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기봉이

영화감상평

맨발의 기봉이

1 키위 3 2018 5
굳이 이 영화의 장르를 구분하자면 '코믹감동드라마' 정도로 억지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왜 이 이야기를 먼저 언급하는가 하면 '코믹감동드라마'인 영화는 어디까지나 '코믹감동드라마'의 시각으로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달리기'는 밖으로는 '포레스트 검프'에서 안으로는 '말아톤'까지... 참으로 많은 영화의 단골소재였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니, 사람들은 '달리기'를 고통스러운 고행으로 느끼나 봅니다.
그래서 그 어려운 고행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 것이겠지요.
그만큼 이 '맨발의 기봉이'는 사실 그 제목부터 내용까지가 너무나 '뻔한' 영화입니다.
여기에 변함없이 보태지는 사실 하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멘트입니다.

사실 저는 '인간극장'을 통해 소개되었다는 실제모델 '엄기봉'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픽션'인지 알 수 없습니다만, 주인공이 정신지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는 것 외에는 아마도 영화적으로 덧붙여진 살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실화'는 영화에 +α 로서의 효과 외에는 별 큰 도움은 되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첫 느낌은, 주인공 '엄기봉' 역의 '신현준' 씨가 참 노력을 많이 했구나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제 기억 속의 그는, 데뷔작인 '장군의 아들'의 '하야시'와 '은행나무 침대'의 '황장군'의 큰 성공 이후 '퇴마록', '비천무'와 같은 '재앙급' 한국영화나 최근 '가문의 영광'같은 'B급 한국코미디'에 주로 출연해 왔습니다.
게다가 제대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 적도 없었습니다.
그는 최소한 제게는 연기력 보다는 분위기로 승부하는 배우로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그는 이 영화의 '엄기봉' 역에 어울리는 외모의 소유자는 아닙니다.
그의 키는 너무 크고, 마스크는 너무 서구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단점들이 눈에 거슬리는 것을 느끼지 못할만큼 호연을 보여주었습니다.
약간은 과장된 분장으로 인해 그의 캐릭터가 조금은 '만화적'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그와 함께 영화의 무게중심은 '엄마'역의 김수미씨가 잡아갑니다.
영화 곳곳에 심어져 있는 코미디 코드로 인해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영화는 김수미씨의 호연으로 무게를 잃고 넘어지지는 않습니다.
수십년간 '전원일기'를 통해 익숙해진 김수미씨의 할머니 역할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간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일용엄니'와는 또다른 그만의 깊은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또한 유명 개그맨에서 완벽한 영화배우로 변신한 임하룡씨의 첫 주연급 영화로도 기억됩니다. '범죄의 재구성'에서의 단역부터 시작해서 '웰컴 투 동막골'의 인민군 역할까지 그는 영화배우로서 일취월장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주연에 못지않은 씬수를 자랑하며 내면연기에도 도전합니다.
아직은 수십년간 정극연기를 해 온 배우들에는 못미치지만 수십년간의 코미디로 다져온 내공은 앞으로 그의 연기생활에 기대를 갖게 합니다.

또한 마을사람들 역할의 많은 단역배우들(유명배우 및 무명배우)의 자연스럽고 맛깔스런 연기는 이 영화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그러나 소재나 주제의 진부함에, 뛰어난 연출실력이나, 인상적인 화면구성 등도 전혀 보이지 않는 이 영화는 사실 'MBC 베스트극장'에서 제작되었다면 더 어울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많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아깝습니다.

사족으로, 컨추리꼬꼬 시절 라이브로 '가니가니'를 부르다 숨차하는 모습을 TV로 통해서 본 후, 가수로서의 '탁재훈'은 더 이상 인정을 할 수 없었습니다만, 엔딩타이틀과 함께 나온 주제곡에서는 의외로 그가 훌륭한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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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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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황하게 쓰셨는데 뭐 그냥 패스해도 될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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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고 연달아 태풍가지 봤는데 역시 패스해도 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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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또....주제곡때문에 영화봐야 되는건가 이거...@_@
안땡기는 영화인데 달리는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