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8점] 쇼생크 탈출(The Showshank Redemption, 1994)

영화감상평

[리뷰: 8점] 쇼생크 탈출(The Showshank Redemption, 1994)

28 godELSA 1 2075 2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자만 바꿔도 영화의 깊이가 달라지는 마술.

평점 ★★★★


이 영화가 대중적으로 오랫동안 널리 사랑을 받아왔다. 시공간을 초월한 메시지 가지고 있지만 이 영화의 영화적으로 치밀하고 빼어난 기교의 결과다. 그런 기교가 없었다면 이 영화가 이렇게 큰 존재감을 확립할 수 있었을까? 없었을 것 같다.

 

로저 디킨스의 우아한 촬영과 리처드 브루스의 매끄러운 편집도 있지만 이 영화가 가장 크게 자랑하는 것은 시나리오의 기교다. 일단 내러티브를 ‘앤디 듀플레인’의 시선이 아니라 ‘레드’의 시선으로 진행시켰다는 점에서 치밀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영화의 모든 사건들은 ‘레드’가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으로 말하며 과거형으로 제시된다. 인물의 내면도 ‘레드’의 주관적인 시선과 생각으로 대신되며 관찰자 시점으로 스토리가 이어진다. 따라서 관객은 ‘앤디’의 탈옥이 행해질 때까지 그 주체인 ‘앤디’의 비밀을 알지 못한다. ‘앤디’ 본인이 누명을 쓴 혐의에 대해 자유에 대한 희망을 갖고도 교도소 내 권력 횡포에 의해 절망하는 이야기로 그려진다. 그리고 반전으로 모든 것을 드러내며 극적인 효과를 높인다.

 

여기서 한번 질문을 던져보자면, 과연 ‘앤디’의 시선으로 스토리가 진행되었다면 내부적인 한계에 의한 좌절을 올바르게 그려낼 수 있었을까? ‘탈옥’에 관한 미래적인 관점으로 이야기하면서 내면적인 ‘한계’를 올바르게 옮겨내기엔 어려웠을 것이고 모든 상황을 나열하면서 관객에게 극적인 효과를 가져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내러티브 자체가 상당히 큰 효과를 발한 셈이다.

 

사회에 나가기를 두려워하며 쇼생크 감옥에 안주하기를 원하는 ‘레드’와 ‘브룩스’ 캐릭터는 현실을 꿰뚫는 존재다. 그 인물들은 본인 스스로 자신을 가두고 있는 셈이었다. ‘레드’는 가석방 되지 않기 위해 형식적인 말을 하거나 ‘브룩스’는 가석방 결과를 애통스러워 하다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엔 자살한다. 게다가 ‘레드’는 본인의 혐의를 인정하는 ‘쇼생크’의 유일한 수감자이기도 하다. 여기서 감옥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본인 자아로 귀결된다. 규칙적인 일상으로 가동되는 교도소는 기계적인 생활의 상징이며 바깥의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는 동기는 사회적 책임과 일탈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으로 볼 수 있다.

 

염세주의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와 반대되는 인물이 바로 ‘앤디’다. 누명으로 감옥에 들어온 ‘앤디’는 처음에는 낙심하다가 자유에 대한 갈망과 희망을 가지게 된다. 감옥 내 영향력을 넓혀가자 교도소 내부를 자유롭게 꾸미고 그건 마치 본인에게 맞춰진 편안한 낙원으로 보인다. 즉, 본인만의 자유를 개척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뒤엔 교도소 내에 작용하는 규칙과 권력이 작용하고 있고 결국엔 그것은 ‘앤디’를 방해하기에 이른다. 즉, 완벽한 “자유”는 아니었다. 영화에서는 감옥 자체가 하나의 사회처럼 보여지는데 결국 교도소와 ‘앤디’의 관계는 사회에 종속된 개인임을 드러낸다. ‘앤디’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탈옥을 감행하는데 그것은 어떠한 본질적인 자유를 위한 일탈적 행위로 읽히는데 결국 영화는 ‘종속적 자유’와 ‘일탈적 자유’로 구분한다고 볼 수 있다.

 

‘레드’는 ‘종속적 자유’에 귀속당해 있던 인물이며 ‘앤디’를 통해 진정한 자유의 가치를 깨닫는다. 여기서 ‘레드’의 행동에 주목해야 한다. 사회로 가석방된 그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진다. 규칙적인 생활을 그리워하며 자살까지 생각한 그는 아직 교도소에 심적으로 종속되어 있었다. 그런데 앤디의 편지를 받고 용기를 얻어 멕시코로 도주한다. 그리고 사회 아래의 규칙에서 벗어난 아무 간섭도 받지 않는 진정한 자유인으로서 ‘앤디’와 재회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레드’는 기존의 규칙에 종속되어 살고 그것을 편하다고 느끼며 자신의 관념에 종속당한 인물이었다. ‘앤디’가 그러한 관념을 깬 상징으로서 받아들이고 자신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진정한 자유를 찾는다. 다시 보면, 교도소라는 사회에 종속시킨 것은 레드 본인으로 볼 수도 있다. ‘레드’는 그러한 관념에서 탈출하여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미지의 삶을 깨닫게 되면서 영화는 삶의 가치를 일깨운다. 기존의 관념에서 탈출하여 삶의 가치를 모색하라는, 어쩌면 <쇼생크 탈출>은 사람들의 관념을 상징화한 작품일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 후기) 감옥이란 공간이 좀 극단적이긴 한데... 인물들의 사연은 비춰지지 않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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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22 박해원  
옥상의 맥주씬은 씨네마 천국의 야외 상영 씬과 일맥상통하는 게 있죠. 갠적으로 둘 다 참 좋아하는 장면이에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