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매트릭스를 처음 보던 때의 흥분을 잊을 수 없다..

계속되는 정신적인 여유가 없는 상황 속에
거의 반년을 영화와 극장을 멀리하다가
간만에 쉬는 날을 맞이하야 비디오대여점을 들렀던 나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갓 출시되었던 매트릭스..

그간 영화의 바다에서 잠시 떨어져 있었다지만
간간히 심상치 않은 소문을 들어왔던 터라
나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따끈따끈한 매트릭스테잎을 낚아채어 집으로 달려갔드랬다..

테잎을 집어넣고 플레이를 누르고..
오프닝부터 트리니티의 화려한 공중부양와이어액션에 입이 딱 벌어지고..
두시간 내내 가히 영상의 혁명이라 불릴만한 비주얼이 숨쉴틈 없이 이어지고..

그간 볼꺼리만 많고 속빈 강정이었던 대부분의 블럭버스터와 달리
얼기설기 꽉 짜이고 전복적이며 철학적이기까지한 내용..
나는 워쇼스키 형제의 능력에 감탄하면서
새테잎이 헐 때 까지 보고 또 보고 다시 보고 해뜨래따..


<Matrix Revisited>는 매트릭스의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2CD로 이루어진 조금은 부담스런 용량이지만
워낙에 매트릭스라는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꺼리가 풍부하기에
2시간에 걸친 제작과정 이야기도 그리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매트릭스는 영화에 있어 액션과 비쥬얼의 혁명이었다
이후 수많은 영화와 CF 등 영상매체에서 그 이미지를 차용해 왔음이 이를 증명해 준다
본 제작과정은 그러한 영상혁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수많은 스탭들과 배우들의 인터뷰와 자료들을 통해 자세히 밝혀주고 있다
홍콩의 와이어액션과 헐리웃 테크놀러지의 결합이라고 할까..
사실 워쇼스키 형제가
홍콩영화스타일과 동양사상에 대해 깊은 흥미를 가지고 공부를 해왔음은
매트릭스의 액션과 스토리에 담겨있는 사상을 보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Matrix Revisited>는 한명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대작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어떠한 시스템을 통해 얼마나 사람들이 결합하여 형성되어 가는지 꼼꼼히 짚어준다

그 속에는 최초에 스토리를 구상하고 시나리오를 쓴 감독부터,
이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여 매트릭스의 독특한 이미지형성에 이바지한
스토리보드를 그려낸 만화가,
동양식 액션을 구사하기 위해 홍콩으로부터 날라온 무술액션감독,
세트 디자이너, 컴퓨터그래픽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음악감독, 음향효과 등등
수많은 그 사람들이 어떻게 결합하고 상호작용하여
결론적으로 매트릭스라는 영화가 탄생되었는가를 지루하지 않게 보여준다

또한 매트릭스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홍콩무술사범으로부터 치밀하고 고된 훈련을 계속하는
네오, 트리니티, 모피어스 등의 실제 훈련과 촬영장면, 인터뷰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제작필름 보면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 하나..
모피어스 역을 맡은 로렌스 피쉬번을 인터뷰하는 도중
자신이 예전에 지옥의 묵시록에 출연했었다는 언급이 나오는데..
허걱 이사람이 지옥의 묵시록에서 나왔었나?
궁금증에 묵시록을 다시 뒤져 보니..
와우~ 이런~  한 배를 탄  마틴쉰 일행 중에 빼빼 마른 말라깽이 막내 흑인병사가
바로 매트릭스의 덩치크고 묵직한 모피어스였던 것이었다
20여년이 지났다지만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가..
사람은 오래 살고 봐야 할 일 ㅡ_ㅡ

벌써부터 매트릭스 2편, 3편이 기대된다
원래 매트릭스는 총 3 편으로 기획이 되었다고 하며 우리가 본 1편은 그중 일부일 뿐이라는데..
다음 편으로 갈 수록 내용과 액션이 더 난해하고 수준이 높아진다는데..
내용면에서는 데카르트, 헤겔, 칸트 등 더 많은 철학을 수용하고
시각적인 면에서는 더 고난도의 액션과 영상이 나올 것이라 한다..

물론 영상이야 이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조금 더 세련된 모습을 보여줄 순 있겠지만
문제는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가 아닐까?

매트릭스 1편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보다 더한 것이 나올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매트릭스 시리즈가 다른 대작시리즈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어지는 매트릭스의 메세지가 무엇일지 들뜨게 되는 나를 어쩔 수 없다
 
p.s.) 간만에 글 올려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