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대한 기억
아래에 있는 게시물
'젊은 사람들은 다 잡아서 검문검색하고 있는 홍콩'을 보고
제 기억 속의 홍콩을 조금 꺼내 봅니다.
제게 홍콩은 '사람들이 참 친절하다'로 정의되고 있네요.
몇 년 전에 혼자서 홍콩섬 남부의 스탠리에 갔던 적이 있네요.
그때 제가 스마트폰이 없었어요.
그리고 다른 곳에 있다가 갑자기 가게 되는 바람에 여행 준비도 못 했고요.
그래도 오~래 전에 한 번 갔던 적이 있으니까
별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센트럴 버스터미널에서 스탠리행 버스를 탔어요.
스탠리가 종점이니까, 창밖 구경이나 하다가
사람들이 다 내릴 때 맨 뒤에 따라 내리면 되는 거였어요.
그런데 스탠리에 가까이 가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생겼어요.
과연 여기가 종점인가 아닌가, 헷갈리는 곳에 버스가 선 거예요.
차내 스크린에는 스탠리 어쩌구,라고 써 있고요.
몇 사람이 내렸어요.
저도 내렸지요.
아니더군요.
근처에 맥도날드가 보여서 배도 고픈 김에 일단 들어갔어요.
햄버거와 콜라를 사 가지고 출입구쪽 테이블에 앉아서 먹고 있는데
그곳에서 청소 일을 하시는,
검정 유니폼을 입은 할머님이 가까이 오셨어요.
제가 짧은 영어로
"여기서 스탠리까지 얼마나 되나요?" 하고 물었는데
그 할머님이 어찌나 난감?미안?해 하시던지
그 표정이..
그 분은 그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아이 똥노"
순간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한껏 웃으면서 "땡큐, 땡큐"라고만 몇 번을..
그렇게 서로 미안해 하는 얼굴로 몇 번의 인사를 나누고
그분은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셨어요.
그 분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우리 엄마 같네.
체구도 자그마하니 비슷하고, 살짝 구부정해진 모습도 그렇고.
연세 드셔서도 계속 일하시고."
스탠리까지 얼마나 먼가,는
주문 받는 직원에게 물어봐야겠네, 하며
햄버거를 먹고 있는데
5분 정도 지나서 할머님이 다시 나타나셨어요.
젊은 여성 직원을 대동하고요.
당신께서 영어를 모르셔서
외국인의 질문에 답을 못 해준 게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이에요.
그 직원과는 서로 별 표정 없이 짧게 질문과 답변을 마쳤어요.
바닷가를 따라서 500 미터 정도만 걸어가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할머님과는 다시 웃으면서 두세 번 인사를 나눴어요.
햄버거를 다 먹고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 봤는데
그 분은 안 보이더군요.
그 후로도 홍콩에 갈 때마다 거의 스탠리를 갔고
그 맥도날드에도 여러 번 다시 갔는데
그 분을 다시 뵙진 못 했어요.
홍콩 사람들 그렇게 친절했어요.
길을 물으면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며 알려준 사람들도 여럿 있었어요.
그 중에는, 가까운 곳이긴 한데 거기가 좀 복잡하다면서
같이 가자고 하면서 나서준 사람도 있고요.
홍콩!
야경도 좋고, 음식도 좋지요.
질서도 잘 지키고요. 시내버스는 물론 엘리베이터도 줄서서 타더라고요.
아, 장국영도 좋고, 주윤발도 좋고요.
그래도 제게는 홍콩은 그 할머님이에요.
그 할머님이 홍콩이에요.
이제는 얼굴도 잘 그려지지 않지만요.
건강하시길!
그리고 거리에 나선 시민과 학생들도 큰 희생 없이
뜻한 바를 이루길!
가이드북도 없이, 어떤 분이 '여기 여기 가봐라' 하며 적어주신 쪽지 한 장만 달랑 들고 가서
많은 시간을 길에서 보냈던 기억이 있네요.
오징어야 님의 말씀처럼
홍콩이 전과 같지 않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원인을 다룬,
작년에 읽었던 기사를 다시 찾아봤습니다.
"미친 집값 못 견뎌"..홍콩 떠나는 젊은이 사상 최고치 (2018.08.18. 연합뉴스)
https://news.v.daum.net/v/20180818143931486
추카추카 37 Lucky P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