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의 1980년대가 찬란한 르네상스를 통해 유구한 족보를 형성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면, 1990년대는 가요 시장의 산업적인 측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한 시기였다는 점에서 또한 중요하게 논할만하다.

여기에는 LP에서 CD로의 성공적인 매체 전환과 뮤직비디오 제작의 활성화로 인한 “보는 음악” 시대로의 변화, 노래방의 활발한 보급으로 인한 취미 생활로의 확대 등 음악이 보다 밀접한 생활 문화로 정착할 수 있었던 여러 제반적인 상황이 맞물린 결과이기도 했다.

1990년대에 국내 음반 시장은 가요가 해외 팝 음악의 판매량을 압도하기 시작하면서 100만장 이상 음반 판매고의 밀리언 셀링 시대를 열었으며, 그 어느 때보다 음악이 대중의 주요한 소비 문화로 자리잡은 한국 대중음악의 진정한 황금기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90년대 가요 황금기를 이끈 라인음향

무엇보다도 전술한 여러 요인들을 통해 음악의 주요 소비 계층이 10대와 20대의 젊은 세대 중심으로 변화했다는 사실은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된다.

요컨대, 해외 팝 음악을 더욱 선호하던 많은 젊은 세대들이 비로소 가요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우리 대중음악이 해외의 수준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세련된 형식미로의 진화를 보였음을 증명한 것이기도 하다.

1990년대는 분명 음악성보다는 대중성이 각광받은 시대였지만, 전술한 것처럼 소위 말하는 1980년대의 “뽕끼”를 걷어내고 세계적인 트렌드를 추구하기 시작한 발전적인 과도기였다. 이는 해외 선진 팝 음악 장르의 신속한 도입과 그를 우리의 정서에 맞게 가요화한 명제로 요약되는데, 라인음향은 그러한 운영 철학을 모토로 많은 스타 뮤지션을 배출하면서 혁신적인 흐름을 주도한 1990년대를 대표하는 레이블이었다.

신승훈

라인음향은 주로 학습용 테이프를 생산하고 유통했던 덕윤산업을 모기업으로 출범하여 첫 전속 뮤지션이었던 신승훈의 1집과 2집이 연속으로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사업을 확장했고 이어 김건모와 노이즈, 박미경과 클론이 연속적으로 히트 행진을 이어가면서 굴지의 음악 레이블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라인음향을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였던 김창환이 있었다. 그는 최신 음악의 트렌드에 대한 혜안과 스타 뮤지션을 발굴하는 남다른 안목을 갖고 있었다. 예컨대, 여러 기획사로부터 퇴짜를 맞은 신승훈의 재능을 알아보고 레이블의 간판 스타로 만들어낸 것은 유명한 일화다.


또한 1980년대의 댄스 음악과 차별화되는 하우스와 레게, 레이브와 테크노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면서 김건모와 노이즈, 박미경과 클론의 성공을 이끌었다.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은 서태지와 아이들과 김창환으로 대변된다”는 말처럼 라인음향의 전성기와 함께 한 그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다.

김건모,노이즈

박미경,클론

지금까지 공식 집계된 역대 가요 음반 판매량 순위는 1990년대 라인음향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다. 김건모의 3집(286만장)과 신승훈의 5집(248만장)이 20년째 1, 2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김건모의 2집(183만장)과 신승훈의 3집(173만장), 4집(164만장), 2집(147만장)까지 20위 안에 총 6장의 앨범이 올라있다.

그러한 기록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레이블의 막강 투톱을 이뤘던 신승훈과 김건모가 보다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위해 독립하면서 라인음향은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유능한 프로듀서 김창환의 주도 하에 레트로뮤직과 K.C.하모니, 우퍼엔터테인먼트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홍경민과 김태영, 이정과 채연 등의 후속 스타 뮤지션들을 꾸준히 양성했고 현재는 김창환을 대표 이사로 한 CJ 산하 미디어라인으로 통합되어 건재하게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홍경민,김태영

이정,채연

라인음향의 대표 앨범
1. 신승훈 - [신승훈 3집] (1993)

이문세와 변진섭의 계보를 잇는 발라드의 황제라는 간판 때문에 신승훈은 “뮤지션”보다는 “가수”라는 인상이 강했다. 즉, 그가 1집과 2집의 최고 히트곡이었던 ‘미소속에 비친 그대’와 ‘보이지 않는 사랑’을 직접 작사, 작곡한 싱어송라이터라는 사실이 종종 간과되기도 했다.


