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 하마구치 류스케의 '사랑' 탐색

영화감상평

<해피 아워>(2015) - 하마구치 류스케의 '사랑'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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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랑'이란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편할까? 

왜 굳이 인간은 '사랑'이란 단어를 만들어서는 그것에 속박당하는 것일까? 

결혼은 또 어떤가? 그 제도를 만들고 스스로 걸어 들어가서는 왜 그토록 고통과 인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은 일약 국제적인 탑클래스 반열에 오른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5시간짜리 영화 <해피 아워>를 감상하는 일은 결코 Happy하지 않다. 

일종의 반어법이라고 할 것이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4명의 여성이 겪는 사랑과 결혼 관계를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늘어 뺀다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 류스케 감독은 몇 편의 다큐멘터리만을 만들었을 뿐이다). 

이 영화를 굳이 '사랑'하려면 그 사랑에 핵심 요소로 포함된 '인내'를 기꺼이 감수해야만 한다. 

첫 부분에 등장하는 30~40분짜리 엉뚱한 워크숍 장면을 보면서는 이 영화를 계속 보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해야만 했다.


그러나 5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을 완주하고 나면 그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고등학생 손자의 '피임' 교육을 염려하는 신세대 감각의 할머니요, 

"결혼은 앞으로 가도 지옥이요, 뒤로 가도 지옥이니, 그냥 앞으로 가는 것이 낫다"는 

도사 같은 명언을 하는 시어머니만큼만은 어찌 보면 행복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4명의 여성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을 탐색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들이 '사랑'이라고 명명한 감정, 그리고 그 부산물인 '결혼'으로 인해 꼬이고 꼬인 실타래에 직면하여 난감할 수밖에 없다.


어느 시대, 어느 민족에게도 '사랑'이라는 단어는 있다. 

대부분 황홀한 아름다움이요, 지고지순한 그 무엇이요, 인간관계의 최고 정점으로 묘사된다. 

아마도 그 단어가 없이는 묘사될 수 없는 인간의 어떤 본질적인 감정 혹은 관계가 있기에 그 단어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실은 그 단어 속에는 성적인 관계(젊어서는 황홀이지만 나이가 들면 주체할 수 없는 짐이 되어버리는), 

독점적인 소유욕, 사회적 책임감, 그리고 집착, 미움, 인내, 지속적인 관심, 질투, 배려, 공감, 이해 등 

온갖 잡다구리한 감정들이 쓸어 담기게 된다. 

그러고는 이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 대부분 길을 잃고 만다. 

종국에는 사랑이 '공허함'으로 남겨지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사랑의 저주에 직면해야만 한다.


류스케 감독의 또 다른 영화 <아사코>는 20대의 사랑에 포함된 그 왕성한 호르몬으로 인해 달달하다. 

비록 그 왕성함으로 인해 여러 갈레의 길이 신기루처럼 보이고 

그 어긋남으로 인해 아픔을 겪어야만 하지만 어찌 되었든 20대의 사랑은 그저 명쾌하다. 

<해피 아워>는 일종의 반전이다. 

마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센셋>(2004)에서 <비포 미드나잇>(2013)으로의 반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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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20 zzang76  
처음 보는 영화인데...반전영화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