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대학살

영화감상평

고양이 대학살 <Underworld, 1927>

13 리시츠키 2 9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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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ectors        Josef von Sternberg
Stars    George Bancroft


1. 첫 쇼트부터 긴장감이 팽배한 설정쇼트로 시작한다. 대도시를 지배하는 은행이 견고하게 서있다. 두 번의 종소리가 울리면,

카메라는 마치 거대한 적을 정조준하듯 트랙백한다. 그리고 새벽 2시를 가리키는 원형시계가 은행을 완전히 포획하듯 이중인화

된다. 폭풍전야의 긴장은 한동안 계속된다. 익.롱샷과 빅클로즈업 그리고 사운드는 단 한 쇼트 내에서 몽타주된다.
2. 그러한 긴장과는 아랑곳 없이, 또다른 주인공인 롤스로이스(이하 롤스)가 은행 외벽을 따라 술 취해 비틀거린다. 숏의 길이 역시 길다.
3. 은행 창문이 대폭발한다. 단 1초, 스코어마저 대폭발한다.
4. 황소(밴크로프트)가 보무도 당당히 은행 정문으로 뛰어나오면,
5. 롤스로이스(이하 롤스)의 역숏이 붙는다. 감정이 붙고, 리듬은 잠시 이완된다.
6. 카드 자막 "위대한 황소 위드, 또다른 은행계좌를 해지하다" 자막마저 편집의 리듬이다.
7. 경찰들이 총을 쏜다. 리듬은 다시 가속된다.

스턴버그는 시작부터, 놀라운 리듬감의 오프닝 씬을 자랑한다. 긴장의 지속과 그것의 순간적인 폭파, 잠시 이완, 다시 가속.

단 몇 장의 쇼트들을 통해 고전 헐리우드의 연속편집은 완벽하게 조율된다. 쇼트의 연속으로 제시되는 이들 시공간과 인물이

관계 맺는 방식 역시 흥미롭다. 미국의 '광란의 20년대'는 새벽 2시라는 추상적 시간으로 은유되고, 대도시, 은행이라는

자본주의의 환유적 공간과 겹쳐진다. 롤스가 하필 이 때, 은행 외벽을 따라 스테이징하는 것 역시 당대의 맥락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공간적 배경을 황소가 구체적 행동을 통해 사납게 파괴한다. 새벽 2시는 동시에 황소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이 시각은 훗날 그가 사형당할 시간이기도 하다.

20세기초 미국사회를 바라보는, 스터버그의 풍자와 유머는 대단히 날카롭다 "위대한 황소 위드, 또다른 은행계좌를 해지하다"

대공황을 앞 둔 1927의 자유방임주의 시장만능주의, 끝임없이 투기판에 뒷돈을 대주는 은행과 정부. 고공행진하는 주가, 폭주.

과잉투자, 과잉생산. 그러나 과잉생산을 따라갈 수 없는 노동자. 이윤율 저하와 해고, 실업. 회수와 불황, 도산. 이쯤되면

범죄보다 투기가 더 위험하다. 그렇기에 황소의 강탈은 역설적으로 폭주하는 자본주의에 브레이크를 거는 행위가 된다.

따라서 강탈(계약 해지)은 도덕적이다, 라는 스턴버그식 명제는 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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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는 반영웅이되, 이상한 인물이다. 은행 강도이되, 과시적이긴 하나, 돈에 대한 집작은 별로 없다. 오히려 빈자들을

돕는데는 굉장히 집착한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은행을 털고나와서는 술주정뱅이 롤스를 구제했듯, 금은방을 털고

도망치다가 다시 되돌아와 다리가 절단된 거지를 돕는다. 리어카에서 사과를 홈치는 어린 꼬마에게는 도둑질을 하지말라

훈계를 하고 돈을 쥐어준다. 심지어 부르탈한 경찰의 총질에 목숨이 경각에 달렸어도 아기 고양이를 구제한다. 롤스 이외,

나머지 인물들과 고양이들은 사실 서사를 진행함에 있어 없어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스턴버그는 기어이 이들을 삽입한다.

이들은, 1차대전의 승리와 그 결과인 20년대 대단한 경제부흥 이면에 가려진 자들이다. 결국 계급의 문제인 것이다.

