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편 SF영화의 경향들(종료)

2021-04-27 ~ 2021-05-06
한국 단편 SF영화의 경향들(종료)
김초엽 작가는 SF에 대해 “현실을 ‘다르게’ 보게 하는 장르”라고 말했다. 장편 상업 SF 영화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CG, VFX는 없지만, 이번에 KMDb에서 소개하는 한국 단편영화 7편은 우주, 괴생명체, 원자력, AI 라는 소재를 활용해 현실에 상존하는 문제들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도록 유도하는 작품들이다.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하자면 <아귀도>와 <낙진>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존기를 보여주고, <아유데어>는 우주라는 미지의 시공간이 전달하는 위로를 그리고 있으며, <당신은 안드로이드입니까>, <오제이티>,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웅비와 인간 아닌 친구들>은 안드로이드, 인공지능, 외계인 등을 등장시켜 ‘인간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7편의 단편들이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꼭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 본 상영은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아 진행되며, 영상의 다운로드는 불가합니다. 


상영작품
  • 01. 아귀도 정재훈, 2020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로 황폐해진 소도시. 생존 필수품인 얼음은 매주 배급되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무장한 채 얼음을 배급받기 위해 나갔던 효진이 빈손으로 돌아오고 가족들은 얼음을 구하기 위해 옆집으로 향한다. 

    <아귀도>는 생존 필수품인 얼음을 얻기 위해 타인을 공격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제한적인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가족 내에 존재하는 성차(性差)로 인한 문제를 보여주기도 한다. 엔딩에 다다르면 블랙코미디로 변화하는데 극한의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 02. 아유데어 정은욱, 2020
    인공위성 ‘하늘호’가 날아오르던 날 선주는 아이를 잃는다. 시간이 지났지만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선주는 뉴스에서 새로운 인공위성을 하늘로 쏘아 올린다는 기사를 접한다. 이후 선주는 전파를 통해 아이의 기척을 느낀다.

    <아유데어>는 우주라는 미지의 시공간으로 올라가는 인공위성 ‘하늘호’에 대한 뉴스가 병원에서 공허하게 들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이어지는 땅위의 삶과 대비되는 우주라는 모호하고 신비한 시공간은 선주에게 위로를 전한다. 
  • 03. 당신은 안드로이드입니까 유명상, 2019
    감정이 없는 안드로이드로 대다수의 서비스직이 대체된 미래사회. 카페에서 일하는 안드로이드는 손님에게 폭언을 듣고 다른 카페로 찾아가 다른 안드로이드에게 폭언을 내뱉는다.

    많은 SF 영화들(<이퀄리브리엄>, <화씨451> 등)이 '감정'이 소거 된 세상을 그리곤 했다. 이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맞닿아 있으며, 이 영화도 제목에서 드러나듯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존재를 ‘감정’과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다. 최근 심심찮게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갑질 논란을 생각나게 도 한다.
  • 04. 낙진 권혁준, 2017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죽음의 땅이 된 양강. 그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기영과 준영은 오염 된 흙은 인근 공사장에 팔아 돈을 번다. 탈출을 위한 마지막 배달 중 예기치 않은 사건들이 발생한다.  

    <낙진>은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피해자이며 동시에 소수자가 되어버린 ‘양강’ 지역의 사람들을 보여준다. 피해자이지만 사회의 소수로 밀려난 사람들을 모습은 수많은 사건/사고들의 피해자들의 삶을 생각나게 만든다.
  • 05. 오제이티 최수진, 2017
    인공지능 신입사원의 교육을 맡게 된 대리는 인공지능과의 협업을 통해 우수한 업무수행능력을 보여주지만 이는 회사 임원진의 음모임을 알게 된다.

    오제이티는 매번 뉴스를 통해 접하던 인공지능이 사람의 역할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자극하며, 결론에 이르면 회사의 음모에 반격을 가하며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  
  • 06.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이민섭, 2019
    사람의 기억을 복사해 로봇에 심을 수 있는 시대. 딸은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의 데이터를 옮겨놓은 로봇을 가방에 넣고 다닌다. 평소 바쁘고 무뚝뚝했던 아버지와 달리 자상하게 말을 건내는 로봇과 유대가 형성될 때 식물인간이던 아버지가 깨어난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는 7작품 중 가장 따뜻한 시선을 가진 작품이다. 사랑했던 혹은 보고 싶은 사람들의 데이터를 복사한 로봇과 함께 다니는 설정이 인상적이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07. 웅비와 인간 아닌 친구들 김다민, 2020
    웅비는 자신만의 비밀기지에서 온 몸이 털로 뒤덮힌 괴생명체를 만난다. 웅비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괴생명체와 친해지고 집으로 데려간다. 괴생명체는 라디오를 통해 점차 소통이 가능해지기 시작하고, 소통이 시작되자 인간과 괴생명체의 위계는 전복된다.

    <웅비와 인간 아닌 친구들>은 사랑스러운 웅비와 괴생명체의 우정을 그린 아름다운 영화처럼 보이지만 뒤로 갈수록 장르가 바뀌며, 우리에게 지구에는 살아가는 생명체는 ‘인간’만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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