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 코끼리를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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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 코끼리를 쏘다

15 하스미시계있고 5 803 0

아들이 중학생인데 책을 참 안 읽습니다.

제가 책 욕심이 많아 방 두개를 서재로 사용하고도 책 둘 곳이 없는 지경인데, 아들은 거기를 접근 금지구역으로 설정해놓았더군요.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녀석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책을 읽어주기로 했습니다.

두꺼운 책은 힘들고 적당한 책으로 고른게 이정모 과학관장의  과학에세이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었습니다.

짧지만 재기넘치는 문장이어서 한 챕터씩 읽고 일상 생활에서 과학문제를 부자가 이야기할 수 있어서 유익했지요.


그러다가 조지 오웰의 에세이 <코끼리를 쏘다>를 함께 읽었습니다.  일곱개의 글이 실려있는데 <나는 왜 쓰는가>와 같은 잘 알려진 글부터 <너무나 즐겁던 시절> 같은 긴 수필도 있지만 아들과 제가 좋아한 글은 표제작 <코끼리를 쏘다>였습니다.


조지 오웰은 버마(미얀마)가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을 때 그곳에서 경찰로 근무했습니다(우리의 경우 일제시기 순사).

근무 기간 중 제국주의 하수인이라는 자신의 직위 때문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됩니다.

어느날  코끼리가 탈출하여 소동을 일으키고 경찰인 오웰은사람들에게 떠밀려 코끼리를 사살하는 과정에 이릅니다.


여기서 코끼리에게 총을 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묘사한 문장도 놀랍지만 뒤이어 그것을 제국주의가 가지는 심리적 한계로 확장시키는 주장이 탁월합니다.


아들도 이 글이 좋았는지 "멋지다"를 남발하더군요.

조지 오웰은 사회 고발에 관련된 글을 잘 쓰는 작가로 알려져있지요.

다들 <동물농장>이나 <1984> 정도는 읽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학창시절 이 두권의 책만 읽고 다른 책들은 사놓고 읽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앙드레 말로의 <희망>,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더불어 스페인 내전 3부작으로 칭송받는 <카탈로니아 찬가>.

영국 북부 탄광지대의 실업문제를 취재해서 쓴 실업문제에 대한 위대한 르포르타쥬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이 책들을 펼쳐놓고 열심히 읽고 있는 중입니다.

아들 책 읽히겠다고 시작한 것이 다시 제 독서 활동이 되어버렸네요. ㅎㅎ

연말에 송년회도 좋지만 짧지만 긴 여운을 간직하고 싶은 분에게 조지 오웰의 <코끼리를 쏘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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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6 o지온o  
^^ 요즘 아이들에게 있어서 게임이란 무엇일까를 열심히 고민 중이기도 해요. ㅋㅋㅋㅋㅋㅋ
게임을 붙잡으면 몇 시간이고 놓지 않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뭐가 저리도 끌리는지 이해가 됩니다. (나 자신도 경험이 있었으므로.. ㅋㅋㅋㅋ)
하지만, 요즘은 조금씩 자제를 할 줄 아는 것으로 보입니다.
커가면서 자제력을 조금씩 갖게 되는 것이겠죠.
스마트폰에 손대지 말도록 하고 TV는 방 하나를 비워서 거기다 옮겨 놓았고..

어쨌건, 게임이건 책 읽는 것이건 비슷한 느낌이에요.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과하면 좋지 않겠습니다.
게임도 적당히 할 수 있도록 하고 책도 적당히 읽을 수 있는 자제력을 부드럽게 길러주는 방법이 있었으면 싶어요. ㅋㅋㅋㅋㅋㅋ

이번 굴수마수에는 닌뗑도 스위치나 사줘볼까 생각 중입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독서를 권하는 글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론이 게임 사주는 댓글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 ;;;;;;
20 큰바구  
ㅋㅋㅋ 아들이 아버지를 하나도 닮지 않았군요.ㅋㅋ
엄마의 유전자를 80% 타고 난다는데.
어찌 된걸까요? ㅋㅋㅋㅋㅋ
나중에 대학가고 게임을 그만두고 사회에 나가면 그땐 아버지가 왜 책을 읽으라고 하셨는지 뼈아프게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ㅎㅎㅎ
18 자막줭  
꽃도 일찍 피는 꽃과 늦게 피는 꽃이 있지요.
13 난대시기  
저도 바로 글 읽고 코끼리를 쏘다 구매해야 겠네요.
S Cannabiss  
중학생 자녀분이 계시는군요
전 시게이코님 연세가 훨씬 올드하신 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