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영화감상평

봄날은 간다

G 슈카 1 1969 1
박병선 님의 글로 제 감상을 대신합니다.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져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정말 내 얘기야'하고 고개 끄덕이며
봤을거다. 그게 상우의 입장이든 은수의 입장이든
(사실 은수는 많은 여자들이 공감하는 캐릭터이다)

영화 봄날은간다는 사랑이 변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사랑이 왜 변하는지에 관해선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내내 사랑의 옹졸한면과 유치함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허진호이지만 그는 딱잘라 잔인하게 말해준다.
'사랑은 변한다.'라고....

그들의 사랑을 이어주던 매개체 라면은 나중엔 균열의 암시가 되어버린다. 라면맛이 변한것도 아니다.
그저 계절의 변화처럼 감정이 변한 것 뿐이다.
사랑할 땐 장점으로 보여 시작을 했건만 사랑이 변할땐 그 사람의 단점으로 보이듯이 이유란 없다.
그래서 헤어지자던 은수에게 '내가 잘할께'라는 상우의 말이 아무런 설득력이 없음을 통해 허진호는 그의 생각을 드러낸다.
두사람 모두 무엇을 잘해야하는지 모른다.

영화 종반부에서 상우는 릴데크에 녹음되어 있는 은수의 콧노래를 듣는다.
은수는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테입속의 은수는 지금의 냉정한 은수와는 전혀 다른 기억속의 그녀일 뿐이다

상우가 은수에게 그 험한꼴(?)을 당하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매달렸던건 과연 은수일까? 아니다 상우가 놓지 못한건 은수가 아니라 봄날의 기억이다.

사랑을 해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사랑의 단계에 있어서 처음의 강렬한 감정은 너무도 짧고 다투고 서운해하고 아름답지못한 모습을 보이는 시간이 훨씬 길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미련을 갖고 추억하는 그 긴 시간을 덮을 수 있는 이유는 처음의 그 강렬한 기억때문이 아닐까.
그것도 모자라 그 강렬한 기억은 자신이 믿고 싶은 방향으로 사실과 기억들을 왜곡해나간다.

그런면에서 봄날은 간다는 메멘토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강렬한 기억이란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 할머니처럼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옷을 사주러 다니던 봄날의 젊은 할아버지의
사진만 인정할 뿐 바람피고 자기를 버렸던 노년의 할아버지 사진은 기억하려하지 않게 하기도 하고
메멘토의 레너드 처럼 이미 복수를 했음에도 계속된 복수극을 하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두 영화의 엔딩 자막에서 공통적으로 빠진 배역은
사랑의 히로인이기도 하고 이유없는 살인자이기도했던 기억이란 놈이다.
우리의 삶에도 기억이 주인공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면서 많은걸 기억하고 또 잊어간다.
추억하고 싶은 부분도있고 떼어내버리고 싶은 부분도 있고
그런 와중에 두 영화처럼 기억에게 주연자리를 빼앗기기도 한다.
사담이지만 난 요새 기억상실증을 꿈꾼다.
사람에게 있어 기억이란게 얼마나 병들게 할 수 있는지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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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woopi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  공감 10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