자유방임주의 시대, 힘 없고 가난한 자들을 돕는 자는, 정부가 아니라, 오히려 갱스타 황소다. 빈자를 터는 은행과 은행을

터는 갱스터. 누가 더 부도덕한가. 따라서 박애를 실천하는 갱스터는 은행을 턴다. 그러나 은행을 턴다는 것은 심각한

범죄이다. 남들은, 다른 갱들은, 밀주와 도박 등 건전하고 모범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황소는 은행을 턴다. 전자는

허용되거나 허용되지 않는 시스템 내 범죄인데 반해, 후자는 시스템 밖의 범죄이다. 더구나 터는 걸 넘어 "계좌를 해지"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말과 같다. 이는 자본주의 근간을 정면으로 뒤집는 정치적 행위인 것이다. 시스템 밖의

무법인 것이다.

라이벌 갱 벅 멀리건을 골려먹고 "드림랜드 카페"를 나와 득의양양하게 웃는 황소는 갑자기 수초간 표정이 동결된다.

이어 그의 시선의 매치컷이 붙는데, 상업빌딩 꼭대기 전광판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The City Is Yours -ABC Investment co]

이 말의 속 뜻은, 실은 [도시는 (투자)은행의 것이다]라는 선언이다. 그러나 황소는 이를 비웃으며 반문한다

"도시는 자네거야, 꼬마. 뭘 가지겠어?" 바로 이 무정부적 태도와 행위 때문에, 후에 그는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 받게되는 것이다

(그러나 판사의 사형 선고와 선고이유에는, 일급살인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중언부언하는 내용 모두 '법(시스템)', 주류질서,

개신교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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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월드, 27>와 <썬더볼트, 29>는 스토리가 거의 쌍둥이이다. 갱스터의 삼각관계, 공권력, 그리고 자기희생의 결말.

그 서사의 중심에는 갱스터 간의 신의가 있다. 갱스터에게 사랑 역시, 신의의 변형이며, 이 때문에 플롯은 변화한다

(물론 이 신의라는 메인테마는 고전 갱스터 필름의 갱스터 신화화, 영웅화의 기제이다. 40년대 필름 느와르와 현대

갱스터 필름은 이 신화를 해체한다)

황소의 개인적 도덕, 신념 역시 갱스터필름의 이 신의를 근거로 한다. 그에게 있어 이는 자신의 존재 근거이며, 내가

나를 믿듯, 타인 역시 나를 믿어야 한다. 정당하니까 믿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20년대의 경제적 호황 혹은 아메리칸

드림을 말하는게 아니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한낱 잠꼬대에 불과하다는 것은, 황소도 알고 그가 돕는 빈자들도 안다.

당대의 사회에서 그들이 믿는 것은 차라리 법 밖의 도덕이다. 범죄보다 나쁜게 착취, 가난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갱스터 필름이 주류사회에 대한 안티테제가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은행을 털고나와 목격자를 그냥 둘 수 없었던 황소는 롤스를 피랍한다. 자신은 밀고자가 아니라는 롤스의 말에, 황소는

"좋아, 증명할 기회를 주지"라 말한다. 신의에 관한 둘의 대화는 앞으로 진행할 서사의 복선이 되며, 이것이 서사를 이끄는

동력이 된다. 이를 위해 스턴버그는 갱스터필름의 플롯에, 3각의 로맨스를 끌어온다. 롤스는 물론 그에게 끝까지 신의를

지킨다. 페더스와의 사랑은 배신하지만.

황소와 롤스의 신의, 롤스와 페더스의 사랑이 교차하는 평행 시퀀스는 매우 훌룡하다. 은유와 유머, 샤레이드가 교차하며,

황소와 페더스, 롤스의 감정 또한 교차한다. 반어적인 유머를 담은, 상대 갱스터, 벅 멀리건의 공개적인 직업은 꽃집을

운영하는 사업가다. 황소에게 신의를 보여주는 롤스의 대사는 이렇다 "작은 꽃을 가장 좋은 곳에 심어요" 프리코드 시대를

우회하는 성적인 농담, 페더스는 영화 내내 깃털로 환유되는 플래퍼(Flapper)다. 롤스를 유혹하는 페더스의 대사는 이렇다

"내 온 몸에 깃털이 있어요" 강탈과 사랑은 수평으로 진행된다. 신의는 지켜지고, 사랑은 어긋난다. 특히 황소의 강탈 씬은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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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려한 장식의 괘종 시계를 쏜다. 황소의 시점샷이다. 이는 영화 오프닝 씬의 첫 쇼트인 은행건물 시계와 똑같은 앵글이다.
2. 보석을 터는 황소의 손만을 클로즈업 한다. 주관적 시점, 연속성은 무시된다.
3. 바닥에 꽃을 던진다. 이로써 바로 전 씬의 복선은 실행된다. 주관적 시점, 연속성은 무시된다.
4. 총소리에 놀라 혼비백산하는 사람들의 '다리들'이 프레임을 가득 채운다. 이들 모두 프레임-아웃하면, 프레임 왼쪽 상단 구석에

