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임다_문제되면 지워주셈_위험한 질문, 종교도 매트릭스?

영화감상평

펌글임다_문제되면 지워주셈_위험한 질문, 종교도 매트릭스?

1 김아람 2 2119 0
'매트릭스 광' 현각스님
'매트릭스 2 리로디드'관람기

위험하 질문..종교도 매트릭스?

매트릭스 2 리로디드는 전편
매트릭스가 제기한 존재, 또는 주체에 대한 질문을 더 확장시킨다.
그 방향을 놓고 여러가지 해석과 함께 논란도 나오고있다. '하버드에서 회계사까지'
의 저자인 현각싐은 매트릭스를 10번이나 본 이 영화의 열혈 팬이다.
현각 스님의 매트릭스 2 리로디드 관람기를 싣는다.편집자(--;저 아님)

1편..'더 원'이 세계를 구할것이다.

종교는 때때로 위험하다. 진실한 믿음은 마음을 해방시키는 혁명이다. 하
지만 종교지도자들에게 이러한 혁명은 종파에 상관없이 매우, 매우 위험한
것이다. 혁명을 두려워하는 종교적 도그마 자체가 매트릭스이고, 우리는
그 매트릭스로부터 자유로와져야한다.
지난 주, 이집트 정부는 매트릭스 2 리로디드(이하 리로디드)의 상
영을 전면금지했다. 금지된 이유는 폭력이나 선정성때문이 아니라 인류창
조에 대한 전통적 종교관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과연 이것이
중동지역 특정종교 하나의 편견에만 국한된 문제일까 아니다.이집트 문화
검열국장이 밝혔듯, "이 영화가 금지된 이유는 인간의 실존과 창조같은 주
제를 다루기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가 종중하고 신봉하는 3대 유일
신 종교(이슬람, 유대교, 기독교)모두와 관련된다."
2003년 현재의 "현실세계"에서조차 이처럼 곤란한 질문은 위험하다.실
존의 본질 자체에 대한 질문은 기존 종교체제를 전복할 수도 있기 때문이
다. 우리가 어떻게 또 왜 창조되었는지 묻는 것은 위험하다. 종교의 권위자
들은 말한다.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우리는 단지 거기 놓였을 뿐이다. 시
스템에서 자유로운 선택의 자유는 우리에게 없다. 당신은 매트릭스를 믿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진실한 믿음을 위해 매트릭스에 도전해야만 한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내가 여기까지 왔는가" "맹목적 신앙은 진실한 길인가
아니면 거짓인가" "이 방대한 시스템의 설계자 내지 프로그래머는 선한가, 악한가"
리로디드는 매우 변혁적인 영화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안주해온 맹복적인
종교적 믿음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서 놓지 못하는 믿음을
뿌리부터 뒤흔든다. 내가 접한 대중문화 가운데 이만큼 멋진
통찰을 보여준 영화는 드물다. 인간 밖의 유일한 권력을 믿는 제도화된 종교들은
또다른 형태의 통제와 지배, 즉 인간의식을 지배하는 매트릭스에 불과하다.
우리가 조심하지 않으면 종교 자체가 일종의 매트릭스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2편..구원자 "더 원"은 없다

매트릭스 1편은 스스로 깨달은 니오가(--;네온데..) 인간의식을 지배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매트릭스에 승리하는것으로 끝난다. 초영웅적 존재인 니오가 인류를
구원하러 옴으로써 선지자의 예언이 실현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겉으로 보면 감독들이 이런 생각을 은근히 유도하면서 관객이 모피어스처럼
맹목적으로 생각하도록 유혹한다. 우리가 예언을 따르기만 하면 초인적인 '더 원
(The One)이 세계를 구할것이다. 이야기 끝
그러나 리로디드는 이런 생각을 완전히 전복시켜 버린다. 모피어스가 절대적 신념을 가지고
떠받드는 예언자 오러클(--;라클)은 매트릭스의 권력에 봉사하는 컴퓨터프로그램일 뿐이다.
오러클은 매트릭스의 "어머니"이고 시스템의 완전통제를 돕는다. 니오가 모피어스에게 말하듯
"예언은 거짓이었다. '더 원'의 목적은 그 어떤것도 끝내는게 아니야. 그건 또 다른 통제
시스템에 불과했어" 바로 이런 전복성이 이 영화의 뛰어난 면이다.
어떤 사람들은 종교적 용어와 상징만 보고 이 영화가 자신들의 종파적 종
교관을 입증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1편에선 세계를 구원하는 '더 원'이
단순한 정답인 듯도 하다. 그러나 2편은 "정답"대신 모든 위대한 종교들
이 가르쳐온 일, 즉 질문을 제시한다. 사람들이 안주해온 신앙체계를 전복
하고 무너뜨린 다음, 우리 실존의 본질 자체에 대한 큰 질문을 던지는 것이
다. 맹목적 신앙은 정답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니오는 오러클로부터 모피
어스에게 전해진 맹목적신앙을 이제 버려야 한다고 깨닫는다.
따라서 리로디드는 종교적 확실성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어떤 도그마나 예언을
반드시 믿어야 한다는 쉬운 신앙을 주창하는 영화도 아니다. 쉬운 정답 대신 위험하
고 심오한 질문을 제시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집트에서 상영금지된 것이다.정치적
이건 민족적이건 종교적이건 아무리 확실해 보이는것일지라도,우리는 맹목적으로
따르는 대신 질문해야한다.
니오와 설계자의 만남 역시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니오는 두개의 문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 한쪽으로 가면 시온을 구하지만 연인은 죽는다. 다른 한쪽으로 가면 연인을
구하지만 시온 주민 모두가 멸망한다. '더 원'의 사명은 인류의 구원이다. 예언에 따
르면 그것이 니오의 목적인 것이다. 시온을 구하지 않으면 니오는 '더 원'이 될 수없다.