전술한 곡들에서 드러난 것처럼, 클래식의 선율과 알앤비의 감성을 잘 활용하여 1980년대의 촌스러움을 탈피한 세련된 발라드 스타일을 정립했다는 점에서 그는 가수이기 이전에 매우 훌륭한 송라이터였다.


특히, 자작곡인 ‘널 사랑하니까’와 ‘소녀에게(Hey Girl)’, ‘로미오&줄리엣’이 트리플 히트를 달성한 3집은 신승훈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당당한 존재감을 알린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김창환과 천성일이 만든 ‘처음 그 느낌처럼’은 발라드 가수의 이미지로 각인되었던 그가 댄스 곡도 잘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한 곡이다. 그러한 발라드와 댄스의 효과적인 절충 노선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한 이후에도 변함없는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요컨대, 신승훈은 역대 가요 음반 판매량 20위 안에 무려 네 장의 앨범을 올린 명실상부한 1990년대 최고의 뮤지션이었다. 라인음향에서 발매된 그의 6장의 정규 앨범은 연속으로 모두 10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이는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대기록이다.

2. 노이즈 - [Noise 2] (1994)

신승훈과 김건모의 성공적인 데뷔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라인음향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에 위기의식을 느꼈고, 그러한 영향은 4인조 댄스 그룹 노이즈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원래 작사, 작곡 능력을 겸비한 천성일과 홍종구의 듀오 체제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랩과 안무를 강화하기 위해 한상일과 김학규를 추가 멤버로 영입하여 아이돌 그룹의 진용을 갖추게 되었다.


김창환과 천성일이 절반씩의 작곡을 분담한 노이즈의 데뷔 앨범은 하우스 리듬의 차분한 댄스 곡 ‘너에게 원한 건’의 히트로 기대했던 만큼의 성공을 거뒀지만, ‘말하지마’와 ‘변명’과 같은 곡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서태지와 아이들의 인기를 의식하고 급조된 듯한 경향 또한 다분했다.


반면 천성일이 창작의 전권을 행사한 2집은 레이브와 하우스, 알앤비 등 최신 흐름의 세련된 댄스 스타일이 구체화된 결과물로서 보다 노이즈라는 팀의 정체성이 잘 발휘된 수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


‘너에게 원한 건’과 유사한 성향의 ‘내가 널 닮아갈 때’ 외에는 히트한 싱글이 없었고 데뷔 앨범의 절반 정도의 판매고에 그치고 말았지만 ‘변덕스런 그녀’와 ‘조금만 천천히’, ‘너와 함께 갈때’와 같은 곡에서 제시한 고품격 댄스 음악의 방법론은 한국형 팝의 또 다른 진화를 보여준 것이었다.

3. 박미경 - [박미경] (1994)

제6회 강변가요제에서 ‘민들레 홀씨 되어’로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린 박미경은 1988년에 솔로 데뷔 앨범을 발표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김창환은 흑인적인 감성의 풍부한 소울을 품고 있었던 그녀의 가창력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라인음향 사단에 합류시켰다.


이후 박미경은 김건모와 노이즈 앨범의 코러스를 비롯한 전문적인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면서 댄스 가수로의 성공적인 변신으로 거듭났고 김창환 작사에 천성일 작곡, 김형석 편곡의 절대 흥행 공식을 입증한 히트곡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통해 데뷔 7년 만에 비로소 화려한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솔로 여가수가 기근인 시기이기도 했지만 특히나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드물었던 파워풀한 가창력의 댄스 여가수의 등장은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국내의 댄스 여가수들이 외모와 춤 만이 아닌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도 승부해야 한다는 자성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박미경의 성공은 큰 의미가 있었다.


예컨대, 바로 김현정과 소찬휘, 백지영 등 탁월한 가창력을 지닌 댄스 여가수의 전성 시대를 예고한 것이었다.

4. 김건모 - [Kim Gun Mo 3] (1995)

김건모는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를 닮은 음색의 국내에서는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의 창법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1990년대를 풍미했다. 흑인 음악에 관심을 가졌었고 그것을 어떻게 한국적인 감성의 가요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던 프로듀서 김창환에게 김건모는 그야말로 최적임자였고, 이전에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성공적으로 소화할 수 있었다.


예컨대, 하우스 리듬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랩 스타일을 정착시킨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와 가요 시장에 때아닌 레게 열풍을 불러일으킨 ‘핑계’가 대표적이다. 3집은 그러한 김창환과 김건모 콤비의 환상의 궁합이 최고조에 달했던 결과물로서, 테크노 사운드의 가장 완벽한 가요화를 구현한 ‘잘못된 만남’의 대히트로 무려 286만장의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면서 한국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물론 이러한 대기록은 싱글 한 곡의 인기 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팝 발라드(‘아름다운 이별’)와 펑키 하우스(‘드라마’), 프리스타일 알앤비(‘이 밤이 가면’)와 레게(‘너에게’), 힙합(‘너를 만난 후로’)과 뉴 잭 스윙(‘넌 친구 난 연인!’) 등 다양한 장르의 스타일이 완성도 높은 구성을 이루고 있는 앨범은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여실히 기록하고 있다.


