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2050년판 예능 '웨스트월드'

드라마 이야기

미리 보는 2050년판 예능 '웨스트월드'

3 안일범 4 2475 0

한 천재 개발자가 로봇들로 구성된 테마파크인 웨스트랜드를 세운다. 이 테마파크에는 사람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말고하고 피도 흘리고 피부도 있는 로봇들이 서 있다. 가만 놔두면 사람인지 로봇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단지 '만든 것'이라는 걸 제외하면 거의 사람이다. 이런 '가짜 사람' 수천 아니 수만이 있는 테마파크는 사람들의 놀이터다.

 

인간은 이 안에서 놀이를 즐긴다. 일단 들어가면 '가상현실'처럼 '가짜 사람'들과 하나가 돼 어울릴 수 있다. 한가지 다른점이라면 인간은 웨스트랜드 안에서 절대 죽지 않으며, 그 어떤 법적인 처벌도 받지 않는다. 가히 '신'이 되는 셈이다.  죽지 않는 인간과 총맞으면 픽 쓰러지는 '가짜 사람'이 총싸움을 벌인다면? 결과는 일방적인 학살이다.

 

그렇다면 이 환경에서 인간들은 무엇을 할까. '웨스트랜드' 속 인간들은 지나다니는 '가짜 사람'을 아무 이유 없이 쏴 죽이고, 주먹으로 치고, 은행을 턴다. 길가던 부녀자를 폭행하고, 겁탈하기까지 한다.

 

그들은 이를 재미라고 말한다. 인간이 이 테마파크에 입장하는데 쓰는 비용은 우리돈으로 2천만원이 넘는다. 이 정도 '재미'는 당연하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사람들이 길가던 '가짜 여자사람'들의 머리채를 붙잡을 때 한 두어명 '이상한(?) 인간들이 등장한다. 이 인간들은 웨스트랜드 속에서 활동하는 로봇들도 사람이라고 느끼고 존중하고 대우한다. 먼저 테마파크를 방문한 인간들은 그런 인간들을 보고 '초보자들'이라며 비웃는다.

 

과연 웨스트랜드는 진짜 테마파크이자 게임일까. 인간은 정말 악한 것일까. 또 웨스트랜드는 그저 놀이 공원에 불과한 것일까. 수 많은 의문 속에서 웨스트랜드는 시청자들 앞에 섰다.

 

사실 이 드라마는 예정된 대박 드라마다. HBO가 적극 투자했다.

인터스텔라, 다크나이트, 메멘토 등의 각본을 쓴 각본가 조나단 놀란(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동생)과 요즘 핫한 오락영화 감독 JJ 에이브람스가 제작을 맡았다.

여기에 안소니 홉킨스, 애드 헤리스와 같이 아주 굵직한 배우들이 주연으로 참가한다.

작품 한 편에 투자하는 비용을 따지자면 '왕좌의 게임'보다 두배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했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이 작품은 철저히 흥행 공식을 따른다.

 

시작하자마자 곳곳에서는 옷을 벗은 미녀들이 줄지어 나오고, 그녀들을 로봇이라고 설명한다.

벗은 미녀들이 지나가고 나면 이제 시원한 총격적이 몰아 친다

왠 싸이코들이 나와서 죄다 쏴죽이고

다시 이 싸이코를 쏴죽이고

다시 벗은 여자들이 나온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보기 좋기 2016년 흥생성적 TOP3을 기록한다.

 

드라마는 기가 막힌다. 그들의 선악을 평가한다는 주제로 피와 살이 낭자하고 나체가 판을 치고 노골적인 성적 묘사에 총격전까지 그대로 드러낸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가막히게 이걸 좋아한다.

 

실컷 살육하고 도려내고 하지만 감독은 12시간중에 딱 10분을 할애해 "만약에 이런 상황이라면 너는 어떻게 평가하겠니"라는 말로 면죄부를 던진다. 안심하고 살육과 강간과 섹스와 벗은 여자를 즐긴다.

 

'나는 이게 좋아서 보는게 아니야. 철학적인 사고를 위해서라고. 마을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고, 로봇이 인간과 평등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는거라고'

애써 자위해봐야 눈에 보이는건 강간과 폭력, 학살, 창녀들, 섹스, 벗은 미녀들과 성기 큰 남자들, 총격전 따위다.

 

웨스트월드는 심오한 철학영화, 차세대를 주름잡는 SF영화 따위 껍데기를 뒤집어 쓴 3류 포르노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만, 그게 재미있다는 점은 결코 부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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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32 까치와엄지  
재밌게 봤다던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시즌2가 엄청 기대된다고 하던데..
14 막된장  
저도 비슷한 느낌을... 자극적인 소스와 동맥경화를 일으킬것 같은 기름진 패티와 치즈에
달디단 크림에 아삭거리는 야채를 듬뿍 얹은 맛이 없을 수 없는 큼지막한 햄버거!
그리고 포장지 한켠엔 건강에 유의하란 의미심장한 붉은색 경고문 한줄이 있는듯한!!
3 안일범  
기가막힌 비유에 감탄합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34 진트  
이 글을 보고나니  호기심이  동하는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