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마르에서 히틀러까지

영화감상평

바이마르에서 히틀러까지 <Looking for his Murderer, 1931>

13 리시츠키 6 17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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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일러 가득 * *
 





 




Der Mann, der seinen Mörder sucht (1931)
    1h 37m /53m



Director :       Robert Siodmak


Writing Credits (in alphabetical order)  :
Ludwig Hirschfeld    
Ernst Neubach     ...     (play)
Curt Siodmak    
Jules Verne     ...     (novel) (uncredited)
Billy Wilder    


영화의 메인서사는 한스가 어떻게 자살을 극복하고, 여자와 결혼을 하는가이지만, 서브텍스트는 빚이 어떻게 전유되고 이동하는가를 극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층의 내러티브 안에서 감독과 각본가 빌리 와일더의 천재적인 풍자와 코미디가 함께한다. 영화는 자살에서, 결혼으로 끝맺는다. 그러나,

굉장히 코믹하고 낭만적으로 재현된 결말의 결혼은 사태의 진정한 해결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문제의 원인은 여전히 남겨져있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결혼이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자살(살인)과 사랑 사이에는 빚(돈)이 존재한다. 한스가 자살하려는 이유는 빚 때문이고, 구틀랍이나 킬러 짐이 그를 죽이려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결말에서 한스와 키티의 사랑이 확인되는 순간, 빚이 탕감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보험회사 사장이 대신해서 살인채권을 사주었기 때문에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살인채권은 탕감되었어도, 여전히 한스에게는 원죄처럼 처음 자살의 이유인 빚은 여전히 남아있다.

에필로그에서 한스와 키티는 갱들의 축하 속에서 결혼한다. 마치 모든 빚 문제에서 벗어난듯이 행복한 모습만으로 끝맺는다. 그러나 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감독은 미장센을 통해 은유한다.그들은 모든것이 무너진 집에서 결혼한다.  한스의 빚은 바이마르 공화국의 빚이다.

곧 베르사유조약에 의한 가혹한 전쟁배상금인 것이다. 그 빚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한스를 자살에 이르게까지 만든 원인이다.

도둑 구틀랍과 킬러 조는 영국과 프랑스를 은유하는데, 결국 보험회사 사장으로 은유되는 미국의 중재와 투자, 지원으로 한스는 목숨을 구하는 것이다.

물론 이때의 빚은 살인채권에 대한 빚이다.

따라서 배상금에 대한 빚은 여전하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각종 현물과 이권, 토지, 금 등이 영국, 프랑스 등의 협상국으로 이전된다.

영, 프가 받은 배상금은 다시 미국으로 이전된다. 왜냐면, 전쟁을 하기 위해 영, 프는 미국에게 빚을 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 빚의 최종 채권자는

미국인 것이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경제적인 모든 것이 유출되고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실업난이 고착화된다. 그 사이 공화국은

렌텐마르크 화폐개혁을 단행하지만, 대서양 건너 미국의 1929 대공황이 다시한번 바이마르 공화국을 무너뜨린다.

대공황 역시 미국 민중들과 기업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인위적이고 탐욕적인 거대한 빚인 것이다.

이러한 빚에 의한 경제적 고통은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와 배타적인 게르만 민족주의를 불러오는 요인이 된다. 제정신을 갖고 산다는게

오히려 이상한 세상인 것이다. 감독은 이때, 영화 속 갱조직이 노래하는 장면을 부조리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묘사한다. 카메라가

원테이크로 갱단 두목을 중심으로 360도 회전을 하면, 그들은 노래를 부른다 "우리는, 강직한 사람들, 이름에 오점이 없는,

순수한 사람들, 신사들이다. 친구들과 행진한다" 이는 읽는 위치에 따라서는 대단히 위험한 가사이다. 이들은 곧 나치가 된다.

랑의 <엠, 1931>처럼, 영화 초반 주인공 한스는 자신의 자켓 뒷면에 십자표시 (유태인 표식)을 부여받는다고 감독은 묘사하는데,

이는 한스와 키티의 결혼 이후의 삶을 미리 예견하는 듯 보인다. 갱들의 축가는 그래서 부조리한 것이다. 실제, 영화가 개봉한 1931년이 지난 2년 뒤,

바이마르 공화국은 1933년 히틀러의 디폴트 선언으로 그 빚을 무효화 한다. 국민투표로 합법적으로 정권을 잡은 히틀러는 제3제국을 선언한다.

그리고 채권국 미국과 채무국 독일은 다시 빚을 둘러싼 전쟁을 시작한다.

결국 한스의 자살은,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의 현실 속 고통, 구체적으로는 빚에 의한 생존의 비극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해피엔딩으로서의 한스와 키티의 결혼은 부조리하며, 더욱이 갱들의 축하를 받는다는 것은 다가올 나치정권과 그에 따른 또다른

민족주의를 예고한다는 것이다. 바이마르에서 히틀러까지, 결국 그를 죽일 살인자는 누구인가? 감독에게 빚이란 돌고돌고,

탐욕이며 코미디이며 부조리극인 것이다.

빌리 와일더가 미국으로 건너가 수많은 걸작들을 쏟아내는 동안, 시오드막 역시 미국으로 건너가 히치콕과도 비교 되곤 했지만,

몇 작품을 빼놓고는 거의 평작이하의 작품들만 만들어 낸 것을 보면, 이 영화 <살인자를 찾는 남자>는 과연 그의 재능인지

당시 바이마르 시대의 영화 제작 스탭들의 재능인지는 아리송하다. 그럼에도 영화는 가히 바이마르 황금기의 걸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표현주의적 미장센이며, 한스와 사랑을 나누기 위해 키티가 커튼을 내리며 페이드되는 장면의 샤레이드며,

편집과 사운드의 코믹한 몽타주며, 한스와 친구들의 공간과 갱단의 공간을 오고가는 병행편집의 속도감과 긴장과 코미디의 충돌이며,

모든 것이 세련됐고 훌룡하다. 다만 오리지날 97분을 너무 축약한 53분 버전을 본지라, 인물과 사건 위주의 편집으로 속도감은 대단하지만,

30년대 당시의 바이마르 공화국의 공기 내지는 샷들을 볼 수가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LMDb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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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언제나 정리가 잘 되어있어서 읽기에 즐거운 글입니다. ㅎㅎ
재밌게 읽었어요.
다만, 흑백영화 취향은 아니라서.. 보기에는 주저됩니다.
53분의 짧은 러닝타임에, 거기다 완전 코미디 영화라 시간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강추!! ㅎㅎ
히.. 히총통님
24 umma55  
언제나 세밀하고 과학적인(?) 분석글을 올리시는 리시츠키님!
제가 번역한 영화라 더더욱 감사하고 반갑네요.
바이마르 시대 거장들이 헐리우드로 가서 평범해진 건 제작환경 탓이 아닐까요.
전 시오드막 감독님 팬입니다!
당시의 헐리우드 영화가 그나마 발전이라도 할수 있었던게,
미국이 그 어려운 바이마르 공화국에 대공황을 수출하고 나치의 발호를 유도해서, 바이마르의 수많은 영화 인재들을 수입한다!!,는
미국의 빅픽쳐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ㅎㅎ

저 위의 제 글은 판에 박힌 성급한 해석일 뿐, 그래도 몇시간 꼬물딱거려 만든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베르사유 조약과 로카르노 조약이 무너지고
집단광기가 표출되기전 시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