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자막 만들기 관련 두가지 1. 부호생략 2. 명사변환 금지

자막제작자포럼

착한 자막 만들기 관련 두가지 1. 부호생략 2. 명사변환 금지

S 토마스모어 10 1325 0

자막제작 가이드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글들은 '기술'이나 '기능'에 대한 가이드지만 오늘 제가 올리는 글은 그런 것이 아니라 일종의 '착한자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미 2011년에 MacCyber 님이 착한자막 가이드를 상세히 올렸는데, 그것도 제법 긴 글로, 뭘 새삼스럽게 또 이야기하나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9년이나 되었음에도 여전히 착한자막과 거리가 먼 자막이 숱하게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느끼고 준비한 내용이긴 한데 시간내서 '봉사'하시는 자막 제작자분들이 불쾌하게 생각하실까봐 계속 미루었습니다.  하지만 '하얀 면사포' 댓글에 올렸더니 공감해주신 분들도 많았고 해서 용기를 갖고 올리게 되었습니다.

'착한 자막'이란 '잘 번역된 자막'을 의미하는게 아닙니다  잘 번역된 자막은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죠.  누군들 좋은 번역 안하고 싶은 분이 어디있겠습니까? 하지만 번역 기술이 하루아침에 늘어날 수도 없습니다.  번역을 잘하려면 영어실력도 뛰어나야 하고, 시간도 많아야 하고 영화도 많이 알아야 하고 또한 언어능력도 좋아야 합니다. 이런게 하루 이틀 혹은 1-2년에 개선되는게 아니지요.

그렇지만 '착한자막'이란 기술적인 것이 아닙니다.  알면서 안하거나 몰라서 안하거나 성의가 없거나 하는 문제이지 지식, 실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구든 몇 가지만 숙지하면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이미 알고들 있습니다.  극장에 가본 사람이면 극장자막을 구경하게 되지요.  알지만 관심이 없어서 인지를 안할 뿐이지요. 하지만 자막 제작자는 달라야 한다고 봅니다.

오늘은 착한 자막중 크게 두가지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1. 부호에 대한 생략  2. 명사변화 금지

크게 두가지 입니다  이 두가지만 개선되어도 지금 올라오는 자막의 퀄러티는 70-80%가 개선될 것입니다.

1. 부호의 생략

자막제작시 많이 쓰이는 부호는 크게 .(마침표, 점) ,(콤마, 쉼표), !(느낌표) ...(얼버무림표시) 이렇게 4가지 입니다.  저는 이걸 4종세트라고 부르고 싶은데 . 은 요즘 안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행히 한글자막에서 마침표는 필요없다는 정도는 대부분 인식하고 있어서죠.  하지만 나머지 ,와 !와 ... 은 여전히 많이 남발되고 있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자막제작자분들이 자막을 '텍스트'로 인식하기 때문이지요. 자막은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 입니다.  자막은 읽히는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것' 입니다.  영화가 돌아갈 때 일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영상을 방해하지 않는 최소한도가 필요한 이미지입니다.  역할은 '의미전달' 이지요.  그냥 의미전달이 아니라 '실시간 의미전달' 인 것입니다.  자막 한줄의 이미지화 되어 의미를 전달하는 시간은 보통 1-3,초 내외입니다.  책이나 텍스트와는 전혀 달라요.  책은 시간을 두고 음미하고 쉬고, 생각하면서 읽는 텍스트지요.  문장형식이 꽤 중요합니다.  자막은 다릅니다.

실시간 의미전달의 이미지이기 때문에 '가독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그래서 . (마침표)는 굳이 불필요한 것입니다.  있으면 오히려 방해가 되지요.

자막은 그 배우가 어떤 의미의 이야기를 하는지 알려주는 보조도구입니다.  우리는 배우의 표정, 말투, 상황, 목소리 톤 등을 통해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지만 뜻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자막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막에서 ! 는 굳이 크게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를 너무 남발한 자막을 자주 발견합니다.   특히 그냥 일상 대화에서조차 !를 남발하는 자막이 많이 있지요.  !가 단 한개도 없어도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의 최소화는 좋은 자막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그리고 ,  이것은 ! 보다 훨씬 불필요하게 남발되는 부호지요.  , 가 필요한 경우는 명사의 나열 외에는 딱히 없습니다.