당신 자신이 당신을 구한겁니다

그러나 니오는 예언으로부터 자유롭게 행동하기를 선택하고 트리니티를 구함으로
써 설계자에 맞선다. 예언의 계획 대신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을 따름으로써, 궁극적인
힘은 설계자가 아닌 바로 인간자신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인과법칙을 넘어서고 매트
릭스 시스템의 설계자와도 대결한 니오는 홀로 서있다. 인간의 도덕적 조건에 대한
책임은 오직 인간 자신에게 있을뿐, 개인의 자유의지보다 더 큰 절대적인
가치가 있는것은 없다. 니오의 말처럼 "선택, 문제는 선택이다."
만일 신앙에 대한 전통적 지지를 철회했다면, 리로디드에서 종교적 믿
음이라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하는가 1999년 인터넷 채팅 인터뷰 중"이
영화에서 신앙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감독 워쇼스키 형제
스스로 답한 바 있다."(우리가 관심 있는 문제는)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이다."니오가 시온에 돌아왔을 때 한 청년이 "당신이 나를 구했어요"라고
외친다. 그러나 니오는 퉁명스럽게 답하기를 "아니요,당신 자신이 스스로
를 구한겁니다.그는 예수와 마찬가지로 "너를 구한것은 네 믿음"이라 말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처럼 사람들은 누군가 "다른"이가 "나를"구
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더 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허나 니오도 인간 밖
의 수퍼맨이 구원자라고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우리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이뤄진 리
로디드 비평가운데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불교적 영향을 받았는지 언급
한 것은 드물다. 1999년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쓴 워쇼스키 형제는 불교
가 그들의 사상과 시나리오에 큰 영향을 끼쳤느냐는 질문을 받고 "예스!"라
대답했다. "불교와 수학, 특히 양자물리학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고 그 둘이
접합하는 지점은 더욱 그렇습니다.우리 둘다 오래전부터 불교에 매혹되었
습니다.
한국에서 많은 관객이 이 점을 놓치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는 무지와 미
몽에 빠져 잠들어 있으며, 자신의 노력을 통해서만 스스로 깨닫고 또 다른
사람들이 깨닫도록 도울 수 있다. 한편 니오가 오러클을 만나러가는 장면
에선 종교물품 벼룩시장이 등장한다. 힌두교 신,성모 마리아, 예수상 등
이 보인후 마지막으로 카메라는 불상을 비춘다. 화면 속의 부처는 명상자
세로 앉아 자기마음의 본질을 관조하고 있다. 니오가 오러클을 만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비춰진 종교의 이미지가 바로 이것이라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1편의 마지막 부분에는 니오는 마치 최후의 초영웅 '더 원'처럼 보인다. 하지만
2편에서 밝혀지는 놀라운 사실에 따르면 니오는 "수학적 완성"의 여섯 번째 예외,
여섯 번째 구원자이다. 흔히 상징 기법을 사용하는 영화에선 과연 이 여섯
버째라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불교에 매료된 감독들의 답은 명료하다.
불교에서 2500년전 나타난 석가모니 부처는 고해의 매트릭스인 이 우주에 나타난
여섯 번째 부처로 간주된다. 고전불경에 따르면, 새로운 우주가 나타날 때마다
새로운 부처가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태어나고 다시 또 태어나고 나는 중생들
가운데 다시 태어날 것이다."
리로디드가 던지는 화두는 바롸 믿음이다. 이영화를 감상하기에 따라서는 대중
문화가 성서나 불경처럼 올바로 종교적 믿음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_200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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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김득인  
  김아람님..정말 고맙합니다.^^ 이 글 읽고 싶다고 쪽지 보낸 사람인데요..이렇게 올려서  더 많은 사람이 보는게 낫군요...잘 읽었습니다
1 김아람  
  흠...;고개 숙이고 쓰다보니 오타가 좀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