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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년도 1969
제작국 미국
제작사 Osti
상영시간 75분
필름 흑백
감독 Frederick Wiseman
제작 Frederick Wiseman
각본 Frederick Wiseman
촬영 Richard Leiterman

프레드릭 와이즈먼의 두 번째 영화는 제도에 관한 고찰을 가장 끔찍하고 다의적으로 보여준 영화로 필라델피아에 있는 백인중산층 학생들을 위한 공립학교인 노스이스트 고등학교를 다큐멘터리 같은 시각으로 바라본다. 와이즈먼은 영화의 시작부터 교사과 관리의 권위주의와, 학교가 학생에게 자기표현과 비판적 사고를 길러주지 못하고 무의미한 겉치레와 형식만 강조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다.

한 스페인어 교사는 학생들에게 ‘장 폴 사르트르’와 ‘실존주의’라는 단어를 반복하게 하면서도 사르트르가 어떤 사람이며 실존주의 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영어교사는 16살짜리 소년으로 가득한 교실에서 ‘타석에 선 케이시’라는 시를 낭송하고, 나중에는 “성공이 일보다 먼저 나오는 곳은 사전밖에 없다”고 말한다. 방과 후 집에 가지 못하는 벌을 받은 학생이 항의하자 교사는 말대꾸하지 않고 벌을 받는 것이 성숙의 증거라고 말한다.

진학상담교사는 한 학생에게 돈이 많이 들지 않고 점수가 낮은 학교에 지원하여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라고 충고한다. 남학생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성교육 강연을 하는 한 산부인과의사는 처녀막을 ‘체리’라고 표현하고, 자신은 질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일로 돈을 번다는 농담으로 학생들의 박수갈채를 받는다. 여학생들은 체육시간에 듣고 있으면 바보가 될 것 같은 ‘1910 프루트검 컴퍼니’의 ‘사이먼 세즈’의 가사와 리듬에 맞추어 멍청한 미용체조를 따라 해야 하고, 패션쇼 리허설 중 한 교사는 경솔하게도 다른 학생들이 있는 데서 한 여학생에게 “체중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피가 얼어붙을 듯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에서 교장은 얼마 전에 졸업한 한 졸업생의 편지를 읽는다. 그는 현재 베트남의 전쟁터에서 복무하고 있으며 위험한 임무를 자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을 ‘임무를 수행하는 하나의 몸뚱이일 뿐’인 존재로 만들어준 그 학교의 가르침에 감사한다고 말한다. 영화에서 마지막으로 들리는 소리는 편지를 읽고 난 여교장이 그 편지가 “우리 노스이스트 고등학교가 아주 성공적인 학교”임을 증명해준다고 말하는 목소리다. 곧장 검은 화면으로 넘기는 것으로 이렇게 아찔한 효과를 만들어 낸 감독은 또 없을 것이다. 와이즈먼은 교장의 말과 그 말의 배후에 깔린 세계관이 마치 발가벗겨진 것처럼 영화의 침묵과 대조를 이루게 한 것이다.

영화가 학교를 부정적으로만 그리는 것은 아니다. 와이즈먼의 사회비평은 명백한 문제점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행동의 세부적이고 모순적인 실상을 낱낱이 제시하는 것에 토대를 둔다. 무엇보다 대상이 스스로 드러내는 것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와이즈먼의 방식은 가장 비난 받을 만한 부류의 인간에게도 존중을 보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관객의 공범의식뿐 아니라 반감에도 도전을 제기하는 것이다. 와이즈먼은 르누아르처럼 “모든 사람이 자기 나름의 이성을 지니고”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물론 그것은 「게임의 규칙」에서도 「하이 스쿨」에서도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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