예시 : 오늘 시장에서 반찬, 쌀, 과일, 음료수 좀 사왔어 -> 이런 경우는 , 가 있으면 도움이 되죠.

또 다른 경우는 실제로 두 문장이 나란히 한줄에 있는 경우입니다.

아버지 가방 좀 집어주세요 -> 두 문장입니다.  이럴때는 아버지, 가방 좀 집어주세요 이렇게
쓰는게 낫죠.

그 외에는 거의 필요없습니다.  특히 절대절대절대절대 x 10000000 만큼 필요없는 경우는 문장끝 입니다.  문장끝의 , 는 정말 아무런 필요가 없습니다.  이건 이미 작년에도 존슨리 님을 비롯 가이드가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정말 많아요.  어느 자막은 제가 30-50개를 수정삭제해야 하는 자막도 있습니다  왜 그리 , 에 집착하시는지 모르겠어요. 특히 문장끝의 , 는 가독성의 짜증을 유발시키는 위해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보죠.  두 문장으로 자막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죠.  아래처럼

오늘 날씨가 좋으면,<br>같이 놀러가는게 어때?  -> 나쁜 자막입니다.

아마 '좋으면' 이 한 문장을 끊어주는 의미라고 해서 , 를 한것이겠지만 이런 경우는 굳이 문장 끝이 아니라도 불필요합니다.

이미 문장의 끝이면 즉 두줄자막이면 앞줄 끝에서 한번 끊어주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면, 그리고, 그러면, ~했고 ~했으며 ~했지만 등의 단어는 이미 문장을 한 번 끊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말 뒤에는 , 를 붙이는게 전혀 불필요합니다.

불필요한 ,  특히 문장끝의 더더더욱 불필요한 , 는 가독성에 도움은 커녕 방해가 되는 요소입니다.

다음 ...   이것도 거의 불필요합니다.  아예 없어도 아무 지장이 없어요.

다만 1. 말을 하다가 마무리 못했을 때 2. 남이 끼어들어 말을 끊었을 때 정도는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예시)  - 사실을 말하자면...<br>됐어, 그만해

이런 경우는 말을 하려는데 남이 끊었으니 ... 가 적절히 사용된 것입니다.

하지만 대개의 자막에 보면 한 문장을 둘로 나누어 이을때 많이 사용합니다. 거의 필요없습니다.  전혀가 아니라 거의 라고 표현한 이유는 간혹 문장에 따라 말이 마무리된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필요 없습니다.

가령 "내가 오늘 회사에 출근하는데 말야 아주 이상한 광경을 보았어' 이런 대사를 두 번 나누어 만들때 많은 분들이

라인1 : 내가 오늘 회사에 출근하는데 말야...
라인2 : 아주 이상한 광경을 보았어

이렇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필요 없지요.  ... 은 안 쓰는게 낫습니다.

심지어 이어지는 문장에서 라인2의 앞에 ... 을 붙이는 분도 있습니다  이건 상당한 가독성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정리해보면 문장부호는 가급적 최소화하는 것이 좋은자막입니다.  자막제작자가 될때 가장 먼저 버려야 하는 것이 부호에 대한 미련입니다.  부호는 싹 잊고 시작해야 합니다.  부호가 적은 자막이 가장 좋은 자막입니다.


2. 명사변환 금지

이건 정말 실시간 넘기는 가독성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짧은 한문장을 읽고 이해할 때 맨 앞부터 차례로 읽을까요? 영화자막은 사실상 문장 전체를 한눈에 보게 됩니다.  익숙한 문장은 더욱 그렇죠.