'다리'가 절단된 거지가 홀로 남는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 텅 빈 프레임 상단의 왼쪽으로부터 황소의 '다리'가 프레임-인하여

뛰어들어와 그를 지나치려다 멈춰선다. 거지와 황소의 이 투숏은 굉장하다. 앵글은 약간 부감이며, 왼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

위태롭게 경사져 있다. 역시 황소는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드러나는데, 텅 빈 차가운 아스팔트 위, 움직일 수도 없는 거지의 다리와

도망치느라 바쁜 황소의 다리가 나란히 선다. 있지만 없는 다리들과, 없는 다리와 있는 다리를 오가는 감정들. 세상의 무정함과

선의는 이 단 하나의 쇼트로 미쟝센 된다.
5. 동전을 구부리는 황소의 손, 클로즈업. 그리고 잽싸게 프레임-아웃한다
6. 모자의 클로즈업.
7. 어리둥절한 표정의 거지의 미디엄숏. 그는 고개를 들고, 외화면의 황소를 바라본다.
8. 경찰들이 총을 쏜다. 롱테이크. 롱샷이거나 혹은 금은방 전경의 풀샷이다.

단 44초의 금은방 강탈 씬은, 오프닝의 은행 강탈 씬과, 씬의 구조나 리듬이 똑같다. 금은방(은행) 강탈>도망>선행>도망>경찰의 추적.

리듬 역시 정적이 흐르다가, 강탈, 가속하고, 이완하다가, 다시 가속한다. 다른 점이라면, 시점샷을 통해 독자를 범죄에 연루시킨다는

것이다.

스턴버그는 황소의 금은방 강탈 만큼이나, 대담한 연출과 편집을 보여준다. 역시 시계를 파괴하며 느닷없이 씬을 시작한다. 설정쇼트나

마스터쇼트는 건너뛰고, 강탈은 대사 한마디 없이 오직 상황과 행동만을 제시한다. 정작 강탈의 주체인 황소는 보이지도 않는다. 그의

신출귀몰함은, 총질, 손, 작은 꽃, 다리의 간접적인 기호들로만 혹은 외화면으로만 묘사된다. 그럼에도 인과관계는 다 설명된다. 황소의

신출귀몰한 강도질 만큼이나, 독자를 놀래키는 스턴버그의 간접적인 연출과 편집 방식은, 시공간을 순간적으로 비약하며 긴장과 유머를

매 쇼트마다 실어 나른다. 특히나 스테이징, 프레임 인/ 아웃, 고정 카메라, 프레이밍, 편집의 리듬들은, 무성영화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더구나, 마치 황소의 강탈과 도망을 친히 돕겠다는 듯 빠르게 가속하던 스턴버그의 편집은, 그는 아마도 1차대전 상이군인일 것일텐데,

그 긴박한 와중에도 굳이 거지의 감정적인 반응샷을 한 컷 할애 한다. 강탈 씬에서 가장 큰 사이즈의 숏이며, 스턴버그가 이 강탈 씬에서

감정의 방점을 어디에 뒀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숏이기도 하다.

