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영화] 그래서 그들은 패러디의 바다로 갔다.

영화감상평

[재밌는 영화] 그래서 그들은 패러디의 바다로 갔다.

1 김규한 5 2052 0
우연히 주말에 TV를 보다가 [개그 콘서트]에서 하는 박성호의 [뮤직토크]를 보게 되었습니다. 친숙한 팝송 속에 숨어있는 우리말(?)을 어쩌면 저렇게 잘 찾아낼수 있을까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사실 팝송 속에 우리말이 숨어있는 것이 아니지만 박성호의 귀와 입을 거치면 그건 외래어가 아닌 우리말이 되어버립니다. 이것 역시 패러디가 아닐까요? 원곡이 가지고 있던 것을 비틀어서 또 하나의 재미를 만들어내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 [재밌는 영화]가 28편의 영화를 비틀어서 만들어낸 재미는 과연 성공했을까요?

패러디 영화를 보기 전 준비해야 할 것은 간단합니다. 너무나 간단해서 이 자리에 그것들을 나열한다는 게 시간낭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준비해야 할 것은 넉넉한 마음과 웃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내러티브를 이야기하는 건 자신이 바보라고 얼굴에 써놓은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대단하게도 과거 영화들에서 옥의 티(?) 장면들까지도 웃음이라는 도구로 맛깔스럽게 포장해냈습니다. 그렇다고 과거 그 영화들에서옥의 티라고 불리는 장면들을 모두 다 수정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것들은 원작의 옥의 티 그대로 따라하는 대범함을 보여주었지요.

그리고 두 번째로 준비해야 할 것은 패러디 영화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단점들을 너그럽게 웃음으로 봐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언제나 패러디 영화들은 전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말이 되게 만드는 이상한 이음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 사용된 28편(시나리오 단계에서는 33편이었다고 하지요) 영화들이 어떤 식으로 망가지는지를 지켜보는 것 또한 상당히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원작의 이미지가 교묘하게 훼손 되는 것에 못 마땅해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원작에 대한 존경의 이미지가 꼭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재밌는 영화]는 패러디된 영화를 찾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어떤 것들은 노골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하고 어떤 것들을 꼭꼭 숨어있습니다. "아 저 장면은 그 영화에서 쓰인 장면인 것 같은데" 라고 말하면서 남들이 못 찾은 영화장면들을 자랑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패러디 영화만큼 관객들을 능동적인 전사(?) 입장으로 만드는 장르는 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 지나칠 정도로 웃음을 주기 위한 장면들에는 거부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패러디 영화들은 거기서 더 나아가 끝장을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패러디 영화들은 자신의 이런 약점을 그 사람들에게 숨기는 법이 없습니다.오히려 당당하죠. 재미를 위해서 훼손된 28편의 영화가 명예 훼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더 영화의 흥행을 부채질하는 꼴 밖에는 안 될 것입니다. 패러디 영화는처음부터 자신의 가치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 잘 알아서 자신의 단점 마저 보는 이로 하여금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귀여운 속임수 또한 부릴 줄 압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 [재밌는 영화]가 시종일관 마냥 재미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조금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처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또한 너무 재미를 주기 위해서 억지 상황을 만들어 내는 건 뒤로 갈수록 못 봐줄 정도까지 되어버립니다. [동감]으로 시작해서 [쉬리]의 이야기 골격을 가지고 28편의 영화들이 화면 구석구석에 배치해 놓지만 그 맛이 뒤로 갈수록 신선한 맛이 처절할 정도로 떨어집니다. 여기저기 숨어서 관객들의 자신들이 발견하기를 기대하는 그 장면들, 노골적으로 '나좀 찾아줘' 말해주는 장면들에서는 어쩔 수 없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이 영화는 그것들이 너무나 지나치셔 나중에 가면 지겹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만들 수 없었던 장르가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그 목마른 기대감을 이프로 채우주고도 남습니다.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커멘웰스] 같은 영화처럼(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야 하는 장면은 [매트릭스]를 패러디 한 장면인데..이 영화 곳곳에 숨은 영화들을 발견해내지는 못하더군요. 그런데 이 영화가 우리나라 영화였다면 사정은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외국산 패러디 영화가(?) 가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이 영화에는 없습니다. 우리에게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국산 영화들이 처절하게 망가질 정도로 패러디 되어서 표현되니 그 장면에 어떻게 안 웃고 베낄 수 있겠습니까? 아는 것만큼 보이고, 모르는 것도 그 상황이 주는 억지스러움 때문에 웃을 수밖에 없는 것 그게 패러디 영화의 매력이 아니던가요.

사족

패러디 영화는 팬시점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우리가 본 장면들을 다른 식으로 보여주면서 웃음을 강요하는 게 패러디 영화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니까요. 이 영화는 어떤 이에게는 재밌는 영화가 될 수 있는 반면 또 어떤 이에게는 다소 황당한 작품이 될 수도 있는 건 그 때문이겠지요.

이런 영화들은 어쩔 수 없이 경박해야 하고 가벼울 수밖에 없습니다(무서운 영화 같은 경우에는 너의 정액을 보여줘라고 영화 제목을 바꾸고 싶을 정도로 역겹지요) 하지만 원작의 이미지를 약간만 비틀기 해서는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지 못할 거라는 강박관념은 패러디가 목적인지 다른 것이 목적인지 분간이 안 가게 만드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너무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흐지부지해지고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망가지지만 김정은,김수로,임원희씨의 개성은 결코 무시할수가 없을만큼 강렬하더군요.

저는 28편을 다 찾았습니다. 여러분은 몇 편이나 찾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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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김규한  
왜 pop ㅍ ㅏ ㅂ  이 단어가 등록할수 없는 단어일까.. 설마 ㅍ ㅏ ㅂ 폴 더 때문에.--;;
G 르노  
팝폴더와 팝은 방글 풀어(?)놨습니다. ㅡ.ㅡ 좀그렇죠...
1 Now  
음.. 이런 페러디류를 모아둔 영화를 추잡하다고 저의 생각을..  바꿔주신듯하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G 디스시스  
패러디영화는 추잡하지않다...다만 그패러디의 수준이라는것이문제.....
1 배재훈  
재미있을 것 같네요. 아수라님의 글은 언제나 내용 풍부~~~ 써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