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재미와 여성의 삶이 공존하는 너무 인상적인 영화

영화감상평

<줄리아>짜릿한 재미와 여성의 삶이 공존하는 너무 인상적인 영화

1 박천영 2 2097 3
짜릿한 재미와 여성의 삶이 공존하는 너무 인상적이고 존재감 있는 영화.

영국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위대한 연극배우 줄리아(아네트 베닝)는 자신의 배우 인생을 적극 외조 하는 제작자인 남편(제레미 아이언스)과 어른이 되어가는 아들, 그 외에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서도 누구에게도 솔직히 말하지 못하는 중년 여성의 속마음에 갑갑증이 늘어가고, 어느덧 인생의 반 이상을 지나온 자신의 삶에 권태와 염증을 느끼고 만사에 의욕이 없이 지쳐가던 중에 미국에서 건너온 톰이라는 청년의 적극적인 구애에 사랑을 느끼며 관계를 맺게 되고 생활의 활력을 다시 찾아가기 시작하는데…….

영화 초반부의 스토리만 보았을 때는 웬 또 우중충한 불륜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을 했고 시간낭비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정말, 나의 착각은 완전한 자유였다.

이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조금은 문란해 보이는 성관계와 노골적인 감정이 드러나는 대사들은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효과적인 장치이며, 이야기를 전개시켜 가면서 줄리아의 심리적인 변화와 그로써 야기되는 결말 부분의 통쾌함과 아릿한 느낌을 부각시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진지하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영화는 시종일관 발랄하고 스피디한 스타일을 고수하며 배경음악까지도 멋져버리는 악행으로 정신없이 나를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 작품이 주안점을 두고 그려내는 것은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나이 들어가는 여자의 떨림-예전에 이상 문학상을 수상했던 김채원씨의 ‘겨울의 幻;밥상을 차리는 여자’가 자연스레 떠올랐다-라고 할 수 있으며, 아네트 베닝은 <러브어페어>이후로는 최고의 연기력으로 그녀를 위해서 줄리아라는 역할이 탄생(진짜 그런 것 같다)한 듯 신들린 연기를 관객에게 선사하여 표정만으로도 보는 이를 기쁘고 슬프고 안타깝게 만드는 너무도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의 연극무대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원맨쇼는 내 마음을 두근 반 세근 반으로 만들었으며 그 장면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에 머리끝이 쭈뼛했을 정도이니, 여성들이 감상한다면 더욱 대단한 반응이 나오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고, 스크린으로 개봉되면 밀려드는 여성관객들의 파워만으로도 좋은 흥행성적을 거두지 않을까 싶다.

처음의 시큰둥한 예상을 완전히 백드롭 시켜주고, 심도 있는 의미를 내포한 주제에 즐거움이란 소스까지 듬뿍 얹어준 훌륭한 영화였으며, 라스트에서 아네트 베닝이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와인이나 샴페인이 아닌 시원한 맥주를 쭈우욱 들이키던 모습과 화면에 꽉 차도록 클로즈업 되는 그녀의 오묘한 얼굴과 눈의 표정-모나리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주위의 여성들이 그것이다-에서 뭐라고 말로하기 힘든 숨 막힘을 느껴버리게 되는 정말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http://kr.blog.yahoo.com/hugo7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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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000  
  빙 줄리아 구린영화인줄 알고 봤는데 의외로 참 재밌더군요.
나이든여자가 아들뻘 되는놈이 대쉬하니까 사죽을 못쓰고 디게 밝히네요.
우리나라 정서와는 좀 안맞지만 주인공의 연기 정말 대단해요.
1 박천영  
  아네트는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부문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죠. 드라마부문을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힐러리 스웽크가 수상했고.
아네트의 좀 젊은 시절에는 그 미모와 분위기 때문에 좋아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 와, 나이들어가는 여자의 감정을 저렇게까지 표현하는 배우가 몇이나 있을까 하며 감탄했죠. 더욱 좋아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