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내 사랑 (Hiroshima, My Love, 1959)

자막자료실

히로시마 내 사랑 (Hiroshima, My Love, 1959)

https://cineaste.co.kr/bbs/board.php?bo_table=psd_caption&wr_id=2029612
9402311b34a8ad2a8b57035fa818d53a_1662696332_5774.jpg

9402311b34a8ad2a8b57035fa818d53a_1662696332_666.jpg

9402311b34a8ad2a8b57035fa818d53a_1662696332_7313.jpg

9402311b34a8ad2a8b57035fa818d53a_1662696332_8061.jpg

9402311b34a8ad2a8b57035fa818d53a_1662696332_8722.jpg

 

'히로시마 내 사랑' 뭐 굳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는 영화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꽤 할 말이 많은 영화입니다. 그래서 가급적 남들 안하는 이야기를 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행복한 현재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열악한 시네마데끄에서 열악한 화질로 접한 영화를 HD화질로 다시 볼 수 있다니 얼마나 큰 행복일까요? 물론 이건 그 시대를 안 살고 처음부터 HD화질로만 영화를 접한 분들은 느끼지 못한 행복입니다. '삶의 개선'이 주는 행복은 인간에게 굉장히 크거든요.

그리고 오래전에 만든 자막 치고는 (무려 2004년)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자막들은 대부분 아무리 당시 날고 기던 번역가분들이 만들었다고 해도 손 댈게 많은데 이 자막은 표현, 어법, 문장길이, 축약 등 거의 흠 잡을 게 없었습니다. 물론 두 번의 재업을 거치면서 조금씩 변화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 크게 고쳐진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런 자막을 왜 다시 올리느냐 하면 그래도 뭔가는 많이 고쳤기 때문입니다. 과거 자막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교정대상들은 긴 대사의 한줄처리입니다. 이 자막은 다른 동시대 자막에 비해서는 너무 양호했지만 그래도 긴 한줄 대사가 제법 있어서 두 줄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여주인공이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부분은 싱크가 없거나 어그러지더군요. 그래서 수정해 넣었습니다. 오타나 조금 어색한 표현 좀 더 세련되게 일부 고쳤고, 그렇게 5% 정도 수정자막입니다. 결정적으로 고친 건 남녀가 대화를 주고 받을 때 남자는 반말, 여자는 존댓말, 이건 옛날 자막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나타나는 습관인데 균형을 맞게 교정했습니다. 이건 꼭 필요한 부분이지요. 그리고 중간 중간 어긋나는 일부 싱크 조금씩 조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영화 역시 유명 거장들의 거의 최고작이 '데뷔작'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시드니 루멧의 '12인의 성난 사람들' '프랑소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브라이언 포브스의 '우리들만의 비밀'(이 양반은 이 데뷔작과 두 번째 연출작 'L자 모양의 방' 에서 데뷔 1, 2작을 연달아 홈런친 인물이죠. 두 작품으로 이미 게임 끝냈다고 볼 수 있을만큼), 최고작까진 아니라고 해도 스티븐 스필버그의 '대결'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참 안타깝죠. 이런 데뷔 기세였다면 지금쯤 걸작 5편 정도는 걸어놔야 하는데) 우리나라도 '꼬방동네 사람들'의 배창호 감독 같은 경우가 그렇죠. 

원래 알랑 레네는 다큐멘타리 전문 감독이었는데 일본과 합작하여 히로시마 관련 영화를 찍으면서 이미 그가 만든 다큐멘타리 '밤과 안개'의 연상선이 되는 걸 우려해서 로맨스를 가미한 극영화로 진행하여 얼떨결에(?) 극 영화 데뷔작이 나온 게 '히로시마 내 사랑' 이지요. 이 영화가 굉장히 섬세하고 화면이 예쁜 영화인데 단지 알랑 레네 때문이라기 보다는 각본을 담당한 마르그리뜨 뒤라스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 원작의 60년대 영화들 '모데라토 칸타빌레(60)' '긴 이별(61)' '여름 오후 10시 30분(69)' 등의 작품들을 보면 딱 공통점이 보이잖아요. 대사는 적고 여운은 길고 사랑은 깊고 처절한... '히로시마 내 사랑'까지 모두 네 편의 감독이 다른데 그럼에도 모두 마르그리뜨 뒤라스의 분위기를 잘 담아낸 수작들이지요.

