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술] 인생처럼 독하고 쓴 술 -

영화이야기

[영화 속의 술] 인생처럼 독하고 쓴 술 - <아메리칸 허니>

12 하스미시계있고 3 271 0 0

안드레아 아놀드라는 영국의 여성 감독만큼 칸 영화제에 잘 어울리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껏 만든 네 편의 장편 영화 중 세 편이 칸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으니까요.

혹시 보신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이 감독이 여태 만든 영화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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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로드>(2006), <피쉬 탱크>(2009), <폭풍의 언덕>(2011), <아메리칸 허니>(2016).

이 작품 중 <폭풍의 언덕>을 제외하고 세 작품이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으니 야구 선수로 치면 타율이 상당히 높다고 하겠지요.

 

안드레아 아놀드의 영화는 그녀만의 개성이 강합니다.

욕구 불만의 인물,  유사 가족 관계, 생존을 위한 삶, 4:3의 화면비..

 

그 중에서 제가 눈여겨 보는 점이 초기 단편(<젖>, <개>, <말벌>)부터 장편 네 작품까지 모두 동물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안드레아 아놀드는 인간의 삶과 동물의 삶을 따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인간 역시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동물적 본능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는게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그 중 <아메리칸 허니>는 영국인인 그녀가 미국 여행 중에 겪었던 인상적인 일화들을 소재로 만든 영화입니다.

 

아놀드 감독은 신문에서 청소년들이 히피처럼 떼를 지어다니며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잡지를 파는 기사를 접합니다.

그녀가 흥미를 가지고 취재를 해보니, 가출한 청소년들이 (디지털 시대에 무용지물인 된) 종이 잡지를 팔면서 여왕벌에 해당하는 여자 리더에게 돈을 바치고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는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여주인공 '스타'의 생활을 보여주면서 아무런 꿈도 없이 일종의 다단계 피라미드 조직에 갈취 당하는 청춘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 속의 장면 중 술과 관련된 내용만 따라가보겠습니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조직의 남자 아이와 싸움을 한 스타.

홧김에 지나가는 컨버터블에 무작정 탑니다(뷰익 르사브레 럭서스 컨버터블!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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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는 순간부터 부티가 쫘르르 흐르는 중년의 카우보이 백인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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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별장에서 술이랑 고기 구워 먹을 건데 같이 있어주면 잡지책을 사주겠다고 제안을 합니다.

남정네들이 주는 맥주를 병째 들이키며 스타는 그들의 집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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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의 별장에 도착하니 집이 장난 아닙니다.

풀장은 물론이고 멀리에는 키우는 말들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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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장에 빠져 있는 꿀벌을 과자 봉지로 구해주는 스타에게 다가가 남자가 수영을 하라고 자꾸 권합니다.

수영을 하는 스타가 자꾸 빼자, 풀장 깊이가 바닥에 발이 닿는 수준이라며 남자는 계속 권합니다 

바닥에 발이 닿이기는 커녕,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스타.

그런 그녀를 풀장 밖으로 끄집어 내는 남자.


여기서 복기해 보면 스타가 풀장에서 꿀벌을 끄집어 내듯이 남자도 스타를 빼냅니다.

스타는 이 집에서 꿀벌과 같은 처지가 된 것이죠.

 

위에서 말했듯이 안드레아 아놀드는 자신의 영화에서 동물(/곤충)을 이런 식으로 사용합니다.

추워서 벌벌 떠는 그녀에게 남자들은 아주 독한 술을 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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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 바닥에는 벌레가 하나 들어있는데 이것까지 다 마셔야 행운이 온다며, 바닥까지 다 마시면 돈을 줄테니 마셔보라고 남정네들이 꼬드깁니다.

스타는 걸 한번에 다 마십니다.


풀장에 빠진 벌, 술병에 빠진 벌레, 함정에 빠진 스타.

세 가지가 서로 주고 받으면서 엮이는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장면입니다.


여기에 나온 술이 메즈칼입니다.

매즈칼 중에 유명한 몬테 알반입니다. 40도의 메즈칼입니다.

아시다시피 메즈칼은 데퀼라의 상위 개념입니다. 메즈칼은 용설란으로 증류한 술의 총칭이라면, 데퀼라는 특정 지역인 데퀼라 지역에서 나오는 메즈칼입니다.

용설란에는 자생하는 나방 애벌레가 있는데 메즈칼에 이런 애벌레를 넣어서 판매하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설이 있네요.

① 과거 술의 농도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했던 시절에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애벌레를 넣어 만일 썩지 않고 잘 보관되면 술이 충분한 알코올 농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하였다는 설.

② 용설란 처리 과정에서 실수로 묻혀 들어간 애벌레들이 결과적으로 메즈칼의 맛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관찰하면서 시작되었다는 설.

③ 일종의 정력 강장제 또는 남성 마초의식의 하나로 시작되었다는 설(이 경우에는 술병의 마지막을 비운 사람이 벌레까지 먹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게 됨).

④ 완전히 상업적 유인책으로 시작되었다는 설 등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나온 메즈칼은 병 모양으로 볼 때 몬테 알반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앞서 영화를 설명할 때, 안드레아 아놀드는 동물(/곤충)을 영화에 잘 활용한다고 했는데 이 영화는 제목도 '아메리칸 허니'고 메즈칼의 나방 애벌레도 나옵니다.

영화 속의 주인공 소녀가 돈을 벌기 위해 카우보이들(kings, 그들이 마시는 맥주 이름은 킹 라이트)에서 저 애벌레를 마시는 모습은 약육강식의 동물의 세계를 묘사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술병에 죽어있는 애벌레가 주인공 소녀 같아보이기도 하고요.
암튼 한번 볼만한 영화이니 기회가 있으면 보시길 바랍니다.

메즈칼도 구하실 수 있으면 한번 드셔보세요.

저는 올 초에 한번 마셔봤는데 엄청 쎄더군요. 인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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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3 o지온o  
흐음.. 흥미롭네요.
썰들 중에서 유력한 썰은 제가 보는 관점에서라면 보나마나 상술일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언제나처럼 정력 향상이라면 미띠고 팔딱 뛰는 인간군상 ㅋㅋㅋㅋ ―――― , . ―――― ;;;;;;;;;;;;;;;;;;;;;;;;;
S 암수  
가끔 bar 가서 손잔등에 소금 묻혀놓고 호세꾸엘보 한잔씩 마시곤 합니다...ㅎㅎ
7 Harrum  
피시 탱크에서 말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1번에 겁니다. 레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