이어 8. 쇼트가 붙는다. 8. 쇼트는 7. 쇼트와 숏의 사이즈로나 감정적으로나 서로 대칭되고, 1. 쇼트의 황소가 정면으로 금은방을 강탈하던

앵글과 사이즈, 시점과도 대비된다. 8. 쇼트는, 스턴버그의 눈 밝은, 지적인 미장센을 잘 보여준다. 스턴버그는 굳이 18초나 되는 롱테이크,

롱샷을 구사하며, 이 강탈 씬이라는 사건의 이면을 멀리서 침착하게 조망한다. 고정 카메라는 텅 빈 금은방 전체를 마치 주인공인듯 프레이밍

한다. 그리고 다들 소란스럽기만한 보석상 주인, 경찰, 주변 사람들을 후경의 금은방 유리창으로 가둬버린다. 이들에게로 숏을 커팅해서

들어가지도 않는다 (물론 경찰 하나가 금은방으로 프레임-인하지만, 그는 실제 범인을 잡지도 못한다). 그리고 전 쇼트 혹은 외화면에서는,

차가운 아스팔트 위 거지는 홀로 남겨져있고, 황소는 열심히 도주 중이다. 금은방 창문 너머, 경찰은 정작 누구를 지키는 것이며, 사람들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일에만 관심이 있는듯 하다. 스턴버그는 이 마지막 숏의 거리두기를 통해 감정을 차단하고, 이 소동, 사건의 이면을

건조하고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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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스와 롤스가 신의를 져버렸다고 생각한, 황소는 탈옥 한다. 그는 사법적 판결과 그 실행을 피하기 위해 탈옥한 것이 아니다.

그는 사형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도덕적 신념이, 신의가 무너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의심하는 순간,

혼동하는 순간, 그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그러나 그 의심과 불안은 자기 내부로부터 온 것이다. 스턴버그는 이러한 그의 내면을,

양식화된 그림자와 사운드, 교차편집을 통해 탁월하게 시각화한다.

1. 은신처에 돌아온 그는 연신 서성인다. 그러다 문득 창 밖의 인기척을 보았는지 커튼 뒤에 숨는다. 풀샷. 고정샷. 투박한 세트와

투박한 1점조명이 그의 심리를 반영하듯, 인물과 그림자를 분리시킨다. 서스펜스가 시작된다. 교차편집이 시작된다.
2. 정복을 입은 사내의 다리가 프레임 가득 오른쪽으로 걸어온다. 카메라 역시 그를 따라 측면 트래킹한다. 접사. 시점이 전환되었지만

누군지는 알 수 없다. 과장된 사이즈와 이동 카메라는, 전 숏의 황소를 왜소하게 만들고 서스펜스는 고조된다. 역시 1점조명만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사운드는 급박해진다 (그러나 이 쇼트는 좀 이상하다. 마치 1.쇼트의 황소의 매치컷인양 붙여놨지만,

시선과 행동의 방향은 반대이다. 아무래도 부감샷 하나가 빠진듯도 하다)
3. 정복을 입은 사내의 거대한 그림자가 황소를 집어 삼킬듯이 문 앞으로 걸어온다. 앞서 강탈 씬에서는, 황소가 보이지 않았듯,

이번 씬에서는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 역시 조명과 사운드만으로 서스펜스를 고조시킨다.
4. 황소는 두려움에 문에 귀를 갖다댄다. 풀샷.
5. 황소 얼굴의 클로즈업. 사운드는 계속해서 연속되어 서스펜스 역시 연속된다. 시점은 다시 황소에게 돌아오고, 사이즈도

풀샷에서 접사로 잘라들어간다. 독자 역시 그에게 이입된다. 밴크로프트의 코믹한 연기와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1점조명의

창백함은, 유머와 긴장의 기묘한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6. 교차편집의 정점에서, 서스펜스의 정점에서, 황소는 드디어 문을 연다. 시점과 시점이, 공간과 공간이 마치 대결하듯 만난다.

스코어는 순간 멈춰버리고, 공간 역시 숨막힐듯 팽팽한 긴장감으로  모든 것이 순간 건조하게 얼어붙는다. 프레임은 역동적으로

수직 분할되고, 빛과 그림자는 예리한 사선으로 허공을 가른다. 그러나 그가 만나는 것은 자신의 그림자일 뿐이다. 프레임 양쪽

끝에서 서서, 서로가 서로를 향해, 내가 나를 향해, 총을 겨눈다. 오히려 그림자가 프레임에 안으로 당당히 입장하고, 실재는

두려운듯 프레임에서 비켜난다. 또 그러나, 과녁은 텅 비었다. 공허, 허상, 소실. 프레임 중심에는 아무것도 없다. 교차편집의

쇼트들과 그림자들이, 프레임 좌우, 전중후경으로 완전히 압축된다.
7. 8. 9. 어린 고양이 한 마리가 우유를 마시려 한다. 부감. 교차편집과 서스펜스의 종지부를 찍는다. 고양이 역시 1점조명 아래

