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홀랜드 드라이브 - 기억의 편린

영화감상평

멀홀랜드 드라이브 - 기억의 편린

1 이현우 2 2088 4
사람의 기억은 이기적입니다.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 기억하는 편식을 부리는데다 대상을 비비꼬아서 머릿속에 새겨놓곤 합니다. 가끔 다른 대상으로 대체시켜버리기도 하죠. 이런 모습은 꿈에서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개연성이 없는 것 같아도 실제 생활에서 아주 사소한 부분이 꿈에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한 가끔은 소원성취의 대리만족욕구를 꿈에서 충족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예지몽이니 하는 초자연적인 그것에 대한 경외심(샤머니즘? 무당?)이 일찍부터 생겨났었죠.

이런 쓸데없는 얘기를 서두에 한 이유는 바로 이 영화가 기억의 조각을 마치 헝클어진 퍼즐 조각같이 나열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듯한 기억의 편린들이 모여 영화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앞서 말했듯이 다이안의 머리 속에서 이뤄지는 기억(무의식)이 행하는 편식입니다.

1. 작은 시골마을에서 무비스타의 꿈을 안고 헐리웃에 온 다이안은 주인공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되고 싶은열망이 무의식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인 베티에게서 표출되는겁니다.

2. 개연성이 없는 듯 보이는  차사고장면의 배경(또한 영화의 제목이죠?)은 다이안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파티에 가기 전에 그 도로입니다. 자기 자신을 카밀라로 대체시켰고(대사가 같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증오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죽기를 바라는거죠.

3. 파티에서 코코도 나옵니다. 까칠해 보이는 그녀는 다이안의 얘기를 듣고, 대충 어떤 식의 캐스팅인지 감을 잡습니다. 손을 잠깐 잡아주는 친절을 보여준 그녀는 부서진 기억 속에서, 베티의 조력자(?)로 나오기도 하죠. 생판 남이 들어사는데 눈을 감아준 것.. 까칠해 보인 그녀의 성격은 정원에 개똥을 싸놓은걸 용납하지 않는 깐깐함에서 그대로임을 또한 알 수 있습니다 :-p

4. 이 외에도 꿈을 따라 왔다는 약간 모지란듯 보이는 남자의 모습은 다이안이 살인청부를 할 때, 카운터에 있던 남잡니다. 마찬가지로 자기 멋대로 짜여진 기억의 편린입니다. 대사가 인상적이죠. 반쯤 밤인상태...

5. 등등... 이런 모습은 아주 많습니다. 잠깐 본 남자가 마치 영화속의 마피아로 둔갑을 한 것이라던가(진실과 거짓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한 해석은 자의적), 리타가 가지고 있던 돈뭉탱이와 열쇠는 살업청부를 할 때의 그 것과 아주 흡사 하죠. 그러나 부서진 기억속에서 돈의 양은 많았고, 열쇠는 좀 더 이뻐졌습니다. 욕구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열쇠는 아마 시체를 볼 수 있는 방의 열쇠겠죠.

6. 다이안은 자위를 합니다. 울부짖으면서요. 사실 시간상으로 언젠지는 좀 헷갈립니다만 열쇠를 보아하니 죽은 카밀라의 모습을 본 직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환영을 보죠. 숙모와 그 남편이요. 이 분들에 대한 해석은 사실 두 갈랩니다. 별로 안 좋은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고, 베티에게 행운을 빌어준 걸로 봐선 좋은 사람일 수 도 있습니다. 후자로 해석하면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낀 나머지 자살을 했을 수도 있죠. 근데 전 사실 전자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행운을 빌어준 숙모부부는 굉장히 매끈한 차를 타고 가죠. 카밀라가 사고를 당하는 차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이 부분은 너무 자의적인 해석이라 조심스럽습니다.

7. 결론적으로 자살합니다. 숙모부부의 괴이한 환영을 보곤 총을 자기 턱에 대고 쏩니다(이 부분에서도 숙모부부가 좋은 사람들은 아니었을거 같더군요. 부서진 기억속에서의 모습은 숙모부부에게 바라는 희망사항이었을까요?).

너무 길어졌군요. 영화를 다시 보면서 이런 부분을 찬찬히 다시 훑어보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독이 불친절하긴 하지만 뮤지컬적인 요소, 스릴러적인 요소... 심리적인 묘사 등등.... 이런거 짬뽕시켜서 영화로 표현한다는게 쉬운게 아니거덩여.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약간의 전율도 오더군요.. 개인적으론 그랬습니다  : )


메리 크리스마스..


P.S 나오미 왓츠 너무 예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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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전승수  
저도 이와같은 논조로 글을 썼던 기억이 있네요. 지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린치 영화 전체를 보고 이 영화를 생각해 보세요~ 더 많은 전율을 느낄 수 있죠
7 조동현  
  긴시간 다 보고 나면 욕나오게 되는 영화.
감독이 뭘 의도하는지 파악하려면 두 번 정도 돌려 보면서 약 5시간 정도 머리 싸매고 끙끙거려야 알 수 있을라나?
여튼 재미난 스릴러물로 알고 접했다가 대략 실패했던 영화 중 하나입니다.
복잡한 거 싫어하는 분 절대 감상하지 마시길...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