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니 "라 노떼" 를 다시 보고...

자막제작자포럼

안토니오니 "라 노떼" 를 다시 보고...

S 줄리아노 0 904 0


하염없이 지루한 미켈란젤로의 1961년 영화...

잠깐 딴 생각하다가는 영화의 흐름도 놓치기 일쑤인

그의 여러 영화 중의 하나 입니다.

(사실 늘 별거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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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거 아닌 영화를 다시 보게 된 이유는
기존의 자막이 워낙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고로
뭘 봤는지도 모를 영화였는데 (물론 영화의 호흡이 너무 길어서...)
그래서 자막을 다시 정리해 보려고 늘 맘먹고 있던 차에
"민초이" 님께서 새로 자막을 제작해 주셔서, 어떨까 하고
다시 감상해 본 것이며, 그 느낌을 몇 자 적어 보려는 겁니다.

저도 한없이 부족한 제작자의 하나지만
먼저, 이렇게 한 영화를 죽였다 살렸다 할 수도 있다는 점이
자막 제작자로서 마음에 매우 무겁게 다가오는 군요.
일단, 저는 민초이 님 자막 덕분에 전혀 새로운 영화를
많은 생각과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영화와 한 몸이 된 듯한 자막은
아무렇게나 만들어지는 게 아닌 걸 잘 알기에
부러운 마음과 함께 먼저 무한한 감사를 올립니다.

그러면서, 자막 제작자의 덕목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타와 맞춤법은 기본이고
오역과 이해력은 개인의 능력이니 차치하고라도
뛰어난 국어 실력, 단어를 많이 알고 적재적소에 사용한다든지
해독력 높은 문장을 적절하고 간결하게 구사한다든지 하는
(사실, 전 문장 보다는 단어에 더 고심하는 것 같네요...)
기계적인 판단력 이외에도 얼마나 많은 점을 필요로 하는지 새삼 느낍니다.

너무 조급해서도, 너무 느긋해서도 안되고
너무 성의없이 후다닥 만들어 치운 느낌이나 
너무 자세히 설명하려는 가르치려는 자세도 되도록 피하고
(없는 말까지 넣어가며 문장이 길어지는... 초보의 실수)
어차피 우리는 영화의 원 대사에 매인 몸이니
자신이 영화의 주인공의 이름, 스토리나 내용 전달자에 그칠건지
멋진 원 대사의 맛을 살리고, 배우들의 감성까지 충실히 전할 건지...
하지만, 저는 한 발짝 떨어져서 조금은 무심한 듯한 길지 않은 문장을 
"가장 자연스런 직역" 과 "원문-역문 등가의 원칙" 에 따라
적절한 분할과 정확한 씽크로 툭툭 던지는 투를 선호합니다.
(너무 장황하지만, 민초이 님 작업은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그 모든 걸 보여주는 제작자에게 교과서적인 자막 같아서
이렇게 존경과 찬사의 글을 올리는 겁니다)

자막을 보면 그 제작자의 성품이 느껴집니다.
정교하고 힘있는 문장의 macine 님과
따듯하고 자연스런 문장의 Harrum 님
유려하고 리듬감 넘치는 문장의 에릭카트먼 님...
모두들 저는 흉내도 못낼,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분들이시지만... 저는 압니다. 한줄 한줄에
마부위침의 고뇌와 정성이 들어가 있다는 걸... 

마지막으로, 절제된 문장 부호에
단 하나의 오타도 없고
0.1 초의 씽크 오차도 없으며
단 한 줄도 눈에서 엉키는 대사가 없이
마치 배우들이 우리 말을 하는 것 같은
(이 영화보다도) 이 자막을 꼭 한 번 
봐주실 것을 권하며, 저의 졸문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분과 전혀 모르는 사이 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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