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당에서 빔 벤더스 특별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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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전당에서 빔 벤더스 특별전 하네요.

15 하스미시계있고 20 808 2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 만에 씨네스트에 글을 쓰네요.

집을 비웠다가 다시 돌아온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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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잠시 영화를 떠나있었습니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고요).

몸이 완전하지 않는 와중에도 고다르의 후기 영화를 보러 영화의 전당에 들락거렸네요.

이상하게도 영화가 저를 치료해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영화의 전당에서는 <빔 벤더스 특별전>을 개최합니다.

열 여덟편의 영화가 상영되는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벤더스의 초기 로드무비 3부작에서 <잘못된 행동>이 빠졌다는 점, 비록 실패작이지만 벤더스 영화 인생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작품 <해밑>도 제외되었다는 점.

그러고보니 촬영에 대한 깊은 인식을 보여주는 <팔레르모 슈팅>도 상영되지 않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287분짜리 대작 <이 세상 끝까지>를 복원판으로 볼 수 있고 진정한 걸작인 <도시의 앨리스>와 <시간의 흐름 속에서>가 포함되어 있으며 <베를린 천사의 시>와 그 속편인 <멀고도 가까운>을 동시에 볼 수 있고 <리스본 스토리> 같은 따뜻한 작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즈 야스지로와 니콜라스 레이에 대한 오마주 다큐 <도쿄가>, <물 위의 번개>도 상영하고요.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작품들입니다.

시간되시는 분들은 꼭 한번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상영작

페널티 킥을 맞는 골키퍼의 불안 (1971) / 도시의 앨리스 (1974) / 시간의 흐름 속에서 (1976)

미국인 친구 (1977) / 물 위의 번개 (1980) / 사물의 상태 (1982) / 파리, 텍사스 (1984)

도쿄가 (1985) / 베를린 천사의 시 (1987) / 이 세상 끝까지 (1991) / 멀고도 가까운 (1993)

리스본 스토리 (1994) / 구름 저편에 (1995) /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1999)

블루스 - 소울 오브 맨 (2003) / 돈 컴 노킹 (2005) / 피나 (2011) /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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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omments
20 암수  
건강을 나름 회복하신듯 해서 다행입니다...
<이세상끝까지><멀고도 가까운><도쿄가><물위의 번개>는 못본 작품이라 스케줄 이리저리 짜맞춰 보는데......
시간 내기가 쉽지가 않네요.....이중 한두편이라도 시간내서 봐야것습니다...
많이 나아졌습니다^^
말씀하신 작품 중에 두 편을 고르라면 저는 <이 세상 끝까지>와 <도쿄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세상 끝까지>는 큰 화면으로 한번 볼만한 작품입니다.
세기말의 불안을 각국을 돌면서 찍은 벤더스 영화 중 최고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이지요.

<도쿄가>에서 벤더스는 오즈 야스지로 영화에 나타난 순수 이미지를 찾아 도쿄로 갑니다.
하지만 오즈가 죽은지 20년이 지난 도쿄는 빠칭고와 진열 음식으로 대표되는 낯선 도시입니다.
벤더스는 오즈 영화 속의 주인공이었던 류 치슈와 촬영 감독 아츠다 유하루의 이야기 속에서 오즈의 흔적을 발견하지요.

벤더스가 아츠다에게 묻습니다.
"오즈가 63년에 세상을 떠난 이후에 다른 감독과 영화를 몇 편 찍다가 그만두셨더군요. 왜 그렇셨나요? "
아츠다가 흐느끼면서 하는 대답.
"....오즈는 나를 최고로 만들었고 내가 가진 최고를 오즈에게 바쳤습니다. 더 이상 좋은 작품을 할 수 없더군요".
이 장면에서 이상하게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아시다시피 벤더스는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오즈 야스지로, 프랑수아 트뤼포,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를 한때 천사로서 우리 곁에 있었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벤더스는 순수 이미지로서 영화와 함께 한 사람을 천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는 자신과 같이 작업한 니콜라스 레이, 사무엘 풀러,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포함되겠지요.
그의 사진집을 바친 아츠다 유하루도 포함될 거구요.

재밌는 점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 한때 성직자의 길을 가려 했던 벤더스는 자신을 천사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빔 벤더스 재단(Wim Wenders Stiftung)의 로고가 천사의 날개 모양이고 자신의 이름에 들어가는 두개의 W도 날개처럼 사용하더군요.

