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THE HOURS 디 아워스 ..답변

영화감상평

[re] THE HOURS 디 아워스 ..답변

1 dodozart 1 2223 5
영화를 보신분들을 위해 씁니다.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 이 게시판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삭제해주십시오.*

사실 버지니아 울프 소설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했다고는 ,도저히 말씀드릴수 없으나
박상현님의 질문에 대해 아는만큼만 허접답변 올릴께요.

1. 꼬마 여자아이와 로라(줄리안무어)는
  동일인물이라는 단서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꼬마의 이름은 '안젤리카'죠.
    하지만, 설정을 그렇게 했다면 영화가 좀더 현실적으로 보였을 거란 생각은 듭니다.

2. 이 영화의 공간은 두개의 차원으로 나눠지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 두 세계사이엔 실제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있다면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버지니아의 소설책 한권이죠.
 
  - 버지니아의 공간
  - 리차드라는 고리로 연결된 로라와 클라리사의 현실 공간

버지니아의 공간에서 그녀가 생과 실존에 관한
본질적 통찰을 담은 소설을 썼다면,

로라와 클라리사의 공간은 그 통찰이 바탕에 흐르고,
소설이 재현되는 현실 세계겠죠.
버지니아가 썼던 것과 닮아있는 현재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리차드라는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물론 버지니아의소설이 로라에게 어떤'인식'을 일깨우기는 합니다)

버지니아의 공간에서
결국 그녀는 소설 속에서의 시인을 죽게하고
또 스스로의 통찰 대로 자살을 선택하죠.
현실공간에서는 그 역할을 리차드가 담당합니다.
즉, '시인이 죽을거에요'에서의 시인은 버지니아 자신이고,
동시에 버지니아의 또다른 자아인 리차드입니다.
(여성의 또다른 자아로 남성을 배치한다는건..
어찌보면, '이건 여성만의 문제 가 아닙니다. 모든 인간의 문제입니다'라는
의도로 읽을수도 있을듯합니다만 별로 성공적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반면 살아남은 사람은, 로라와 클라리사입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않는 세계',
'사소한 것들로 가득찬 세계'
에 관한 실존적 인식을 갖게되고,
그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려했으나
결국 자기의 생을 찾고
마지막까지 살아남게 되는 이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을 선택한 사람들이죠.
이것은 버지니아의 '생의 긍정'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긍정의 댓가",  "인식의 댓가",' 삶이 계속되기 위한 댓가'를 치른 사람이..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시인"-버지니아, 리차드 입니다.
이들의 죽음은, 절망의 결과라기 보다는...인식의 결과라 보고싶네여.
그들은 자신의 생이 이미'끝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죠.
시인인 그들은,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이미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생에,
실제적인 종지부를 찍을 수 밖에 없었을것입니다.
죽음/생의 끝과 정면으로 맞서는것.
이것은 또다른 의미의 '생의 긍정'입니다.

결과적으로, 리차드의 죽음을 통해, 로라와 클라리사는 자신의 삶을 찾게 되었고.
레오나드 역시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됩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버지니아는  소설을 쓰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자아를 닮은 '시인'을 죽게합니다.
그리고 소설속의 시인처럼 자신도 자살합니다.
로라와 클라리사, 리차드의 공간에서는
버지니아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현실의 공간입니다.
여기서, 리차드는 버지니아의 소설 속 의 '시인'처럼, 자살합니다.

아, 어느 싸이트에선가, '세 여인의 각각의 키스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던데...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버지니아의 키스 : 고통속에서의 발작적 몸부림, 갈망
로라 : 고통의 인식, 이해, 그리고 자살을 결심합니다.
클라리사 : 고통으로부터의 해방, 현실과의 화해, 생의 긍정.


이상, 지극히 개인적인 이해, 내지는 오해의 허접 답변이었습니다.dodozart.
************************

쩝..아쉬움에 몇자 더 적어봅니다.

왜이리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영화일까요.,
편집은 가히 예술이었고, 배우들의 연기는, 지나칠만큼 훌륭했는데 말입니다.

특히 세 여주인공의 연기는 일품이었죠, 그러나...

