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또 다른 나 -Under Suspicion-

영화감상평

내 안의 또 다른 나 -Under Suspicion-

1 이충환 0 1892 3
암울하지만 지독히도 현실을 예리하게 바라보는 아니 보여주는 카메라의 앵글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이미 2000년에 제작되었지만 국내에서 개봉되지 않은 영화입니다. 어쩌면 개봉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와 명예, 그리고 젊고 고혹적인 아내를 가진 세무변호사인 뭇 남성들이 한번쯤은 상상해 보았을 그런 남자가 태풍으로 인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기금파티에서 할 연설문을 교정하는데서 이 영화는 시작됩니다.
잠시 후 경찰로부터 걸려오는 전화 한통. 이것이 정상적으로-표면상으로는-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한 남자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전주곡입니다.
주인공의 정신세계는 마치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몰입하게 합니다.
“10분이면 끝날 겁니다”
그저 간단한 아주 의례적인 질문으로 끝날 것으로 생각되었던 수더분한 인상의 형사반장 할아버지의 심문은 점차 그 강도가 높아가고....
한 남자의 남에게 공개할 수 없는 치부가 점점 드러납니다. 이쯤되면 어디서 많이 보던 시츄에이션 되지 않습니까?
공권력 앞에 무기력하게 점차 피폐해져 가는 소시민의 정신세계를 보는 관객은 이제 관객일 수 없습니다. 바로 자신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우리는 지상을 통해 혹은 방송을 통해 수사권의 남용으로 인해 정신적인 피해를 당한 무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이 영화는 그 많았던 이야기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나이트메어, 고스트 다크니스 같은 영화를 만들던 스티븐 홉킨스에게 어디서 이렇게 섬뜩한 악마적 시각이 숨겨져 있었을까요?
물론 진 해크만이나 모건 프리먼의 완숙한 연기 탓도 있겠지만 스티브 홉킨스의 눈은 서서히 붕괴해 가는 한 인간의 영혼을 마치 즐기듯이 관음적으로 지켜봅니다.
이제 우리의 정신은 노련한 그리고 잘 다듬어진 형사 할아버지의 테크닉에 연마되어 자아와 초자아의 구분이 모호해 지도록 강요받습니다.
그리고.... 뒤따른 결말.... 대단한 반전은 애초부터 계산에 넣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미 혼돈의 세계에 빠진 정신은 선악의 구분에 별 반응을 나타내지 않은지 오랩니다.
도대체 이 감독은 관객에게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요? 우리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감성의 편린을 그것도 남에게 보여주기 지극히 곤란한 그 어두움을 스스로에게 재확인 시키고 싶었을까요?
영화가 종료된 이 시점에도 저의 의식은 어두워져 가는 푸에르트리코의 광장에 흩날리는 불꽃을 따라 무감각해진 나래를 그저 젓고 있을 뿐입니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