아무튼 시간을 내셔서 많이 보시길 바랍니다( _ _)
S 컷과송  
귀환을 환영합니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23 다솜땅  
와...... 세상엔 엄청난 영화들이 많네요 ㅠㅠ
그리고 삶은 짧고요.  ㅜㅜ
좋은 영화 보는데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네요.
12 철판남  
영화 좀 봤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작품들과 감독들이 있는 거 보면 겸손해집니다ㅎㅎ
저 역시 여태 못 본 영화들을 보다가 놀라고...
이미 봤던 영화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겸손해집니다.
그래서 고전 영화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42 CiNePhIlE  
상영작 중에 본거라곤 '파리텍사스, 베를린천사의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3편밖에 없군요.
제 닉은 그냥 자아비판의 용도로 보면될듯ㅜㅜ
씨네스트에서 유명하신 분 같던데, 다 이유가 있었군요.
영화에 대한 지식, 식견이 보통 분은 아니라는건 확실히 알았습니다.
어디가 편찮으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건강 잘 챙기길 기원드릴게요~~
친절하고 따뜻한 말 감사합니다.
자주 뵐께요(_ _)
14 스눞  
역시 영화의 영험한 힘은...!
오랜만에 글로 뵈니 몹시 반갑습니다.
더불어 부산 가까이 살지 못하는 자의 통석의 념이... -_-;

<이 세상 끝까지> 복원판을 스크린으로 보셨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면서 '영화로 영혼 재활 치료' 성황리에 마치시길 기원합니다!
^_^
스눞님 오랜 만입니다.
다들 건강해서 영화로운 삶을 누려야지요 ^^
24 umma55  
반갑습니다.
저는 두 편만 꼽으라면(왜 그래야 하는지...^^)
<도시의 앨리스>와 <도쿄가>입니다.
<부에나...>는 좀 과대평가된 느낌이 들구요,
음악이야 워낙 좋지만.
반갑습니다^^
저는 암수님이 안보셨다는 작품 중에서 두 편을 꼽았고요.(한 두편을 보실 계획이시라기에...)^^

빔 벤더스 전체 작품 중에서 단연 톱은 <도시의 앨리스>와 <시간의 흐름 속에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이 최고작으로 꼽는 <베를린 천사의 시>부터 저는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기교를 부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싫어지더군요.
(유럽 쪽에서는 네오나치 같은 작품이다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의 벤더스의 작품은 정말 펄펄 날아다니는 작품들이었지요.
이번 영화의 전당에서 상영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된 작품인데 보는 내내 황홀했습니다.
심지어 루디거 보글러가 똥누는 장면까지요... ㅎㅎ
14 스눞  
영화의 전당 스크린 앞에 갈 수 없는 현실이기에 제가 가지고 있는 영상 파일로라도
어떤 부분이 황홀하셨는지 루디거 보글러가 똥 누는 장면을 다시 정밀하게(응?) 감상해 볼까 합니다.  ㅋ
14 스눞  
'도시의 엘리스', '시간의 흐름 속에서'야 당연하지만
두 분 모두 <파리 텍사스>에 대한 언급을 안 하셔서 조금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ㅎ
놀람도 제 기준에서이지만요 ^_^
<파리 텍사스>는 다시 보기가 살짝 두렵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탄복을 했는데 아마 다시 보면 그런 감정이 다 사라졌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예전에 잉마르 베리만의 <제 7의 봉인>과 <산딸기>를 다시 봤을 때 '내가 이런 영화를 좋아했었구나'하고 의아한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보다 제가 영화보는 눈이 더 좋아졌다는 뜻이 아니라 감정의 울림이 달라졌다는 이야기지요.
첫사랑과 헤어지고 나서 먼 훗날 우연히 만났을 때 느끼는 그런 감정과 비슷할 거예요.

그래서 여태 미루고 있습니다.
왕가위의 <화양연화>도 처음 한번 보고 다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들 마다 그런 영화가 있지요...
1 Anna118  
베천시 도앨 봐야겠습니다
2 paula  
75년작 Wrong Move 빠져서 아쉽네요
멀어서 어차피 못가지만
6 MozartEntrophy  
예전의 감동을 주워담아 꼭 다시 보고싶은 영화가 한두편이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