1. 니콜키드만은 기차역에서 붙잡혀, '나는 살아있고 싶어'라는 절규를 외치기 전까지는.
세계에 대해 섬세하게 느끼고, 인식하는 여류작가의 역할을 제대로 연기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눈에 힘을준채로 눈살을 찌푸리고, 담배를피워대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하는게 고작입니다.
기차역 씬에서도, 사실 스크립트의 위력이었죠.
(그렇지만, 흰피부와 푸른눈의 얼음조각같은 아름다움과, 앵앵거리는 교성만으로 승부하는 배우라는, 기존의 금발여자에 대한 오해는 충분히 풀 만큼의 멋진 연기였던 듯 싶습니다.)

2. 줄리안무어는, 시종일관 신경쇠약에라도 걸린 것 같은 모습이었지, 결코 '자의식'을 갖고 자살을 감행하고, 자식을 버림으로써 자식에게 '죽음'을 선사한 '복잡한' 여자를 연기한건 아니었죠.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안듭니다)

3. 메릴 스트립은...여전히 훌륭했습니다.(인터뷰에서도 그녀는 역할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클라리사는 과거에 살고 있는 여자에요. 자신의 현재에 속해 있지 않죠")


고통받고 괴로와하는 절절한 연기는 너무나 훌륭했죠.
영화를 보고 있는 저 역시, 그 괴로움에 동화되어..
영화속 인물들의 고통을 내 것 처럼 느끼고, 동요하고, 눈물을 흘릴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어느 순간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왜 저리 고통스러워하는거지?'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영화의 구석구석 어디를 보더라도,
저 밑도 끝도 없는 불안과, 동요, 고통의 이유는 명확히 드러나있지 않습니다.

괴로움은 충분히-지나칠만큼 표현되었으나,
그들이 왜 괴로워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거죠.

영화를 보는 이는 생각을 시작해야합니다.
이래서, 저래서, 아..그래서. 뭐 이런식으로 짜맞추기를 해야합니다.

그러나 결국 도달한 결론은 '페미니즘'이니,
'자아찾기'니 '여성의 희생'이니 '삶과 죽음''이니,.....하는 식의
뭉뚱그려진, 애매한 해답만을 찾아낼수 밖에 없습니다.

혹은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분들은 영화속에 표현된 감정과,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결합시켜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식의 감동도 받으셨겠지만.

결국, 해답은 영화 밖에서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신화를 빼 놓을 수는 없겠죠.
 
그러나, 영화가 소설이 아닌이상, 그리고 영화로 만들기로 했고,
보여주고 느끼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 이상.
이런식은 너무도 불친절합니다.

주인공들이 "존재론적인 고통"을 앓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표현할수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죠.
당연히 어떤식으로든 표현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이 영화에서 핵심적인 요소였으니까요.

그때서야 비로소 시작과 끝이 맞물리고..
'아!' 하고 관객들로 부터의 동의를 이끌어 낼수 있는거겠죠.

이부분에 있어서 이 영화는 분명히 실패 한게 아닐까 싶네여.
연기자들의 연기가 훌륭했다고는 하나,
그들이 자신의 역할을 바닥까지 이해했다고는
볼수 없을듯합니다.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을겁니다.
감독역시 그런 듯 하네여. 이게 감독의 의도였다..라는 식의 말씀도 있을수 있겠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빈 공간이 너무 큽니다.
차라리 감독의 야심이 그의 역량을 넘어섰다고 봐야 할 듯 싶네여.
그들에게도 이 영화의 주제는 너무나도 '관념적'인 것이었을테니까요.

결국 이 영화가 무리하게 책임을 떠넘기고 싶어했던
"영화 밖의 배경지식"을 갖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벌 거 벗 은 임 금 님 '에 관한 논의에 불과한게 아닐까 싶네여.

어쨌든, 이런 소수만을 위한 영화를, 초호화판 메이저 배우들을 데리고 시도했던
감독의 용감함에 경의를 표해야 할 듯 합니다.

그러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영화는
장면 장면 가슴을 파고드는  아름다움으로 남습니다.

                                                                                              dodoz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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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박상현  
  리플감사합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저같이 문학적 배경지식이 별로 없는 사람이 영화를 한번보고 모든걸 캐치하기엔 무리가 있는 영화인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