안녕하세요 라는 자막을  안을 읽고 녕을 읽고 하를 읽고 이런식으로 앞부터 보고 이해하진 않아요.  그냥 5글자 전체가 하나의 이미지화로 한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늘 변화하는 동사가 아닌 자체적으로 의미를 갖는 '명사'는 가급적 변화를 안주는 것이 좋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그게 바로 문제입니다 -> 이걸 "그게 바로 문젭니다' 이러면 문제 라는 명사가 변화된 것입니다.  책이라서 앞부터 읽으며 뭐 전혀 이해에 방해가 안되지만 이미지화 되는 짧은 문장의 자막에서는 가독성에 방해가 됩니다.  그리고 명사변화는 비단 자막이 아니라 텍스트나 책 에서도 굉장히 나쁜 표현에 속합니다.  텍스트에서도 가급적 쓰면 안되는 방식인데 자막에서 쓴다면 더욱 문제지죠. 여러가지 한 번 나쁜 예시를 나열해보죠.

빨리 전화를 받아 -> 빨리 전활 받아
오늘까지 꼭 편지를 보내야 한다 -> 오늘까지 꼭 편질 보내야 한다
방학 숙제를 꼭 미리 해라 -> 방학 숙젤 꼭 미리 해라
오후에 할머니를 마중나가야 해 -> 오후에 할머닐 마중나가야 해
상자를 열어봐 -> 상잘 열어봐
늦었으니 자전거를 타고 가라 -> 늦었으니 자전걸 타고 가라
다같이 노래를 부릅시다 -> 다같이 노랠 부릅시다
코로나는 마스크를 써야 해 -> 코로나는 마스클 써야 해
난 오빠를 사랑해 -> 난 오빨 사랑해
우리 자리를 찾아봐 ->< 우리 자릴 찾아봐
다리를 쭉 뻗으렴 -> 다릴 쭉 뻗으렴

뒷 문장은 나름 소리나는 대로 쓰려고 한것이고 문장줄임 효과가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주 나쁜 자막입니다.  자막은 소리나는 대로 쓰는게 아닙니다.  말과 글이 다르듯, 자막도 다릅니다.  명사를 그대로 써야 가독성이 훨씬 좋아요.  소리나는 대로 쓰는 것이 아니고 명사 그대로, 표준어 사용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글케' 어케' '니가' '너가' 이런 표현도 아주 안좋은 것이지요.  자막은 채팅창이 아닙니다.

거의 모든 명사는 그대로 표기하는게 무조건 좋은 자막이고 아주 극히 예외가 조금 있을 뿐입니다.

너는 -> 넌,  나는 -> 난,   우리는 -> 우린  등 아주 극소수의 명사만이 줄임말이 보편화되어 있을 뿐입니다.  99%는 그대로 쓰는게 좋죠.


오늘 이렇게 다소 주제넘게 크게 두 가지 이야기 1. 부호생략 2. 명사변화 금지
이렇게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이미 여러번 나온 이야기에요.

공짜로 배포하는 것도 다수에게 공개되고 다수가 사용할 경우 엄연한 '상품'입니다.  노숙인에게 공짜급식을 나눠줄때도 상한 밥을 주지 않습니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지요.  내가 내 시간 내서 무료로 봉사해서 만들어서 올리는 자막인데 아무려면 어떠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바람직한 건 아닙니다.

이왕이면 내가 제작해서 올리는 자막이 '착한자막'이 되면 더 좋잖아요. 애써 작업했는데 보기에 짜증나고 받은 사람이 대폭 교정하고 그러는 것보다는 가급적 크게 손댈 필요가 없는 착한 자막이면 좋잖아요.  그거 반대하는 분 있나요?

물론 이건 저의 권유일 뿐이고 제안일 뿐입니다.  강제력이 없어요.  어떻게 자막을 제작하던 그건 제작자의 고유 권한입니다.  그 누구도 침해할 권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분명한 팩트입니다.  "자막이란 자꾸 수정할수록 점점 더 좋은 자막이 된다"

정말 좋은 영화이고 가치있는 영화를 내가 제작한 '나쁜 자막'때문에 더 좋은 자막의 등장을 막고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면? 이걸 원하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런 형식이 엉망인 자막을 수정해서 올리려다가 수정금지 문구때문에 망설이고 못 올리는 분도 있습니다.

선의로 고생해서 한 작업이 남에게 짜증을 유발시킨다면 그건 정말 불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일을 했으면 좋은 결과가 되어야 맞겠죠.  왜 수시로 착한 자막에 대한 글이 몇 차례 올라오겠습니까? 이게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실력이야 기술이 필요하고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형식'을 맞추는 건 성의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한 일입니다. 

