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한 가난과 막연한 정치 그리고 도끼

영화감상평

만연한 가난과 막연한 정치 그리고 도끼 <Porto das Caixas,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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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 *



 




 






Porto das Caixas (1963)

Directed by : Paulo César Saraceni    
Writing Credits : Lúcio Cardoso (story), Paulo César Saraceni    
Music by : Antonio Carlos Jobim    
Stars : Irma Álvarez 



극 중 여주인공의 생활고 만큼이나, 가난한 프로덕션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기묘함은 디제시스 곳곳에 묻어난다.

더구나 연출과 편집의 미숙함으로 인한 매 씬의 쇼트들은 점프컷을 남발하거나 방향은 거의 매번 잃기 일쑤다.

그러나 이 가난하고 무능력한 미장센이 잡아내는 일상의 쇼트들은, 무려!! 조빔의 스코어와 함께, 60년대의 어떤

나른함과 지루함 그리고 어떤 건조한 미스테리를 가장 적확하게 포착해낸다. 이 무미건조한 일상의 테이크들이,

그 자체로 브라질 리얼리즘이라 불릴만한 어떤 시네마틱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들의 공기는 1.33:1

흑백필름 위에 빛과 어둠으로 거칠게 아로새겨져 있다.

그렇기에, 감독의 연출의도가 그리해서인지 아니면 거의 계획이 없다시피한 각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여자는 영화 내내 남편을 대신 죽여줄 남자를 찾아 온 마을을 부유하고 떠도는 장면들로 거의 모든 서사를 할애한다.

항구는 나오지도 않는다.

물론 이러한 부실한 각본의 이유는 클라이막스와 엔딩을 위해서이다.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다른 많은 작품들과

가장 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지점이 바로 여기인데, 여기서 그간의 모든 기이한 미학과 황망한 서서가 가장 강렬하게

조우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호러영화의 어떤 둔중한 긴장과 필름느와르의 어떤 모호한 사이키델릭을 뒤섞는 것이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 감독은 거의 프로파간다라 불러도 될 만큼의 정치적 언명을 그 안에 포개 넣는다.

클라이막스에서 정치인의 유세 장면과 여자의 살해 장면은 병치된다. "농지개혁을 해야한다"는 정치인의 유세 현장

쇼트의 시끌벅적한 내재음악이 가난한 여자의 침실로까지 이어지면, 여자는 도끼를 들어 남자를 내리찍는다.

남자의 둔부 위로 피가 흩뿌려진다. 이어 음악은 뮤트되고 쇼트가 바뀌면, 정치인은 온데간데 없고, 술 취한 가난한

민중이 단상에 올라 이렇게 말한다 "열심히 일하지만, 나는 굶고 있다" 이 잔혹하고도 정치적인 몽타주가 말하는 것은,

말하자면, 황량한 브라질 사회에서 가난한 여자가 자신의 삶을 다시 되찾는다는 것은 곧 스스로 도끼를 들어 거칠게

피를 튀기는 것이라는 감독의 일설인 것이다.

이어 철로에 시체를 유기, 조작, 은폐하고, 집에서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외화면에서는 멀리서 기차의

기적소리와 함께 철로를 통과하는 맹렬한 기차의 이동소리와 진동이 온 프레임을 뒤덮는다. 불륜남은 귀를 막고(부감),

접사로 포착된 여자는 어떤 욕망의 달뜸에 숨을 거칠게 몰아 쉰다 (앙각). 거의 네크로맨틱한 이 쇼트를 통해 감독은

가장 불온하고 가장 숨막힐만한 엑스터시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어 여자는 철로를 따라 홀로 떠난다. 감독은 끝내

여자를 죽이지 않는다. 대신 안개 속으로 사라지게 할 뿐이다 *L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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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S umma55  
권선징악으로 끝나지 않은 게 거의 호러스러웠어요.
한 컷 한 컷이 맘에 들었고요.
훌륭한 글에 보잘것 없는 댓글 달고 갑니다.
13 리시츠키  
맞습니다. 유세하는 정치인과 잠자는 남편을 편집으로 등치시키고는, 여자가 남편을 도끼로 찍고, 다시 컷이 바뀌면 민중들이 환호하는 편집에...... 저 역시 후덜덜~ 했습니다~
그리고는 여자의 알수없는 황홀해하는 클로즈업에 철로 위를 기차가 지나가는 사운드가 겹치는데...... 여기서는 거의 쇼킹!!
더군다나 결말에서 당연히 여자가 사고사로 죽거나 경찰에 체포되며 끝날줄 알았는데, 그냥 보내더군요.

볼 때는 각본이 참 부실하다 생각했는데, 엄마님 말씀 듣다보니, 영화 내내 여자가 온 마을을 돌아다니는 한 컷 한 컷이 그게 다, 진부한 플롯의 전개보다는,
가난한 브라질 사회의 모습을 공간의 이미지를 통해 더 많은 의미와 연상을 위한 연출이었던거 같습니다. 물론 저 역시 한 컷 한 컷이 낭만적이고 멋진 흑백촬영 장면이었고요.

엄마님의 감식안 덕분에 매번 이렇게 수많은 영화세계를 알게되는데, 무슨 말씀!?!?!?!?!! ㅜㅜ
암튼뭐, 저야말로 매번 비슷비슷한 감상문, 그래도 재미나게 읽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__) ^^
2 킹오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