'히로시마 내 사랑'은 같은 시기 등장한 장 뤽 고다르 '네 멋대로 해라', 프랑소와 트뤼포 '400번의 구타' 와 함께 새로운 영화의 기수로서 역할을 한 영화가 되었는데 다른 두 편의 도발적인 것과 달리 섬세함이나 세련됨은 훨씬 낫다고 봅니다. 다른 두 작품을 나름 혁신적이라 평가된 한국 영화와 바교한다면 '바보들의 행진' 처럼 깊이나 세련됨에서의 부족함은 있더라도 젊고 새로운 감독의 새롭고 도발적인 영화라는 신선함이 높았다면 '히로시마 내 사랑'은 마치 김수용 감독의 '안개' 처럼 은은하고 세련된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정말 일말의 투박함 자체가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아요.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찍었을까 싶은 영화입니다. 더구나 원폭 피해의 잔혹성과 관련 시위를 담은 사실상의 '다큐멘타리 화면'이 있음에도. 그런 전쟁의 아픔과 두 남녀의 사랑을 절묘하게 결합시켰죠. 각본도 참 뛰어났고 특히 후반부에 밤거리를 걸으면서 하는 여주인공의 독백 대사는 한편의 아름답고 애잔한 시에요. 세련된 화면이 워낙 우수해서 알랑 레네에게 점수를 주긴 하지만 마르그리뜨 뒤라스가 아니라면 나올 수 없던 영화일겁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른들의 사랑 영화에서 깊이의 차이가 좀 더 많이 발견되는데 이 차이 때문에 반짝 하고 잊혀지는 멜러영화와 걸작 고전으로 회자되는 작품의 격차가 있는 겁니다. HD 화면에 담긴, 자막까지 훌륭하다고 느껴지는 '히로시마 내 사랑'은 정말 소소한 자막 교정하면서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히로시마와 프랑스의 느베르를 절묘하게 연결하고 과거와 현재를 또 절묘하게 잇고, 전쟁의 처참함과 사랑의 아픔을 너무 완벽하게 엮어내고 있습니다. 사실상 전혀 관련이 없는 A, B 를 동질하게 엮어버립니다. 이걸 '각본 몽타주'라고 해야 할까요?

원폭의 피해를 다루면서 지나치게 호소적이지 않고, 사랑과 이별을 다루면서 지나치게 오글거리거나 신파적이지 않고 이틀밤의 섹스와 불륜을 다루면서 천박하지 않습니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를 아주 생각할 게 많게 만들었어요. 마르그리뜨 뒤라스의 각본이나 알랑 레네의 연출이나 어느 한 부분을 우열을 가리거나 깎아 내릴 수가 없습니다. 흑백 화면이 너무 밝고 선명한 느낌이라 칼라가 아닌 게 아쉬움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알랑 레네는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고 여주인공 엠마뉴엘 리바도 사실상 데뷔작입니다. 배우의 꿈을 포기할 번 하다가 32세가 되어 이 영화로 이름을 알린 늦깍이 배우입니다. 이후 좀 알려진 영화로는 '제로지대(Kapo, 60)' '레옹 모랭 신부(61)" 정도입니다. 아주 큰 스타는 못 됐지만 85세에 출연한 '아무르(2021)'가 칸 영화제 대상을 받고 몇 개의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말년에 대표작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히로시마 내 사랑' 에서의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가 치매에 걸리는 80대 할머니로 변한 것은 세월의 무상을 느끼게 했지요.

주제넘은 상상이지만 저라면 여자가 카사블랑카 바(bar)에 들어가면서 '당신 이름은 히로시마, 내 이름은 느베르' 라고 독백하면서 끝냈을 텐데...(그랬다면 제목을 '히로시마, 느베르' 또는 부제 형식으로 '두 번째 이별' 뭐 그런 식으로) 그럼에도 영화는 다르게 쓰였지만 끝 대사는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많은 걸 상징하고. 참고로 엠마뉴엘 리바가 잉그리드 버그만과 맣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들어간 바의 이름이 '카사블랑카' 라서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막 원 제작자는 홍두깨 님입니다. 영상과 자막 같이 공유합니다.

ps1 :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당분간 매주 토요일 번역작 또는 수정자막 또는 섭자막 변환분 올릴 예정입니다. '히로시마 내 사랑'은 그냥 번외 게시물입니다. 내일은 번역작 하나가 올라갈거고.
  


 


"위 출처는 커뮤니티 '씨네스트'입니다. http://cineaste.co.kr 이곳에 오시면 다양한 피드백과 관련 자료가 있습니다. 아울러 스크립트를 이용한 불펌을 금합니다.

그리고 타 사이트 업로더 여러분께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저작권 문제로 삭제되더라도 가급적이면 퍼가시는 것보다는 링크로 연결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Comments

16 블랑코
감사합니다.
1 kokope11i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