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누구나 비밀은 있다.

영화감상평

[모놀로그] 누구나 비밀은 있다.

1 김병두 0 2012 2

안녕한가. 모놀로그지 김병두 기자다. 오늘 이 시간에는 문화평론가 쏠리스트를 모셔놓고 영화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김병두(이하 김) : 안녕한가.

쏠리스트(이하 쏠) : 아 물론이다. 변태 영화 잡지 모놀로그 창간을 축하한다.

김 : 변태인줄 아직 모른다. 참아달라.

쏠 : 아 그런가. 그건 그렇고, 결혼생활은 원만한가.

김 : 무..무슨 소린가. 나 아직 총각이다.

쏠 : 뭐? 총각이라고??

김 : 자 영화이야기를 해보자. -_-;



여자의 첫사랑을 만족시키는 것은 남자의 마지막 사랑뿐이다. -발자크-



김 : 영화를 보았는가. 누구나 비밀은 있다.

쏠 : 그렇다. 방금 보았다.

김 : 아 그런가. 그렇다면 한마디로 영화평을 해본다면.

쏠 : 이병헌 멋있다.

김 : -_-... 좋다. 전체적으로 영화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쏠 : 우선 유쾌한 영화다. 색깔이 뚜렷한 세명의 여자와 너무도 완벽한 남자 한명이 펼치는 독특한 사랑이야기. 이런 소재를 이렇게 풀어내는 감독의 뇌를 열어보고 싶다.

김 : 아. 유쾌하다? 사실 나도 이 영화를 보면서 줄곳 느꼈던 것이 하나 있다.

쏠 : 뭔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해봐라.

김 : 보통 어떤 쌕쒸한 여자가 나타나서 한남자를 홀리고 그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영화들을 보면 그러니까 이를테면 요람을 흔드는 손 이라던가, 뭐 그런류의 영화를 보면, 그런 분란을 일으키는 여인네나 남정네들이 참 음란하고 왠지모를 어두움이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의 수현이라는 역할은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대놓고 까대는데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는 점이 참 특이한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쏠 : 이병헌이 잘생겨서 그렇다.

김 : 음..-_-? 당신 남자 좋아하는가.

쏠 : 이병헌은 참 잘생겼다. 시종일관 느꼈다. 어쨌든 기존의 이런류의 영화 주인공들에게서 느껴지던 공포감이라던가 음란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불륜, 혹은 섹스라는 소재를 아주 가벼우면서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독특한 시선처리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거기다 결과적으로 목적이 소위 가정파괴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내주면서 자칫 쓰레기 수현이라는 케릭터에서 '쿨한' 수현이라는 케릭터로 옮겨 갈 수 있었다는데 있겠다.

김 :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쏠 : 어떤 일 말인가. 돈 많고 얼굴 잘생기고 메너까지 좋고 능력도 있으면서 거기다 쿨하기까지 하고 완벽한 무드에 멋진 말에 유식함까지 갖춘 남자가 존재한다는 일 말인가. 그거라면 결코 불가능하다. 부유하면서 여유가 있다면 양아치가 되기 쉽고, 양아치는 유식하기 힘들며, 얼굴까지 잘생긴 녀석이 메너까지 좋고 거기에 쿨하기까지란 현실 세계에서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갔다가 다시 못빠져 나올 확률만큼 불가능에 가깝다.

김 : 너무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거 아닌가.

쏠 : .... 오늘 인터뷰 없던걸로 하자. 제길.

김 : -_-....;;



사랑은 벼락처럼 다가와 안개처럼 사라진다. -도플러-



김 : 여인네들 이야길 해보자. 여긴 여러 여인네들이 나온다.

쏠 : 그렇다. 이병헌이 아무리 잘생겼다 한들 여인네들보다 좋진 않다. 김효진 최지우 추상미, 다들 이쁘고 몸매좋고 매력적인 여인들이다.

김 : 혹시 당신 스타일이 있는가.

쏠 : 사실 다 나에겐 과분하지만 내 스타일은 없다.

김 : 뭐? 미쳤는가? 도대체 어떤 여인이 당신 스타일이란 말인가.

쏠 : 난 쭉쭉빵빵의 미인보다는 귀엽고 키는 좀 작더라도 눈이 아름답고 밝은 성격에 시원시원함이 있는 여인들이 좋더라.

김 : 그런 여자는 당신 안좋아 할텐데.

쏠 : .... -_- 그만하자.

