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부산국제영화제 중간 점검.

29 율Elsa 1 313 0 0

저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매일 다니고 있습니다.지금 살고 있는 데가 부산이라 개막하고 나서 하루도 빠짐없이 다닙니다.


이제 절반 정도 지났네요. 언제나 영화제를 다니는 건 피곤합니다. 일반 극장에서 영화 두번 보면 잘 안 피곤한데 영화제만 오면 왜 이렇게 피곤해지는지 정말 미스터리네요.


저는 지금까지 9편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저는 영화제에서 어떤 걸작을 만나겠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제가 관심 있는 걸 보면서 영화를 즐기려는 편입니다. 그래서 리스트가 기준이 없습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신작 <화씨 11/9>을 시작으로 한국영화 회고전 섹션에서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킬링>, <10년 :태국>, 살아있는 영화 역사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이미지 북>, 아그네츠카 스모친스카 감독의 <낯선 여행>,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의 <야생 배나무>, 박배일 감독의 <라스트 씬>, 그리고 왕빙 감독의 <사령혼 : 죽은 넋>까지 보았습니다. 


오늘 이후로 오손 웰즈의 <바람의 저편>, 차이밍량 감독의 <너의 얼굴>, 가스파 노에 감독의 <클라이맥스>, 그리고 제가 가장 기대하고 현재 극찬을 받고 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등 쟁쟁한 감독들을 몰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언급하고 싶은 세 편만 짧게 적겠습니다.


지금까지 본 작품으로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이미지 북>입니다. 여러 의미로 강렬하게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미지와 사운드, 내레이션의 충돌과 사유의 소용돌이. 다른 영화를 보면서도 이 영화는 끝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사령혼 : 죽은 넋>은 8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으로 보고 나면 꽤나 지칩니다. 하지만 왕빙 감독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어떻게 보이지 않는 것들을 기록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듯합니다. <사령혼>은 시간과 영혼, 이 두 가지는 보이지 않지만 그걸 찍으려는 감독의 사투처럼 보입니다. 정말 끈질기다 라고 생각이 들 만큼 집요하게 사건의 생존자 앞에서 떠나지 않고 증언을 듣는 카메라는 결국 어떤 영혼성을 얻어내고 담담한 위령을 합니다. 쉽지 않은 예술이고 시간이 필요한 작품인 것이 납득은 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간결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낯선 여행>은 예상외로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부천국제영화제에서 감독의 전작 <인어와 함께 춤을>을 흥미롭게 보아서 차기작이 궁금한 감독이었습니다. 아그네스카 스모친스카 라는 이름의 감독인데 여성이고 폴란드 감독입니다. <인어와 함께 춤을>이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잔혹동화였다면, <낯선 여행>은 단순한 장르들로 깊게 파들어갑니다. 호러의 분위기로 시작하다가 미스터리로 이어지고 가족 드라마로 점차 선회하는 구조인데 주인공의 심리를 묘사하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정말로 탁월합니다. 영상언어에 대한 이해가 있고 그걸 창의적으로 풀어냅니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1 Comments
1 omega13  
<이미지 북> 보셨군요~  보는내내 제 뒤에 어떤 분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더랬죠.. 영화도 사람처럼 죽고 사라지기 때문에 버린다는 표현이 충격이긴 했습니다. 그래야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