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간 난 풀백 매니아 였다.
 소위 잘 나간다는 풀백 장사치들하고 허울없이 지내면서
 릴되는 웬만한 게임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모았다.
 그렇게 게임을 좋아했었다.
 대학교에 들어가던 92년도 부터 정말 게임과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고,
 그 많은 게임들은 다 해보기 위해서 난 정품보단 (처음 몇년간의 철저한 정품매니아였다)
 풀백이나, 립을 선호하게 되었다. 허지만, 립은 동영상이 빠지고 해서 웬지 아쉬워
 풀백을 더 선호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난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풀백을 한번에 10개씩 구입해도  옛날 정품게임하나 가지고 게임할때 느끼던 희열을
 느낄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정품게임 한번 사면 엔딩을 몇번씩 보곤했다. 했던 게임 또해도 재밌긴만 했었다.

 그러나 드디어 게임불감증이 내게 찾아왔던 것이었다.
 한번에 열장씩,스무장씩 게임을 가지고 오니, 엔딩까지 가는 게임은 가면 갈수록 적었고,
 오프닝만 보는 게임, 인스톨도 않하는 게임도 속출했다. 그렇게 게임매니아로 자처했던
 10여년은 게임이 묻혀 쇠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게임을 하는둥마는둥 하던 어느날,
 우연히, 아주 우연히 디빅이란 파일을 만나게 되었다.
 그당시 dvd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구입하던 시기라. 더더욱 관심이 갖고,
 자연스레, 공짜로 고화질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디빅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정말 거의 한 4개월을 밤새도록 다운받고, 굽고 했던 것같다.
 (지금 구워진 씨디들을 보면 정말 여전히 뿌듯하고 대견스럽다.)
 처음 디빅을 만났을땐 세번씩 네번씩 영화를 보았다. 화면도 17인치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재밌었다. 그렇게 한편 한편 영화가 나의 소유가 된다는 느낌은
 이전에 풀백을 모으던 느낌보다 더 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요즘 느끼는 느낌은 뭔가에 쫓기는 느낌이다.
 이전에 밀린 게임을 하느라고 게임의 묘미를 잊어버렸을때와 비슷하다.
 진짜 요즘은 영화를 보는게 기쁜 것이 아니라,  밀린 영화들을 보는 느낌이다.
 아무리 재밌었도 한번 본 영화를 또 볼만큼 한가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밀린 영화가 너무많기 때문이다.
 
 이전엔 영화 비디오 하나만 구입해도 포만감이 있었는데,,
 (한때 임청하에 빠져서 "절대쌍교"를 비디오가게에서 구입한 적이 있었다.
 정가 2만5천원 다 주고,, 그 때 이 비디오가 늘어날때까지 보았는데....)

 수백편의 영화씨디가 있어도 부족한 듯 하다.
 새로이 영화가 릴될때마다 빨리 구해야한다는 강박관념..........

 참으로 영화의 묘미를 잊어버린것같아, 가슴 아프다.
 초심으로 돌아가 봉인된 영화들을 풀고 영화의 바다에 빠지고 싶다.............

 그러나 지금도 용산가서 무슨 공씨디를 살까 고민하고 있는 어리석은 자................ 나네...

* 그냥 기분이 상해서 주저리주저리 써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