김 : 아 미안하다. 김효진이 여기서 재즈 싱어로 나온다.

쏠 : 그렇다. 아주 인상적으로 보았다. 실제 몇개월동안 전문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로 노래도 배우고 좋지 않은가. 나도 영화배우나 해야겠다.

김 : ... 병원부터 가봐라.

쏠 : 무슨소린지 모르겠다.

김 : ... 음.. 좋다. 김효진이 연기한 미영이라는 케릭터에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도입부 남자에 대해서 말한 부분이라던가.

쏠 : 사실 울컥 했다. 그리고 내심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시종일관 미영을 보면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생각했다. 남녀의 근원적인 차이를 보여주면서도 결국 남녀는 하나의 꼭지점으로 모인다라는 점을 가장 극멸하면서도 잔인하게 증명해보인 케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김 : 극중에서 미영은 두명을 사랑한다. 그러면서 둘 모두 사랑하지만 서로 다르다고 말한다.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쏠 : 한마디로 말해, 비겁하다. 결국 넘주긴 아깝고 나하자니 싫고 이런 뭐같은 감정이 만나서 싫은건 상쇄되고 아까운것만 남은거 아닌가. 일종의 종신보험을 들어놓겠다는 심산이다. 그렇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 만약 졸라 귀여운 여자와 절세 미녀가 달려든다면 난 기꺼이 두 여인 모두를 사랑해줄 용의가 있다. 이건 그 어떤 형태의 양다리라던가, 비겁한 종신보험 같은게 아니다. 불쌍한 여인들에 대한 배려이자, 메너다.

김 : 니가 하면 로멘슨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지 않는가.

쏠 : 지금 너라고 했나. ... 무슨말을 하는지 역시 잘 모르겠다. 알아듣게 말해달라.

김 : 병원에 꼭 가봐라.

쏠 : 알았다. 여하튼 주목할만한 케릭터는 최지우가 분한 선영이다.

김 :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가.

쏠 : 그녀에게 수현은 젊고 잘생기고 가슴에 슬픔을 담고 있는 베르테르요, 헴릿이었다. 바흐만과 고정희를 술술 읊어대는 수현은 선영에게 있어 그녀가 말한 그 어떤 운명과도 같은 짜릿함이 있는 남정네였다. 그러나 그는 여동생의 남자친구다.

김 : 그거야 진영에게도 그렇지 않은가.

쏠 : 그렇지 않다. 진영은 아줌마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그 둘은 결코 같을 수가 없는거다.

김 : 또 그놈에 동전타령인가.

쏠 : 어쨌든 '공부만' 아는 그녀에게 그는 DC 12볼트 베터리 같은 남정내여서, 동생의 남자친구,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될 사람, 그밖의 도덕률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완전 눈깔이 뒤집혀 버린다. 얼마나 인상적인가. 눈깔이 뒤집힌 그녀는 자신을 더 사랑해달라고 울먹인다. 나에게 오라. 사랑해줄테니.

김 : 그만해라. 경찰 부르겠다.

쏠 : 좋다. 하여간 늦바람이 더 무섭다고 그녀는 아주 적극적으로 수현에게 매달린다. 그의 발장난에 게슴츠레 눈을 뜨고 있다가 동생에게 프로포즈 하는 그를 보고는 분노에 차서 레드와인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술도 잘 못하는' 그녀가. 가장 여자다웠지만, 그는 결코 여자가 아니었든, 마치 나는 한평생 사랑을 찾아 헤메었지만 결코 나를 사랑하지 않았구나 하는 싯구처럼 그는 섹스에 목메고 남자에 메달리는 여인네가 되어버렸다. 도덕을 신념처럼 여기고 살아왔지만 그렇기에 더 타락해버리는 그녀를 보면서 인생무상과 삶의 참의미를 깨달았다.

김 : ..... -_- 너무 앞서 갔다. 무슨말인지도 모르는 단어는 삼가달라.

쏠 : 죽는거 별로 안어렵다. 다들 입바른 소리하다가 죽더라.

김 : 협박하는건가? -_-;; 경찰 와있다.

쏠 : 아. 그런가. 활^_^짝



오,자유! 그대의 이름으로 죄악이 저질러지고 있나니 -로맹롤랑-



김 : .. -_-; 그렇다면 진영은 어떤가.

쏠 : 진영은 아줌마다.

김 : 그걸 물어본게 아니지 않는가.

