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을 보고....정말 너무 하네요...
영화는 영화일 수 밖에 없지만...사실성보다 메세지를 강조한 시나리오, 연출이라고 하지만...너무 사실과 동떨어지다보니 보는 내내 기분이 찝찝하더군요
김기덕 감독이 해병대 출신이라 들어서 영화 내용을 떠나 그래도 다른 영화들보다는 해병대원들의 군생활에 대해 사실적으로 표현되었겠지 하는 기대에, 군생활의 향수를 느껴 보려 이번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영화상의 부대도 제가 있었던 곳과 비슷하더라구요, 저도 99년 여름에 장동건이 속한 부대가 수행하는 임무와 똑같은 해안방어를 경험했거든요.
근데 첫장면부터 실망이더군요. 가장기본적인 전투복과 팔각모가 미군의 그것이더군요. 철모도 미군꺼, 총은 K2도 아니었어요. 그나마 군화는 쎄무 워커라 다행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봐줄수 있습니다. 소품을 구하기 어려울수 있으니 비슷하고 구하기 쉬운걸로 할수도 있죠. 그러나 생활하는 모습에 대한 너무 잘못된 표현은 정말 화가 나더군요. 감독이 정말 해병대를 한번이라도 겪어 봤던 사람인가 하는 의문은 차지하고, 그래도 해병대가 등장하는 영화인데 해병대 출신 예비역이나 해병대 관계자들과 한번의 상의라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병은 김상병, 강상병 하는 호칭이 아니라 이병, 일병, 상병, 병장에 관계없이 ㅇㅇㅇ해병이라 부릅니다. 또 병들끼리 자부심도 강해서 하사나 중위에게 맞거나 고분고분하지도 않지요. 하사역시도 중위에게 맞거나 꼼짝못하지 않습니다. 중위가 썬글라스를 쓰고 다니지 않나, 실탄이 든 탄창을 들고 다니기도 하고(실탄이 든 탄창은 캔통이라는데 넣고 열쇠로 잠궈서 가지고 다니죠), 여름인데도 모기장도 없이 근무를 서거나 자더군요.(실제로 해안에는 모기가 너무 많아 근무설때도 모기장을 칭칭감고 섭니다.) 이것말고도 신경을 거스리게 하는것들이 많았지만 가장 화나던 장면은 일병이 상병한테 개기던 장면이었습니다. 타군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해병은 기수를 중요시 여겨 제대하고 나서도 나이와 관계없이 기수가 낮으면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씁니다. 그만큼 위계질서가 강한 해병대에서 이 장면은 정말 상상할 수 도 없는 것입니다. 설사 그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그 놈(일병)은 동료들한테 몰매 맞고 다른데로 전출가겠죠. 해병대에서 이런 하극상이 일어나는 모습이 묘사된것 자체가 기분나쁘군요.
지원해서 입대하여 해병대라는 이름 석자에 자부심을 느끼며 똑같은 월급에 타군보다 훨씬 고생하며 군생활 하고, 전역 후에도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라는 생각으로 똘똘 뭉치는 해병대 현역. 예비역들이라면 누구나 이 영화를 보고 기분 더러웠을 겁니다.
근데 진짜 김기덕 감독이 해병대 출신 맞나요?
13 Comments
이 영화가 김기덕이 아니고 이상한 감독이 만들었다면 아마도 그냥 넘어 갔겠죠. 게다가 이 영화 광고에서 김기덕의 해병대 출신임을 강조했고...제가 본 글 중에는 김기덕이 군대에 관한 영화를 평소에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서 더더욱 사실성에서 기존의 영화에 미치지 못한점이 아쉽더군여. 전 개인적으로 사주경계하는 부분에서 웃었습니다. 아마 극장서 봤으면 중간에 나왔을지도...사주경계를 그렇게 옹기 종기 모여서 하는 군대는 처음 봅니다. 그것도 대간첩 작전중인 해안초소 부대가 말이죠.전 강안초소 근처에서 군생활했는데 다리에서 점프해서 자살한 시체하나가 떠 내려온 사건 하나 떔시 5분대기 출동에 전 부대 비상걸리도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것도 없더군여.
김기덕의 영화를 엽기로 보신다니 좀...엽기라는 말은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날수 없는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것들을 말하는데....그가 만든영화들은 우리가 실제로 겪기는 힘들지는 모르지만 분명 사회 어딘가에서 일어날법한 일들입니다. 나쁜 남자에서도 그랬고 수취인불명에서도 그랬습니다. 우리는 겪지 못했지만 그 시대에 그 동네에서 충분히 있을법한 일들...그래서 해안선이 웃겼던겁니다. 그 시대(시대적으로 해안선은 현재입니다.)에 그 동네(해병대라는 곳)에서 일어날법한 일들이 절대 아니었다는 거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