긴 그림자를 늘어뜨리고, 마치 구원과도 같이 한없이 밝은 역광을 받고있다. 우유병이 반짝인다. 중요한 건 황소가 그 새끼

고양이를 문 밖에 내놓거나, 외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은신처 안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빛나는 우유병과 함께.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한다. 그러다 타자를 돕는다는 그의 익숙한 습관처럼, 우유병에 손가락을 푹 담궈 고양이를 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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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 스턴버그는 고양이에 대한 은유를 미리 설치해 놓았었다. 드림랜드 카폐 난간 위의 새끼고양이 한 마리,

후미진 골목의 벽에 난 구멍으로 도망치는 암수 한 쌍의 고양이, 계단을 오르는 고양이 한 마리. 이들 모두는, 은신처에

갖힌 불안하고 위태로운 황소의 제 위치, 신의의 회복과 비상구로 탈출하는 롤스와 페더스, 진압하려 계단을 오르는

경찰을 각각각 은유하며, 서사의 흐름을 함축하는 것이다. 스턴버그의 빛나는 유머이자 은유인 이 고양이는, 단지

비유로서만 끝나는게 아니라 서사에 직접 참여를 한다. 7. 쇼트에, 황소의 불안한 심리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등장하여, 마치 무슨 동화 속 마법같이, 신비로운 드라마를 전달하는 것이다. 고양이 만세.

사법의 집행으로부터 도망친 곳은 그의 은신처였다. 그곳을 아는 자는 롤스와 페더스 뿐이다. 이 둘의 관계에 대한 의심,

이것이 자신만의 은신처를 그의 심리적 감옥, 폐쇄회로로 만들었다. 표현주의적 미장센으로 표현된 그 내면의 혼란,

그 공간 속에서, 그는 자신의 그림자에 총을 겨눈다. 그러나 그 대상은 부재하고, 그가 보는 것은 결국 적나라한 자기

자신뿐이다. 그 텅 빈 공허 한 가운데에 기적처럼 고양이가 다가온다. 결국 고양이를 받아들임으로써, 그는 자신이

만든 허상의 폐쇄회로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는 곧, 자신의 도덕심과 신의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투항한다. 그 투항은, 법에로의 심판이나 자기 응징을 통해 기존 주류 질서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소산이 아니다. 그는 투항하는 순간에도 어떤 홀가분한 미소를 짓는다. 거기에는 롤스와 페더스를 안전하게

탈출시켰다는 안심과 스스로의 도덕과 신의를 다시 회복했다는 안도감이 담겨있다. 어떤 해방의 모습이다.

그는 끝끝내 자신의 범죄를 반성하지 않는 것이다.

그가 돕는 자들 모두는, 20년대 주류질서로부터 배제된, 빈곤한 자들이다. 주요 인물들 역시 그렇다. 롤스는 술 취해

은행을 배회하고, 사과를 홈치던 꼬마는 아마도 황소의 어린시절 모습의 투영일 것이다. 페더스조차 가족이나 어떤

공동체와 함께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상이 군인은 차가운 아스팔트 위 홀로 앉아있다. 이들 모두는, 도시의

후미진 뒷골목을 배회하는 집 없는, 길 잃은 고양이들이다. 이것이 스턴버그가 말하는, 20년대 미국의 <언더월드>이다.

이는 동시에, 은행이 지배하는 도시이기도 하며, 갱들의 범죄 도시이기도 하다. 이 공간 속에서 황소가 은행을 털어

빈자들을 돕는다. 부도덕한 20년대를 강탈하는 것이다. 시장 질서를 넘어서는 도덕, 따라서 황소는 반성하지 않는다 *LMDb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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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진작 읽었어야 했는데, 늦었습니다. 숏 분석이 매우 문법적이고 정확하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확실히 이 영화와 <썬더볼트>는 형제격으로 캐릭터 구성이 독특합니다.
13 리시츠키  
가장 좋아하는 스턴버그 영화인데, 여기서도 몇 쇼트 안나오는 고양이가 플롯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거 같습니다. 인물과 사건들 이면 가장 깊은 곳에 마치 고양이가 있는듯 하더라구요. <썬더볼트>에서는 밴크로프트가 감방으로 개를 끌고 들어가듯, <언더월드>에서는 은신처로 고양이를 안고 들어오는데, 그리고는 고양이와 밴크로프트가 서로를 마주보는 컷과 매치컷에서는 정말이지 한참이나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