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브, 그 뻔함의 아름다움.

영화감상평

튜브, 그 뻔함의 아름다움.

1 치우천황 2 1806 0
대구 지하철 참사와 맞물려 개봉을 미루게 되었던 영화 튜브가 이제서야 관객들에게 선을 보이게 되었다.

그렇다면 쉬리 이후 자본이 영화판으로 유입되면서 장르적 다양성은 커진 반면 돈 까먹으며 작가주의 놀이를 한 감독들 덕에 죽을 써온 작금의 현실에서 튜브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블록버스터라고는 하지만 장르적 속성도 잡아채지 못하고 비틀기는 더더욱 못하는, 오락성조차 관객들에게 쾌변의 기쁨처럼 찾아주지 못하던 영화판에서 말이다.

우선 튜브는 매우 전형적인 액션 영화라 할 수 있다.

물론 헐리우드에서야 아무리 허접한 제작비로 만들어진 액션영화도 전형적이 될 수 있다지만 우리 현실에서 그렇기는 쉽지 않다.

왜그러는지는 몰라도 예스터데이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같이 감독의 폼잡기와 지적편향을 위해 관객들을 졸음으로 내모는 영화가 더 많았으니까...

튜브는 국가에서 써먹다 내다버린 강기택이라는 특수요원이 벌이는 지하철 테러와 이를 막는 장형사 간의 대결구도를 그린 영화다.

이러한 설정은 Michael Bay 감독의 The Rock 설정과 유사하며 멈출 수 없는 지하철은 Speed와 유사하다.

그리고 영화의 전반적인 전개 역시 이러한 성공한 액션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아예 대놓고 벤치마킹을 했다고 하는게 옳을 것이다.

그럼에 따라 인물들은 도식화에서 한발자욱도 벗어나지 않으며 네러티브의 매끈함 대신 중간 중간 보여주기에 더 치중하고 있다.

특히 지하철 중앙통제실 요원들이 인질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당연한 미덕이겠지만 그로인해 실감은 더욱 떨어지고 지나치게 뻔한 연기였단 생각이 든다.

실제 그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과연 영화 안의 그들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까. 어쩌면 이 지독한 불신이 인질들의 공포보다 휠씬 큰 것인지도 모른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집필한 튜브는 스스로가 던져놓은 상황의 아이러니에 묶여 현실성과는 타협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작용한다.

무엇보다 지하철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장형사가 벌이는 악전고투를 종국까지 끌어내기에는 구조적인 모순이 큰 탓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지하철 바닥에 뚜껑을 만들어 장형사가 인질에게 접근하는 장면에서 감독이 했을 상황적 모순에 대한 고민을 읽을 수 있다.

그밖에도 드러나는 헛점들, 처음에는 장형사가 죽을 고생을 해서 분리한 연결선이 인경은 너무나 간단히 해내는 장면이나 아무튼 굳이 세심하게 살피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한국 영화판에서 이 정도로 다른 곳에 눈돌리지않고 선이 분명한 액션영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액션영화의 필연적 요소인 속도감과 볼거리라는 면에서 튜브는 분명 여타의 목에 힘들어간 영화들과는 다르다.

처음 도입부 공항 총격씬과 중반의 폭파씬. 그리고 여타 장면들은 긴박한 음악과 장면의 효과적인 전환과 맞물려 관객들에게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주었다고 본다.

비록 헐리우드 영화들의 그것을 그대로 따르고는 있지만 솔직히 그러한 뻔뻔함이 미덕일 수도 있을만한 가능성을 튜브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얼만큼 앞으로 거대자본이 투자되어 그만큼의 거대한 이데올로기 혹은 작가주의를 표방할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한때의 시류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본기가 튼실하게 뿌리내리도록 하나의 장르가 자리잡게 되는, 그래서 다양성의 시점에서 들여다보는 영화판의 시작에 튜브는 그 나름의 깊은 자욱을 남긴 샘이다.

비록 제대로 된 칭호를 얻지는 못하겠지만 백운학 감독의 뚝심과 고생한 배우들에게 작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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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G 율무차  
  블루처럼 관객에게 외면당하는...영화
1 조영호  
  튜브가 '사이렌'이 될지 '리베라메'가 될지는 관객몫이지만 그래도 '예스터데이'같은 아쉬움은 어쩔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