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 로이 안드레손 감독

영화감상평

<2층에서 들려오는 노래> - 2000, 로이 안드레손 감독

스웨덴의 괴짜 감독 로이 안데르손은 2000년 <2층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만든 이래 7년마다 일련의 시리얼을 만드는데, 2007년의 <유, 더 리빙>과 2014년의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가 그것으로 3부작을 완성한 셈이다. 그러니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2층에서 들려오는 노래>는 그 출발점이 된다.


경제 공황을 암시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인간들의 군상을 메마르고 황량한 도시를 배경으로 단절적인 스토리로 구성된 이 영화는 비록 즐겁게 감상하지는 못하겠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마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도회에서의 인간적 소외감을 영상에 담아낸 듯한 느낌도 준다. 장면 하나하나는 매우 기발하고 어찌 보면 재기 발랄한 미장센의 연속이지만 보는 이에게는 끝없이 아래로 침몰하여 가는 감흥을 붙잡을 길이 없다.


제목의 의미를 유추하기 힘든 영화 <2층에서 들려오는 노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일면을 때론 직접적으로 때론 기묘하게 뒤틀어서 보여준다. 파국을 탈출하려는 종교적 국가적 희생 재물(어린 여자아이) 의식을 치르고, 종말을 피하려는 있는 자들의 코믹스러운 탈출극이 있는가 하면, 아무런 해답도 내놓지 못하는 경제 관료들의 우스꽝스러운 난장이 묘사된다. 파산에 직면한 세일즈맨이 주인공이랄 수가 있는데 그는 마지막으로 예수의 생일 2천 년을 맞아 십자가 조각상을 팔아보려고 마지막 헛된 수고를 한다. 죽은 유령들이 그의 뒤를 쫓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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