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 오브 더 데드(Land of the Dead) -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 야유, 그리고 경고 .. [스포일러 가득]

영화감상평

랜드 오브 더 데드(Land of the Dead) -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 야유, 그리고 경고 .. [스포일러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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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오래 전에 70년대 말쯤에 나온 로메로의 좀비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리 나쁘지 않은 의미에서 강렬하고 충격적이었다. <랜드 오브 더 데드>를 조금 생각하며 보면서, 그리고 리뷰들을 찾아 읽어보면서 나는 예전의 그 영화를 포함해 로메로의 모든 좀비 영화들을 뜯어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스펙터클이나 액션이나, 특히 고어면에서 <랜드 오브 더 데드>는 첨단에 있지 않다. 그러므로 무언가 즉각적으로 즐겨질 수 있는 것을 바라는 관람자에게 <랜드 오브 더 데드>는 별로 줄 것이 없다. <랜드 오드 더 데드>의 새로운 점 혹은 즐겨질만한 지점은 캐릭터들의 설정에, 내러티브에, 의미심장한 정치적 메시지에, 상징에 있다. 학살을 당하고 지적 진화를 하고 복수의 행진을 하면서 좀비들이 관객의 공감을 잡아끌고 더 인간화되는 동안 인간들은 좀비 학살을 스포츠처럼 즐기며 자신들 사이에 자신들의 체제에 최고의 봉사를 하는 이까지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계층간의 벽을 쌓는다. 곳곳에는 감시 카메라가 번득인다. 그들은 인간보다는 좀비를 더 닮았다. 그 인간들을 향해 좀비들은 더 이상 맨손이 아니다. 그들은 도끼와 주방용 식칼과 몽둥이와 삽과 급기야는 총까지 든다. 그들 사이에는 일말의 동지애까지도 있다. 이 통쾌한 진화는  하필이면 '흑인'인 보스 좀비가 부유층의 전용 거주 빌딩인 피들러 그린의 오너이자 매니저인 카우프만이 딴에는 멍청한 좀비들 앞에서라면 안전할 것이라 여기고 들어간 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그 안에 주유노즐을 집어넣어 가솔린을 퍼부은 다음 불을 붙이는 결정적 '각성'의 장면에서 절정에 이른다. 왜 각성인가? 우리 '빅 대디'의 전직이 주유원이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에 좀비들이 자신들이 인간이었을 때 직업적으로 사용했던 듯한 도구들을 어찌할 바 모르며 이리저리 휘둘러대고 만지작 대던 장면이 떠오르시는가? 이 장면을 소외된 노동의 상징으로, 자신의 노동의 주인이기보다는 노예인 노동계급의 처지, 특히 곧잘 'living dead'라고 조롱당하는 '아둔한' 미국 노동계급의 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장면을 촬영한 곳이 '과거' 철강산업을 중심으로한 대표적인 산업도시였던 피츠버그의, 이제는 공동화되고 황폐화된 노동자 거주 지역일 가능성이 크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피들러 그린, 피들러 그린을 둘러싼 슬럼가들의 빈민들, 카우프만, 용병대 등등이 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도 거의 분명하다. 우리의 양심적인 주인공이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북적대지 않고 추운, 저 북쪽에 무엇이 있는지도 분명하다. 감이 안오는 분들에게는 <볼링 포 콜럼바인>이 힌트가 될 수 있다. 결국 <랜드 오브 더 데드>는 금권의 지배와 갈수록 심화되는 계층간의 골로 특징지워지는 21세기 초 미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이자 야유, 미국 노동계급이 언제까지나 'living dead' 상태에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경고이다.  즉, <랜드 오브 더 데드>는 매우 정치적인 영화이다. 그리고 정치적인 영화로 읽히지 않을 때 <랜드 오브 더 데드>는 별로 재미가 없다. 당신이 이미 벌써 <랜드 오브 더 데드>를 재미없게 보았다면 한번 더 보시라. 당신이 진정으로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지 여부가 판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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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mario  
  로메로의 (전설적인) 전작들은 나름대로 날카로운 비수를 품은 작품들이었습니다만 이 영화는 너무 대놓고 정치적이어서 오히려 진부하고 촌스러워 보이더군요. 뭔 쌍팔년도 의식화시대도 아니고... 허허
2 칼도  
 
제가 보기에 이전의 로메로 영화들 역시 이 영화보다 덜 정치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더 대놓고 정치적인 것으로 느껴진다면 그것은 아마 우리가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더 정치적으로 의식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게다가 영화가 정치적이어도 괜찮은 수준에 대한 기준은 정치에 대한 개개인의 관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떤 이는 발랄하다고 느끼는 여성을 다른 이는 경박하다고 느끼지요.
1 반짝이옷  
  랜드 오브 더 데드와는 반대로 현실에선  카우프만으로 대변된 지배층, 집권층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