쏠 : 그렇지만 이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그는 돈잘버는 산부인과 의사 남편이 있고, 눈에 넣어도 안아플 이쁜 딸이 있는 아줌마다. 그렇지만 여기에 맹점이 있다. 잘생기고 매력넘쳐흐르는 총각이 느끼한 말투로 '목선이 아름다우세요' 라고 한마디만 날려주니깐 완전히 무너져버린다. 수현이 미영을 얻기위해 칵테일 대신 데낄라를 택했고, 스테이크 대신 과일을 안주로 골랐으며, 선영을 유혹하기위해 바흐만을 읽고 고정희 시집을 들추었던 노력에 비해서 너무도 간단히, 뜻뜻한 말투로 욕망을 자극시키자 한번에 무너져버리고 만다. 이게 근원적인 차이다.

김 : 말이 좀 심한거 아닌가. 근원적이라니. 넌 아저씨 안될 것 같나.

쏠 : 물론 어디까지나 말이 그렇다는 거다. 알잖는가. 그렇게 물으면 바로 꼬리 내리는거.

김 : 난 궁금한게 있었다. 선영은 수현이 미영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자 격렬히 반발했지만, 진영은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그들을 보고서도 태연했다. 그녀의 속마음은 어떠했을까.

쏠 : 바로 거기에 아줌마의 진정한 매력이 있는 거다. 자신은 뚱뚱한 남편이 있고, 가족이라 더이상 쎅스도 하고 싶지 않다. 그와중에 수현에게 끌린다. 그리고 누구보다 더 강렬히 그에게 다가간다. 그렇지만 그녀가 미영과 결혼하는 그를 말리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그 어떤 강력한 틀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 어떤거 말인가?

쏠 : 말짜르지 말라. 잘 까먹는다. 그녀는 가정을 깨고 싶지 않았던 거다. 돈잘벌어다 주는 남편이 그리 싫은 것도 아니고, 주변의 시선이 두렵기도 했던 것이다. 거기다 수현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순진무구한 '처녀였던' 선영과는 달리 이미 닳고 닳은 아줌마인 것이다. 오히려 미영과 결혼하는 것이 진영에게는 더 큰 메리트로 다가오지 않았겠는가.

김 : 잠깐만. 우리 잡지는 만 15세 청소년들도 보는 영화 잡지다. 이건 너무하지 않는거 아닌가.

쏠 : 또 앞서간다. 제발 앞서가지 말라. 내가 하는 말은 어디까지나 말이 그렇다는 거다.

김 : 지금 무슨말을 하는지 알기나 하나.

쏠 : 병원어딘가. 경찰도 와있다고?

김 : .... -_-

쏠 : 미안하다. 아직 총각이라 그렇다.

김 :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바를 수현의 독백을 통해서 밝히고 있는데...

쏠 : 그렇지 않다. 수현의 독백은 말그대로 개소리다. 이 영화의 주제는 남자는 잘생기고 돈많고 능력있으면 장땡이다. 이거다.

김 : 그게 피해의식이 아니면 뭔가.

쏠 : 니는 안부럽던가.

김 : 부럽더라. 사실.. -_-;;

쏠 : 이 영화는 감춰져있던 여인네들의 억눌린 감정을 확 까발려 드러내보이고, 그걸 교묘히 이용해서 어떻게 하면 꼬셔먹여 볼 수 있을까를 아주 잘 보여준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이병헌 짱이다.

김 : 됐다. 의미같은건 관두고, 이 영화에서 주목해볼만한 점은.

쏠 : 흥행에는 실패했다. 장현수 감독 돈벌이 안되지만 재밌는 영화 잘 만들기로 소문났다. 이 영화도 그런면에서 참 흥미롭다. 세명의 시선으로 나눠본 화면처리라던가, 화면을 교묘히 엮어놓는 편집이라던가, 수현이 부리는 다양한 스킬이라던가.. 한번쯤 봐줘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그런 영화이겠다.

김 : 장시간 이야기 하느라 수고가 많았다. 다음에 또보자.

쏠 : 아, 다음에도 보는건가. 여자 기자로 바꿔달라. 이왕이면 귀여운 스타일로.

김 : 미안하다. 아직 예산부족이다. 다음에 보자.

쏠 : 그래. 악수는 안할란다. 아까 볼일보고 손 안씻는거 봤다.

김 : -_-;; 미안하다. 안묻으면 안씻는다.

쏠 : 여자기자로 바꿔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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