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일기 - 15초 공익광고면 족하다.

영화감상평

6월의 일기 - 15초 공익광고면 족하다.

1 김명호 6 2945 6
6월의 일기 - 15초 공익광고면 족하다.

감독 :  임경수
출연 :  신은경, 김윤진, 문정혁
장르 :  주먹구구식 막무가네 스릴러

05년 9월 10일자 영국 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지는 미국 드라마 'CSI'와 관련하여 범죄자들의 유익한 과학수사 정보원이 되고 있다며 이를 우려하는 기사를 실었다. CSI는 일반인들에게 놀라운 과학수사의 세계를 보여주며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막상 실제 범죄와 대면하는 경찰업 관계자들에겐 이래저래 껄끄러운 상황을 안겨줄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CSI의 폐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풍부한 과학수사 지식을 얻은 덕분에 작품에 따라 리얼한 수사상황을 연출해야 하는 영화판에서도 이제 어설픈 묘사는 관객들에게 씨도 안먹히게 되었다.

'6월의 일기'가 왜 12월에 개봉했는지 개봉일부터 미스테리한 이 작품은 연쇄살인사건을 풀어헤치는 스릴러물 되겠다.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의 뜬금없음과 '오로라 공주'의 3% 함량미달에 아쉬워하며 한국 영화 속 취약한 스릴러물에 한줄기 빛은 아니더라도 괜찮은 완성도를 바랬던 '6월의 일기'는 스릴러는 커녕 쉣무비 계보의 한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당 영화는 두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연쇄살인범을 밝혀내는 스토리 라인이기에 그 어떤 장르의 영화보다 정확한 수사 상황의 연출과 추리의 타당함을 보여주어야 했지만 감독은 대체 스릴러물에 관심이라도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영화는 막무가네로 진행된다. 우선 몇가지 맛좀 보자.

1.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 시체는 부검을 하면서 왜 살해당한 시체는 그 때까지 부검을 하지 않은 것인가. 그렇다면 부검의에게 부검해 달라고 하면 될 것을 형사 둘이서 몰래 들어가 함부로 피해자 사체의 배를 가르는 짓은 무엇인가.
2. 육교나 피씨방등 사람들이 많이 있던 장소에서 사람을 대놓고 찌르고선 범인은 어떻게 유유자적 제지당하지 않고 귀신처럼 사라질 수 있었던 것인가.
3. 피해자들의 위 속에서 어떻게 일기가 들어있는 캡슐이 발견 될 수 있었던 것인가. 외부에서 강제적으로 삽입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피해자들이 이 캡슐을 삼켰어야 했는데 상황으로 보아 그럴 일은 만무하다. 
4. 결정적으로 '일기'자체의 억지스러움.
이 외에도 아주 많이 널려있으니 피치못할 사정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면 보는 내내 이런거 찾는 것이 오히려 더 쏠쏠한 재미를 보장해 줄 것이다.

형사와 연쇄살인범의 쫒고 쫒기는 긴장감은 이미 초반부에서 범인을 아주 쉽고 친절히 가르쳐준 덕분에 그런 긴장감은 애초에 물건너 간다. 범인이 밝혀졌음에도 범인은 전혀 어려움없이 유유자적 살인을 하고 경찰은 범인을 추적하지 않고 누가 언제 어떻게 죽을까에만 매달린다. 그렇다면 범인의 기발한 살인 행각과 피치 못할 사정? 사람 많은 공공장소에서 칼부림을 하고서도 잡히지 않고 사라지는 기발함(?)을 보여주긴 했다. 범인의 사정 역시 그 단편적 상황으론 충격적일진 몰라도 영화 전체적인 관계 속에선 전혀 녹아들어가지 않는다. 게다가 이렇게 가려했다면 '오로라 공주'처럼 범인에게 영화의 촛점이 맞추어져 있어야 했지만 당 영화의 비중은 두 형사에게 더 쏠려 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자기 딴에는 스릴러라 우기고 있는 당 영화는 후반부에 가서야 수줍게 본심을 얘기한다.
"친구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요"
아 이런 내성적이고 소심한 감독 같으니라고. 이 순박한 사나이는 우리나라 문화예술계가 사회문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회의 큰 고민거리인 왕따문제에 고뇌하고 아퍼했던 것이다. 그냥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고 왕따시키지 말라고 직접 얘기했으면 될 것을 1시간 45분 동안 빙빙 돌려서 얘기하다니. 장난꾸러기~! 다음부터 이런건 15초 공익광고로 만드세요. 그러면 서로 피곤하지 않고 메시지도 잘 전달되고 좋잖아요. 그리고 다음부터 스릴러물을 찍으시려거든 최소한 CSI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 정도는 봐주시는 센스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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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가을하늘  
  오랜만에 오셨네요... 싸이에서 블러그로 홈피도 바뀌었네요...
삽화와 재미있는글 한동안 못 봐서 섭섭했었는데.... 어째든 꾸벅~~
1 노재두  
  저도.. 3번이 상당히 궁금했어요;; 원래 캡슐 위에 들어가면 녹지 않나요;;
특수 캡슐을 사용한건가;;
이 영화보다 오로라공주가 훨씬 낳았다는...
1 김명호  
  가을하늘님 안녕하세요.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_^

노재두님. 저도 오로라 공주가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
1 데이비드베켐  
  난 저 "개나 소나"가 싫어...
1 Dark B;John  
  오랜만에 글 남기셨네요, 역시나 특유의 문체가 기분좋군요. 시원하달까요? 다만, 기대했던 일러스트가 없어서 아쉬움이 남네요...
영화는 정말 재미없었나 보군요?
1 김명호  
  안녕하세요. Dark B;John 님. ^^ 다음에는 꼬옥 일러스트를 첨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헐헐~ 영화는...정말 쉣이었습니다.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