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인성의 비극

영화감상평

<모래와 안개의 집>인생과 인성의 비극

1 박천영 0 2129 2
2005.04.29 개봉 / 15세 이상 / 125분 / 드라마 / 미국


· 감 독
바딤 페렐만


· 출 연
제니퍼 코넬리(캐시 니콜로), 벤 킹슬리(베라니 대령), 론 엘다드(부관 레스터 버돈), 쇼레 아그다시루(나데라 베라니), 애슐리 에드너(베터니 버돈)


· 공식홈페이지
http://www.dreamworks.com/dvd_features_hosaf.html (국외)


· 헤드카피
그들이 집착하는 희망은 결코 함께할 수 없는 것이다!


· 네티즌 평점
★★★



*소슬感: 인성과 인생의 비극을 말한다.

북부 캘리포니아의 한 바닷가.
캐시는(제니퍼 코넬리) 아버지가 30여 년 동안 돈을 모아 마련한 집에서 이혼의 충격을 딛고 홀로 살면서 새로운 인생을 힘겹게 모색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주일 뒤에 집을 찾아오겠다는 엄마의 전화에 아침잠을 설치던 캐시의 집에 법원직원과 경찰이 들이닥친다. 세금 체납으로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며 퇴거 명령을 내린다.
캐시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 변호사를 찾지만 이란 출신의 이민자 베라니 (벤 킹슬리)가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그 집을 헐값에 사들인다. 베라니는 전망 좋은 이 집을 수리해 비싼 값에 되팔아 재기를 노린다.
그러나 아무도 자신을 도울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캐시는 레스터(론 엘다드)라는 경찰의 도움으로 집을 다시 찾으려 하지만 집을 둘러싼 싸움은 점차 심해지고, 베라니의 부인 (소레 아그다시루)과 아들 에스마일(조나단 아두트)까지 혼란에 빠지며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빠져드는데…….

단지 집 한 채를 둘러싼 이전투구로 보일수도 있는 이 스토리가 심각한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 이유와 과정을 알기위해서는 주요등장인물 네 사람의 입장에서 그들이 처한 상황과 내면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들의 연기력 또한 흠잡을 곳이 없다는 본인의 생각이니, 감상하실 때는 스토리의 흐름보다는 그들의 내면적인 변화에 좀 더 집중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캐시: 남편과의 갈등으로 이혼하고 청소부 일을 하며 힘들게 살고 있으면서도 그 이혼사실을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얘기하지 못했으며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있다’는 상태라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안으로만 가라앉아 어떤 삶의 의욕도 끌어내기 어려운 닫힌 마음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으며 이때에 행정상의 착오로 인하여 그녀에게 마지막 의지가 되고 있던 아버지의 피와 땀이 배어있는 보금자리를 빼앗기게 되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다. 도와줄만한 지인도 당장에 가지고 있는 돈도 없는 그녀로서는 정말 앞이 깜깜하고 세상에 홀로 던져진 고독과 슬픔, 그리고 분노가 남아있을 뿐이어서 보는 이의 입장에서도 안타깝기 그지없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베라니: 이란에서 온 이민자이자 퇴역군인이며 자신의 나라에서는 상당한 파워가 있는 장교였지만 흔히 말하는 줄을 잘못선 죄로 조국에서 강제 추방되어 낯선 땅에 와서 온갖 궂은 일들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려 하지만 (다른 이민자 동포들에게) 겉으로는 위신을 지키면서 살고자 하니, 가져온 돈도 거의 다 바닥난 상태가 되면서 마지막 희망으로 경매로 싸게 나온 캐시의 집을 구입하고 수리하여 몇 배의 차익을 남기고 되팔려고 하지만 캐시와의 갈등과 다툼은 잠재되어 있던 아내와 아들과의 갈등으로 증폭되어 그를 고뇌에 빠트리고 손을 들어 자신의 양심에 진지한 물음을 던져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되며, 가족을 지키고 좀 더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중년가장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본인의 나이에서는 그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구입한 돈만 되받고 캐시에게 다시 집을 돌려주려고 하지 않는 것을 결코 욕하기 힘들었으며 오히려 그에게 인간으로서의 연민과 아픔을 느끼게 되었고 다른 분들도 감상하게 되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레스터: 그는 아내와 아이 둘과 함께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으로 겉으로는 보여 지지만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와도 같은 아내에게 정이 있을 뿐 사랑은 느끼지 못하는 상황-대부분의 사람이 결혼해서 살다보면 그런 상황이 되는 것 아닌가 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그 상황이 꼭 옳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여 가족과 지인들에게 아픔을 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지만, 이들이 옳다 그르다 하는 것도 각자의 가치관과 마음일 뿐 누가 이것이다 하고 결론을 지을 수 있는가-에서 캐시를 만나고 그녀에게 걷잡을 수 없이 끌리는 자신을 느끼며 경찰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하여 그녀를 돕게 된다. 그로인해 전혀 관련 없는 제 삼자의 입장에서 이 참담한 비극의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또한 마음이 여린 한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니, 감상하는 분들은 이 캐릭터에게도 역시 안쓰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나데라 베라니: 베라니씨의 아내, 두 아이의 어머니, 남편으로 인해 조국에서 추방당한 여자, 중년의 불안함과 외로움을 느끼는 여성, 가족을 우선하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와 연민도 강한 우리들이 알고 있는 어머니. 그녀는 남편의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고 해도 살아가고자 하는 욕심에 대한 거부감과 그를 신뢰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딸과도 같은 캐시를 향한 연민의 가운데에서 모든 캐릭터 중에서 가장 민감하며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저려오게 하는 우리들의-세계의 어느 나라, 어느 곳에 살고 있어도 크게 다를 턱이 없는- 어머니이다.

