소님의 리얼리티 운운 역시 발칙하고 불충실한 행위일 뿐입니다.

특징을 집약적으료 표현하는 것이, 그 일면만으로 그 역사 자체의 역사성을 오도하는 것을 놓고 리얼리티를 운운할 계제는 아닐 것입니다. 그저 영화로 재미있게 보셨다면 이해가 가지만, 그것이 너무도 사실적이었다고 하셔야 한다면, 스스로의 말씀대로 발칙해지셔야겠습니다.
1 darkman  
  마야어를 썼다는거 자체에 어떠한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없어보입니다. et에서 et가 et어를 쓰면 비난받아야 하나와 똑같은 명제일거구요. 또 시작에 제시된 내부에서의 붕괴가 영화로 잘 그려지지 않는듯하다의 괴리때문에 한낮 액션물일 뿐이라는 비유도 별반 의미없는 비유일듯 합니다.

오히려 길게보면 한 대륙내에서 수많은 부족들끼리 발전없는 우상숭배나 그저 남의 부족을 침략하며 약탈해서 종으로 부려먹는 파괴적인 행동이 스스로의 문명을 파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꺠닫지 못하도 자위하다 외세에 정복당하는 그 전 과정을 잘 그린듯 한데요?

그에다가 영화적인 재미를 위한 장치로써의 액션과 잔인함 등은 부가적으로도
윌리엄 윌레스가 자유를 위해 배신 당하면서도 추구했던 부분 위에
팔잘리고 다리잘리고 머리날아가고 등과 매한가지적인 영화적 장치라고 보여집니다.

내부에서의 정복 행위는 길게보면 통합이 아닌 또 다른 의미의 내부의 붕괴일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시작한 만큼 그 주제와 명제는 옳다고 보여지는군요.
1 연화미소  
  제법무아님/님 말씀대로라면 자막에 익숙한 어메리컨이 늘어났으므로 이미 멸망해버린 마야문명을 재현하는데 있어 인디오 원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리얼리즘에 부합하는 것이겠지요.그리고 마야어에 대한 완벽한 재현을 고집하시는데..그 누군들 완벽한 재현을 할 수 있겠습니까?? 사멸해버린 언어를 50%정도로만 재현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은 영화사적으로 보나 언어학적으로보나 의미있고 가치있는 시도라고 봅니다.또한 아포칼립토는 역사적 사실이 가미된 [픽션]이지 [논핀션 역사다큐]가 아닙니다.MBC 초히트작인 [대장금]의 경우 역사적 팩트는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단 한줄 뿐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건 작가와 연출가의 탁월한 상상력과 표현력 덕분이었듯이 그 사료의 많고 적음은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말꼬리 잡는 것은 아니지만 '동시대 지구상 어느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사회보장제도?'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지요? 15세기 조선에는 그보다 더한 사회보장제도가 있었는데요?? 각종 구휼기관과 의료기관,교육기관등이 지방에 속속들이 있었으며 탄탄한 치안과 국방력도 갖추고 있었지요?? 도대체 어느 학자가 그따위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마야문명의  최전성기였던 9세기 무렵의 사회보장제도가 아닌가싶군요..마야문명은  9세기에 정점을 걷다가 스페인에 정복당하기까지 성쇠의 기복없이 내부적으로 무너져내렸지요.이 부분은 역사학자들이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것이고요..설혹 뛰어난 사회복지제도를 갖추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므로 권력의 타락과 함께 그 제도조차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때문에 역사학자나 멜깁슨이 말하고 있는, "마야는 내부적으로 멸망했다"는 사실에 대한 반박자료로는 별의미도 없을뿐더러 고증하기도 어렵지요.

스페인과 조우하기전 마야문명은 역사적으로 미스테리한 부분이고 스페인이 툭치자 그 거대문명이 마치 모래성처럼 무너져 형태조차 없이 사멸해 버린 사건은 영화적 소재로서도 좋을 뿐만 아니라 마야문명사에서도 상징적인 시점이지요..

님께서는 자꾸만 가치중립적인 고증사학에서 말하는 사실만을 말씀하시는데..그런 고증사학적인 사실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봅니다.사실을 바라보는 관점 내지는 이데올로기만이 실제로 가치가 있을 뿐이지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영화상 리얼리티란 관객에게 보여지는 의미없는 사실이 아니라 가치부여된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며 관객을 사실이라고 믿겠끔 설득시켰다면 리얼리티에 충실한 것입니다.


1 darkman  
  제법무아 님
/우상숭배가 있었지만 사회보장제도등의 우수한 문명적 장치가 있는 타락하지 않은 문명임에도 영화에서 그것을 너무나 함축적으로 타락해서 망한 마야로만 치부하신데 대한 반감같으신데요. 저는 영화를 보고도 타락했다고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파괴적인 정복과 확장이 통합이 아닌 또다른 내부의 붕괴로 여겨진 것으로 영화의 명제를 이해했는데요. 남을 침략하는 것은 오랜 전통이고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보야야 하지만, 왜 우주도 끝없이 팽창을 하지만 그게 확장인 동시에 수축, 소멸일 수도 있다는 반대적인 측면의 뜻을 내재하듯이

마야의 확장과 침략은 마야 문명 스스로의 소멸, 파괴를 말하는 것일수도 있다고 봅니다.
영화 초반부의 그 명제는 역사적이나 영화적 내용으로 적절하다고 여겨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