착한자막 만들기 앞장서서 사이트를 더 발전시키고 자막 퀄터티를 높여서 본인도 자부심을 얻으면 그것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요?

부호 없애기, 명사 변환 않기,  긴문장 줄이기, 긴 문장 두 줄로 만들기 등등 아주 사소한 것 몇개만 지켜도 자막 퀄리티는 확 높아집니다.

착한 자막을 포기하는 것도 제작자의 권리지만, 본인이 가진 권리를 좋은데 활용하면 더 좋겠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고생하셨습니다.  자막제작자의 노고와 고마움을 잊지 맙시다.

추신 : 남의 자막 수정할때는
1. 어디를 어떻게 수정했고 왜 수정했는지 가급적 상세히 밝혀주시고
2. 원 자막자에 대한 감사인사는 꼭 해주세요.

두가지는 지키는게 예의입니다.  가로채기 처럼 올리시지 마시고, 심지어 오늘 올라온 자막을 오늘 수정자막 혹은 릴맞춤으로 다시 올리는 분도 있더군요.  이런건 애써 제작한 원제작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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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4 Harrum  
고맙습니다, 모어님
12 블랙헐  
긴 글이나 집중력 100%로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토모님(이렇게 불러드리는 거 싫다고 말씀해 주시면 다음 부터는 그러지 않을께요)
40 백마  
정보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3 소서러  
많이 배워갑니다.^^
제작자포럼 글에는 추천기능이 없어서 아쉽네요.
S 토마스모어  
추천은요 무슨
욕안먹으면 다행이라는 심정으로 올렸습니다.
네가 먼저 지적질이야 라는.
24 바보정  
최대한 맞추는 중입니다
그래서...이라든지 마침표 라든지는 생략하는 편입니다
그치만 역시 저도 직역이나 의역 위주라 글자수 줄이는 건 가장 힘들더군요
게다가 띄우기 등은 가장 난제라면 난제가 되겠죠
아무튼 눈으로 보기에 피곤하게는 안하려고 열심히 하는 중입니다
그치만 역시 저도 처음엔 대충 대충 해서 초창기에 한 자막을 보면
보기가 엄청 힘듭니다

아무튼 열심히 노력중입니다 네^^
S 토마스모어  
글자수 줄이는 건 오히려 습관이 되면 매우 쉬운 작업입니다.
'번역'과 '의미전달'은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의미전달이 목적이어야 하는데 번역을 목적으로 하다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죠.
그래도 열심히 노력중이라는 건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요.
알면서도 노력을 안하고 의도적으로 일부러 나쁜자막을 계속 일삼는 분이 있거든요.
누구라고 콕 짚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무지는 죄가 아니지만 알면서도 그러는건 그냥 무의미한 독선, 고집일 뿐이죠.)
사실 명사 몇개 변환했다고, , 몇개 찍었다고 굳이 지적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전 문장에 . 을 굳이 계속 고집하고 두줄처리를 안하고 굳이 한줄처리를 고집하는 건 그냥 자기고집인거죠.
세상에는 이렇게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자기 고집을 지속하는 분이 존재해요.
24 Hsbum  
과거에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모르는데, 문장이 둘로 나뉠 때
말줄임표나 쉼표를 쓰는 게 규칙처럼 떠돌던 때가 있었죠.
그 영향으로(?) 그렇게 하는 분들이 은근히 있는 것 같고요.
S 토마스모어  
나쁜 자막의 전형이지요.  엉뚱한 걸 따라한 것이지요.
그게 어느덧 극장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늘 테넷을 보는데 5번 정도 그런 자막이 나왔습니다.
30-40번 같은 상황에서 95%는 없었지만 손꼽을 정도로 나온거죠.
안좋은 습관이 그래서 무서운거죠. 바이러스처럼 퍼지니까.

극장자막과 이 사이트 자막의 가장 큰 차이는 두줄 자막 여부입니다.
극장자막은 약간만 길어도 자막을 두줄로 처리하고 그것이 가독성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이 사이트는 너무 긴데도 오히려 한줄러 처리해서 영상길이를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두줄자막와 ! 자제는 극장자막의 가장 차이나는 특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