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따윈 필요없어 - 원작 훼손?

영화감상평

사랑따윈 필요없어 - 원작 훼손?

1 Dark B;John 1 213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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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감상평 문체가 읽는이의 기분을 거슬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반말투, 대화체의 문체에 거부감을 느끼신다면 안 읽는게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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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TBS 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김주혁, 문근영주연의 '사랑따윈 필요없어'
원작의 와타베 아츠로와 히로스에 료코를 능가할 커플의 탄생인가, 원작훼손인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원작을 능가하는 재해석 내지는 재구성은 커녕 원작헤손까지는 아니지만, 원작에 흠집은 낸 수준이라고 느꼈다.
원작에 상당한 감동을 받았던 팬들이라면 훨씬더 그 상처는 클 것이다.
국내의 정서에 알맞게 재해석만 충실히 했더라도 괜찮았을 텐데, 원작이 갖고 있는 힘이 무엇인지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원작에 흠집을 냈는지 한번 살펴보자.

흐느적거리는 듯한 몸짓, 깊은 슬픔을 간직한 눈빛, 허스키한 나지막한 목소리...
세상에 항상 화가 나 있는 듯한 표정, 차갑지만 누구보다 외로워 보이는 눈빛...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 의 두 주인공들에게서 느껴지던 것들이다.
이 주인공들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충분한 시간적여유를 갖고서 캐릭터를 설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단편적으로 사랑을 믿지 않는 냉소적인 캐릭터를 묘사해야하는데, 그부분에 있어서 너무 안일했던 건 아닐까?

오로지 여자들을 돈을 빨아먹을 수 있는 사냥감으로만 여기며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사랑을 누구보다 갈구하고 있는 '시라토리 레이지' 에 비해서 김주혁이 연기한 '류진' 은 너무나 평면적이다.
'류진 이 진짜 나쁜놈으로 그려졌다면 어땠을까?
정말 악마같은 남자로 말이다.
날때부터 버림받은 존재인 주인공이 능력껏 여성들을 등쳐먹으면서 희희낙낙거리는 모습을 비중있고 강렬하게 묘사했어야 한다고 본다. 거짓말을 밥먹듯하고, 아무도 믿지않는 냉소적인 표정뒤에 진실인지 거짓인기 분간하기 힘든 상처입은 영혼을 캐릭터화 하는데 실패했다고 느낀다. 물론 외형적인 분위기를 벤치마킹한 것은 그럴싸했다. 하지만, 주인공 캐릭터의 진정한 매력은 외형적인 특징들에 상처입은 내면을 적절히 조합했어야 그 매력이 극대화가 되었을 것이다.

어릴적 오빠와 헤어진후 앞이 보이지 않게 되고, 주변엔 온통 자신의 재산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가득하다. 그래서 차라리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만이 상처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길이라 믿고 사랑따윈 필요없다며 스스로를 위안하는 위태로운 소녀 '아코' 와 '류민' 은 분명 어딘가 다르다. 매사에 신경질적이면서 자기방어적이던 초반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이기는 역시 쉬운일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많이 아쉽다.

물론 영화의 원작이 상당히 강렬하게 느껴지도록 한것은 분명 주인공 캐릭터에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정말 "사랑따윈 필요없어" 라고 되뇌이며 스스로 상처입지 않으려던 주인공들이 그 누구보다도 사랑을 갈구하게 되는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과정들 또한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도 사랑이 필요한 주인공들을 반어적으로 대변하는 제목이 던져주는 강렬한 쾌감이 원작을 아주 근사한 멜로물로 만들어 준 것이다.

그렇기에 서로 반목하던 두 남녀가 서서히 마음을 열면서 갈등하게 되고 드디어 진심을 허락하게 되는 과정의 전개가 중요하기에 스피디하게 전개하기보다는 드라마의 특성대로 서서히 다소 느린 듯 진행하는 것이야말로 극의 장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영화의 시간적 제한내에서 그러한 점을 부각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때문에 그런 원작의 강렬한 드라마적 특성을 살리기보다는 캐릭터와 화면의 아름다움으로 승부를 걸어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히려 독이되어 스스로를 옭아매어 버렸다.
아름다움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움이 느껴지도록 했어야 하지 않을까?
도대체 영화속에 등장하는 배경은 우리나라인지 일본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심하게 왜색이 느껴진다.
처음의 장례식장면이라던지, 중간의 축제장면같은 부분은 너무 일본색이 묻어나서 영화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느꼈다.
국내배우가 등장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이다.
미술 혼자 튀지 말고 전체적으로 영화의 흐름과 조화를 이뤘어야 했다.

그리고, 김주혁과 진구의 호스트명을 각각 '줄리앙' 과 '미키' 로 하지만 않았더라도 극에 몰입하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걸까 싶을 정도로 상당히 어색한 설정이 아닌가.
'줄리앙' 이 뭔가, '줄리앙' 이...
차라리 원작처럼 동명이인인 '류진' 으로 애초에 불렀으면 훨씬 괜찮았을것이라고 본다.
'줄리앙' 과 '미키' 보다는 '류진' 과 '태호' 의 조합이 훨씬 자연스러운데 말이다.

한국식 전통혼례에 한복이 아닌 기모노를 입고서 식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어색이 급기야는 원작에 대한 훼손이라는 소리를 들을 지경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본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서는 어디가 불편해도 불편할 수 밖에 없는거다.

앞으로라도 부디 리메이크는 더욱 신중하게 작업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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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조관오  
  캬~~~ 좋네요. 한 마디 한 마디가 귀에 속속 들어오네요.
보다가  2배속으로 봤지만,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