본 작을 마지막으로 김건모는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위해 김창환과 결별하게 되었는데, 이는 당시 뉴스에 대서특필될 정도로 화제가 된 사건으로 가요 시장의 또 다른 격변을 예고하는 전환점이었다.

5. 클론 - [Are You Ready?] (1996)

강원래와 구준엽은 일찍이 ‘와와’라는 팀을 결성하여 뛰어난 춤 실력으로 서울의 유명 클럽을 평정했고, 다운타운 댄스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계기로 이수만에게 발탁되어 현진영과 와와로 가요계에 데뷔하게 되었다.


둘은 군 복무로 와와를 2기 멤버들(이현도, 김성재)에게 물려주고 제대 후 각자의 개인 활동을 하다가 라인음향의 안무 담당으로 다시 만났는데, 그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서 클론의 극적인 탄생으로 이어졌다.


바로 라인음향에 연습생으로 들어와 강원래와 구준엽의 안무 지도를 받으면서 데뷔를 준비했던 박진영이 다른 기획사로 떠나면서 그 대안으로 클론이 결성된 것이었다. 둘의 춤 실력은 의심할 바가 없었지만 문제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던 가창력에 있었다.


이에 김창환은 자메이카 레게 스타일의 랩에 착안하여 보컬의 개성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았고, 따라부르기 쉬운 멜로디와 가사에 여름 시즌을 겨냥한 분위기의 계절 컨셉을 내세웠다.


그러한 전략은 주효했고, 클론의 데뷔 싱글 ‘꿍따리 샤바라’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앨범 또한 100만장이 넘게 팔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클론은 2집부터 대만과 중국 시장 공략에도 성공하면서 한류의 원조라 할 의미있는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이 글에 소개된 곡들
곡 목록
아티스트 앨범 듣기 재생목록 내앨범 다운 영상 기타
미소속에 비친 그대 대표이미지 곡정보

미소속에 비친 그대

신승훈

미소속에 비친 그대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신승훈 3집 대표이미지 곡정보

소녀에게 (Hey Girl)

신승훈

신승훈 3집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신승훈 3집 대표이미지 곡정보

처음 그 느낌처럼

신승훈

신승훈 3집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기타 기능
그 후로 오랫동안... 대표이미지 곡정보

그 후로 오랫동안

신승훈

그 후로 오랫동안...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기타 기능
Kim Gun MO 대표이미지 곡정보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박광현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삽입)

김건모

Kim Gun MO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김건모 2 대표이미지 곡정보

핑계 (Reggae)

김건모

김건모 2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Kim Gun Mo 3 대표이미지 곡정보

아름다운 이별

김건모

Kim Gun Mo 3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Kim Gun Mo 3 대표이미지 곡정보

잘못된 만남

김건모

Kim Gun Mo 3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기타 기능
Sound Shock 대표이미지 곡정보

너에게 원한건

노이즈(Noise)

Sound Shock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Noise2 대표이미지 곡정보

내가 널 닮아갈 때 (Jazz Hip Hop)

노이즈(Noise)

Noise2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Noise 3rd Revolution 대표이미지 곡정보

어제와 다른 오늘 (Rave Dance Music)

노이즈(Noise)

Noise 3rd Revolution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박미경 대표이미지 곡정보

이유같지 않은 이유

박미경

박미경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Jungle New Style 대표이미지 곡정보

이브의 경고 (Jungle)

박미경

Jungle New Style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기타 기능
Park Mi Kyung Vol.3 대표이미지 곡정보

기억속의 먼 그대에게

박미경

Park Mi Kyung Vol.3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Are You Ready? 대표이미지 곡정보

꿍따리 샤바라

클론(CLON)

Are You Ready?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불가 기타 기능
One More Time 대표이미지 곡정보

빙빙빙

클론(CLON)

One More Time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기타 기능
Funky Together 대표이미지 곡정보

사랑과 영혼 (feat. 김태영)

클론(CLON)

Funky Together 듣기 재생목록에 추가 내 앨범에 담기 flac 다운로드 영상 재생 기타 기능
이태훈
글 이태훈 (음악칼럼니스트)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대중음악웹진 [100비트] 필자, 록매거진 [파라노이드] 필자, MBC 문화콘서트 난장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