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쟁 두편

드라마 이야기

우주전쟁 두편

22 박해원 8 630 0




영국판 -

시청자를 기만하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그냥 볼만하다. 근데 영화 한편으로 퉁치지 왜 3부작이나 만들었을까. 분위기 잡는 거랑 묵직하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쉽게 말해 늘어진다. 더구나 CG나 연출도 음... 2019년작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수준. 엑스트라 중엔 대피중에 웃거나 땅만 보는 사람도 보이고 '간츠'의 구체같은 데서 뿜어져 나오는 외계 불꽃은 밋밋하기 그지없다. 원작 고증에 충실했다고 해도 비주얼적으론 그럴 듯 해야 하는데 너무 어색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시청자 기만 저 부분은 쉽게 말해 그냥 희망 고문이다. 3편 내내 시청자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술술 풀다가 마지막에 '답정너' 식으로 그 실뭉치를 냅따 차버리는 격. 마지막으로 교회가 성스러운 장소이며 거기서만 작농이 가능한데 이유도 안가르쳐준다. 그럼에도 불구, 이 드라마는 종교적 중립을 지향하는 척 마무리를 짓는데 크레딧엔 신부(Priest)가 제일 먼저 뜬다는 사실. 이런 산통이 있나... 즉 이 작품은 시청중에 아무리 짱구를 굴리며 의미 부여를 하더라도 막판에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다이렉트로 날아든다. 이렇게 위선적일 수가.

원작 소설을 안읽어서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방향성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게 패인인 거 같다. 원작과 현재의 갭은 100년이 넘고 그 동안 사람들의 사고방식, 표현 및 이해 방식도 변해왔는데 이 드라마는 너무 당시의 감성과 교훈을 주입하려 한 거 같다. 물론 요즘 스타일에 맞춰 조금 우회는 했겠지만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고 연출이나 전개가 썩 좋은 것도 아니니 이도저도 아닌 작품에서 그친 듯 하다. 마치 19세기와 21세기 사이를 떠도는 표류선과도 같달까. 아무튼 짧은 맛에 큰 부담은 없었지만 다음부터 이런 기획을 할 땐 본전 생각보단 퀄리티를 우선시하기를.

☆☆☆☆☆☆★★★★ 


미국판 -

책임을 못지면 만들질 말기를. 딱 절반 보고 드랍했다. 물론 그 사이사이에도 위기는 있었지만 4편에선 구질구질함의 극을 달려 항마력이 고갈됐다. 예산과 기술력이 딸렸는지 지루한 것도 지루한 건데 계속 보다보면 억장이 무너질 거 같아 조기퇴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2019년에도 스케일'만' 앞세우는 SF 드라마가 나올 수 있구나...

작품은 시작하자마자 웬 여성이 불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배경이 미국, 프랑스, 런던을 오가며 인터내셔널 세계관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뭐 그건 좋은데 불어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잊을만 하면 불어가 나오는 와중에 또 프랑스 내에선 어딜가든, 누구든 영어가 능통하다. 제작비가 딸려서 감성팔이한다고 심심하면 과거 회상, 질질 짜는 이야기를 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상황에 왜 언어에 대한 애로사항만 없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20세기 플롯을 그대로 따라가는 듯한 뻔하고 답답한 전개가 1편부터 느껴지는데 우선 1편엔 외계인이 안나온다. 뭐 그건 안나올 수 있는데 그 허전함을 가리기 위해 음악으로 무쟈게 오버하는 게 느껴진다. 전투기가 추락하는 모습을 레이더로만 보여주는 수준의 '탑건'식 연출이 즐비하는 와중에 음악만 긴박감 넘친다. 전형적인 제작진과 출연진에겐 보이는데 시청자에겐 안보이는, 연기와 긴장감 조성으로만 승부하는 저예산 연출이다.

