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잉글리쉬> (2023)와 '고귀한 야만인'
'고귀한 야만인'이란 신화가 있다. 그것은 틀린 일반화이기 때문에 신화다. 서구 문명의 영향을 받기 전에도 원주민 부족들 간의 유혈 충돌이 있어왔던 지역들이 있었다.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디 잉글리쉬> (2023)라는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이 미국쪽 북아메리카 포니족 인디언인데, 여주인공에게 주변의 다른 인디언 부족들과의 유혈 충돌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늘어놓는다. 그의 가족 모두 그 충돌 와중에 죽었다. 인디언들에 대한 백인들의 폭력 행사와 협잡과 강압에 대해서도 알만큼 알고 겪을만큼 겪은 인물이지만 그는 자신의 부족의 복수와 약간의 자기 땅을 얻기 위해 미군 기병대에 자진 입대한다. <시디그 발레> (2011)라는 대만 영화에도 대만 고산 지대 원주민 부족들이 얼마나 서로의 머리를 댕강 댕강 잘라대며 유혈 분쟁을 거의 즐겨왔는지 잘 묘사되어 있다. 서구가 대항해와 총포의 시대에 접어든지 한참 후까지도 수렵과 채집을 하며 살아가던 세계 각 지역의 원주민 부족들은 각자 내에서는 원시공산주의라고 할만한 평화로운 생활양식을 수립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이렇게 서로를 원수처럼 대하기도 했다. 아마 물질적 환경이 충분히 풍요롭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지역 일부에서는 단백질 섭취가 힘들어 식인 풍습이 자리잡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 자생적 문명화가 가장 진전되어 있던 지역의 원주민들은 주변 원주민 부족원들을 잡아 백인들에게 노예로 팔기도 했다. 폭력은 자연에게도 행사되었다. 19세기 후반 어느때쯤 북아메리카에서 버팔로가 거의 멸종될 위기에 처했던 것은 백인들의 무지막지한 총질 때문만은 아니었다. 고인류학자들은 머언 옛날에 일부 지역에서 특정 포유류가 멸종한 것을 과도한 사냥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수렵과 채집을 하며 소규모 무리를 이루며 살았던 우리의 먼 조상들이나 최근까지도 비교적 순수한 형태로 존재했던 원시공산주의적 부족들은 기술문명의 세례를 받은 우리보다는 분명히 서로에 대해서든 자연에 대해서든 덜 폭력적이었다. 그러나 그 '덜'은 목적의식적으로 성취된 것이 아니라 미약한 생산력에 의해 강제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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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뉴기니서 산악지역 부족 간 유혈 충돌…"수십명 사망"
https://v.daum.net/v/20240219173247264
19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파푸아뉴기니 경찰은 수도 포트모르즈비에서 북서쪽으로 600㎞ 떨어진 산악지역 엥가주 와바그 마을 근처에서 26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지역에서 시킨 부족과 카에킨 부족, 암불린 부족 간 갈등이 빚어지면서 총격전이 발생했다며 이 과정에서 나온 사망자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부족들 간에는 서로 말도 통하지 않고 오래전부터 서로 싸우며 살아왔으며, 최근에는 총포류 등 현대 무기가 대거 유입되면서 충돌할 때 발생하는 인명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