이상에 설명한 등장인물들을 보면 의아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왜 나쁘거나 정말 악한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이냐, 이런 사람들끼리 얼마나 문제가 심각해져서 그렇게도 비참한 참극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는 것인지 선뜻 받아들기가 쉽지 않다. 정말 왜 그랬을까. 본인은 결론을 말씀드리지는 못한다. 감상평이니, 느낌을 위주로 글을 쓸밖에…….
이 작품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삶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근원의 문제인데, 그것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삼독이라고도 부르는 사람의 정과 욕심과 분노, 바로 그것이다.
이들 또한 이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조금만 양보해도 해소될 수 있는 일을 복잡하고 결론 없이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와 가족이 편히 쉴 수 있는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어려움과 마음의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 작품이 그렇게 쉽사리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고 사람간의 정, 거기서 피어나는 연민과 슬픔에 더해지는 분노를 알고 있다면 더욱 더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본인이 등장하는 인물들을 구구절절 설명하려 했던 것은 캐릭터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 이 작품을 받아들이게 되는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이었고, 그들 중에서 누구도 슬프지 않은 사람이 없고 고뇌 없는 사람이 없으며 불쌍하지 않은 사람이 없기에 그들이 내 주변의 누구와도 다르지 않으며 영화나 소설속의 상식을 벗어나는 상상만으로 창조해낸 허구의 인물이라고 하기보다는 언제라도 마주하게 되는 일상의 인물이기에 그들의 절절함이 더욱 가슴으로 다가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의 마음은 너무도 불편하며, 이런 작품을 감상하고 무슨 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만큼 원작소설의 명성에 버금가는 놀라운 감독의 연출력-상당히 유명한 CF감독 출신이지만 이 작품엔 경박한 광고 스타일의 이미지과잉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이 그의 극영화연출의 첫 경험이라는 것이다. 예의 CF출신의 감독들에게서 나타나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없는 물이 흐르는 것처럼 유유한 힘을 느끼게 하는 역량은 누구들도 타산지석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에 경의를 표하며, 이 작품의 감상평으로 지루하다거나, 그냥 마음 아픈 집 한 채를 둘러싼 싸움이었다 라고 말씀하신 분들에게는 실례가 되는 얘기겠지만 당신은 정신과 마음이 아직 너무 어린것이 아닙니까 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고, 진실한 삶을 진지하게 표현하는 영화는 거의 대부분 흥행에서 실패한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게 해준 우울한 작품이라고도 하겠다.

예술에 있어 명작이라 부르는 것 혹은, 대단하다고 일컬어지는 작품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는 것은 어줍지 않은 표현력뿐인 삼자의 입장에서 죄송할 뿐이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타인에게 이렇게 느끼시오 하는 것도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단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당신의 마음, 그 폭을 조금이라도 더 넓힐 생각을 언제라도 잊지 않고 간직하는 분이라면 이러한 작품은 접해보시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그 삼독(정, 분노, 욕심)에서 정말 벗어날 수 없는 것인지, 내 주위의 누구라도 카잔차키스의 조르바처럼 자유롭고 생명력이 넘치는 인물은 없는 것인지, 내가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소원은 갈망으로 끝날 것인지, 혼탁하게 끓어오르는 상념들을 남겨두고 글을 마무리하며, 인간의 인성, 그 우매함의 비극에 나는 침묵으로 대답할 수밖에…….

ps: 제니퍼 코넬리의 어릴-원스...아메리카-적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분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나이가 들어 싫다하는 분들도 있지만 세월에 따라 그것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역시 그녀는 외모도 아름답지만 이 작품의 얼굴따위 돌보지 않는 치열한 연기가 제니퍼를 더욱 멋진 여성으로 나에게 기억되게 할 것이다.

****http://kr.blog.yahoo.com/hugo7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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