그러다가 타노스의 손가락 튕기기같은 인류 대숙청이 일어나는데... 나는 4편까지 보는 동안 생존자의 기준을 알 수가 없었다. 대충 '지하, 엘리베이터, 물속에 있으면 생존 가능'으로 정리가 가능한데 그럼 구멍 숭숭 뚫린 컨테이너 박스 안에 있던 흑형은 어떻게 살았고 틈 사이로 손을 넣어 완력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엘리베이터 안 노부부는 어떻게 생존이 가능했지? 공기가 통한다는 건데? 무엇보다 그런 중요한 사안을 왜 재깍재깍 공표를 안해가지고 지구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죽음을 당하게 만든 건지... 알 수 없다. 이해할 수도 없고.

그 외에도 툭하면 크리스 거리면서 징징대는 할머니, 이명이 들렸다 말았다~눈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딸내미, 심심하면 대원들을 사지로 내모는 프랑스 아줌마, 콩가루 집안 프랑스 미혼모 그리고 노인공경의 극에 달해 군인들 사냥할 때랑 노교수 공격할 때랑 스피드 자체가 달라지는 외계인 등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부분은 많았지만 결국 내가 시청을 포기하게 만든 부분은 병원씬이다.

후... 이 드라마는 이미 인류 대부분을 멸망케 한 전적이 있으면서 병원에서도 똑같은 짓거리를 반복한다.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걸 봤으면 골골거리는 사람들을 다 깨워야지 자기들만 슬그머니 나가버린다. '우리의 탈출을 위한 거름이 돼라'인가? 그러면서 인큐베이터의 아기들이 눈에 밟힌다는 위선자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다 같은 생명 아닌가? 총은 장식인가? 여차하면 허공에 총 몇방 쏘면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깨울 필요도 없었겠지. 근데 그런 짓도 안했다. 지네들 살려고. 그래놓고 나중에 한명은 아기들 구하려고 병원으로 돌아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병원내는 피바다다.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사람들은 살인 방조자들이다. 구해내려는 생각은 둘째치고 기회조차 주지 않았으니까. 난 더이상 생존이라는 미명 하에 이런 사람들이 스크린을 채우는 드라마는 볼 수 없었다.

뭐 그냥 총체적 난국이다. CG는 최소치만 써서 시원한 맛은 없고 그 와중에 대부분의 제작비는 1편에 몰빵한 거 같고 그랬는데도 성공적인 오프닝도 배출 못했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탄탄하기나 하나. 나름 외계 사태를 통해 좀비 사태같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려고 한 거 같은데 보면 볼수록 발암만 생기는데 무슨 오마쥬야. 폭스는 이런 작품을 만들 자격 자체가 없고 솔직히 한국이 같은 자본으로 같은 드라마를 만들면 더 완성도가 높을 거 같다. 적어도 공감성 하나는 책임져 주겠지. 정말 간만에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그러기도 싫은 드라마를 본 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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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haha1234  
우주전쟁 두편다 재미 없다는 거죠. 다행히 안봤네요.
22 박해원  
예, 둘 다 진짜 아니었습니다
17 달새울음  
검은 별이 점수인지 하얀 별이 점수인지...
22 박해원  
어느 쪽에서 보셔도 망작임은 변함이 없습니다ㄲㄲ
1 aksgkreh  
영국판 원제목이 the war of the worlds 일겁니다. bbc에서 나왔다는데 재미없다는 말이 많았구요,
미국판은 혹시 왓차 익스클루시브 war of the worlds 인가요? 시즌1, 시즌2가 나왔다는데...?
22 박해원  
넵, 맞습니다. 영국판은 정주행이라도 다 했는데요. 미국판은 승질이 나서 중간에 껐어요. 전 당위성 없는 죽음을 진짜 싫어하거든요.
36 GuyPearce  
근데... 영국판 여주인 '엘리너 톰린슨'이 부른 노래들 아~주~ 좋아요~

https://cineaste.co.kr/bbs/board.php?bo_table=music&wr_id=1267&sca
22 박해원  
오옹 함 들어보겠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