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구현하는 리얼리즘 카메라의 함의

영화감상평

시대를 구현하는 리얼리즘 카메라의 함의 <구름에 가린 별, 1960>

13 리시츠키 6 96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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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The Cloud-Capped Star (1960)
Meghe Dhaka Tara

Directed by Ritwik Ghatak    
Cinematography by Dinen Gupta    
Writing : Samiran Dutta     ...     (assistant scenario writer)
          Ritwik Ghatak     ...     (scenario) (as Shri Ritwik Kumar Ghatak)
          Shaktipada Rajguru     ...     (original story)
          Rabindranath Tagore     ...     (lyrics)


영화는 근대화의 이면을 다룬다. 근대화는 기차로 상징된다. 오프닝에서 주인공 니타는 울창하고 거대한 나뭇 길을 따라 집으로 귀가하는 중이다.

그녀가 프레임 전경으로 걸어오면, 동생의 노래 소리와 기차 바퀴의 소음이 들려온다.

커팅되면, 니타의 시선을 경유하여 단 하나의 프레이밍으로서 영화의 주제를 제시한다. 그것은 산업사회 가난한 자들의 고투와 희망을 함축한다.

전경에는 니타가, 중경에는 오빠가, 후경에는 기차가 횡단하고 있다. 기차는 니타의 머리를 뚫고 지나는데, 그녀가 프레임-아웃하면 기차 역시

그녀를 따라 프레임-아웃한다. 이때 기차의 긴 열차칸이 끈질기게 그녀를 뒤쫓을 때까지, 테이크는 멈추지 않는다. 이 쇼트는 시각적 미장센 뿐 아니라,

청각적 미장센까지도 대치된다. 전경에 니타의 애정어린 미소의 침묵과 중경의 꿈을 향해 노래하는 오빠의 노래소리, 후경의 기차의 굉음까지,

이것들은 프레임의 삼경을 메아리치고 프레임을 넘어서까지 확장한다.

이 두 개의 숏을 통해, 감독은 숏과 숏이 어떻게 공간으로 확장되고, 숏과 숏의 미장센을 어떻게 대치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첫 숏의 익스트림롱숏의

평화롭게 울창한 나무숲의 길과 대비되는 두번째숏의 프레이밍은 형제 간 자애로운 우애와 함께 기차의 직선운동과 굉음의 묘한 긴장을 보여준다.

혹은 첫 숏의 자연과 함께하는 풍요로운 평화는, 두번째 숏에서 보듯 기차로 상징되는 산업화로 언제든 침입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하다. 바로

이 기차의 존재로 인해, 공간의 질서는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차는, 이곳의 가난으로부터 기차를 타고 대도시로 출세할 수 있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이곳에 남아있는 자들은 기차로 상징되는 산업화와 불평등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운명에 처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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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차의 모티프는 서사를 통해 정교하게 구조화된다. 니타의 애인 사낫은 그녀를 배신하여 기차를 타고 대도시로 가 출세를 하고,

니타의 여동생 기타는 그녀 자신의 욕망을 위해 기차를 타고 가 사낫과 결혼을 한다. 니타의 막내동생 몬투는 기차를 타고 대도시로 가

공장에 취업하지만 산업재해를 당하게 되고, 니타의 오빠인 샹카는 기차를 타고 가출하여 가수로서의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된다. 기차를

타지 않은 남은 가족들의 운명은 비극적이다. 아버지는 술에 취해 기차길 선로에서 사고를 당하고, 엄마는 기차로 상징되는 비틀린

욕망을 추구하게되지만 가난을 면치 못하게 된다. 니타는 기차를 통해 이곳과 저곳을 왔다갔다하는 유일한 자이지만, 끝내 자의로 혹은

타의로 이곳을 택함으로서 폐결핵에 걸리게되고, 결국 기차를 타고 이곳을 떠나게 되는 때는 그녀가 병들어 죽을 때이다. 그녀가 간 곳은

대도시가 아니라, 요양원이다.

감독은, 이들 대도시 공간과 시골 공간을 오가며, 이들 가족들의 고난과 분투, 꿈과 좌절을 리얼리즘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정교하게

구현해낸다. 테이크는 길고, 인물과 카메라의 거리는 유지되며, 프레임 내 심도를 통해 객관적으로 인물 간 관계와 욕망, 고통을 뭐하나

놓치는 것 없이 자세하게 묘사된다.



그러나 영화 중반, 니타가 사낫을 만나러 대도시의 그의 아파트를 방문하는 시퀀스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사낫은 학업을 포기하고 대도시로 가

대기업에 취직한다. 더군다나 니타의 여동생과 연애 중이다. 그의 공간적 변화, 즉 시골에서의 그와 대도시에서의 그의 모습과, 동시에 변심한

애인으로서의 모습은, 니타에게 꿈을 잃는 것이면서 동시에 연인을 잃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는, 이제까지의 리얼리즘 카메라로서의

연출과 달리 대단히 이례적인 연출로서 제시된다. 이는 감독이 형식주의자로서의 연출력 역시 탁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하다. 시퀀스는

대사 한마디 없이, 팬과 틸트의 운동, 부감과 앙각 앵글, 조명과 외화면 사운드로서 그녀의 절망을 완벽하게 구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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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골 : 딸 둘과 엄마가 화덕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대도시 공장에 취직한 막내아들 몬투가 니타의 애인이 대기업에 취직했다 소식을

알려준다. 평각, 풀샷의 카메라는 이 네 명의 샷에서, 니타의 여동생 기타에게 급격하게 트랙-인 한다. 기타가 접사로 잡히고 그녀가 프레임-아웃하면,

다시 급격하게 트랙-인하여 니타를 접사로 프레이밍한다. 프레임 중앙의 니타의 근심어린 표정이 전경에 있고, 후경에는 그녀의 심리를

대변하듯 화덕의 불길이 활활 치솟고 있다. 사운드는 이례적으로 과장된다. 이 씬에서의 감독의 카메라 움직임은 마치 컷을 분할하여

붙이듯 풀샷에서 접사로 정교한게 이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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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도시 : 그녀는 대도시가 왠지 낯설다. 그녀는 프레임 외곽 한쪽에 억눌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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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아파트 계단 : 심도를 이용한 그동안의 입체적인 프레임 구성과는 달리, 평면적인 구성으로서 공간의 낯섦을 강화한다. 그녀 주위로

격자 무늬 창이 뒤에, 위 아래와 오른쪽 하단의 가로 세로로 구획된 직선들이 그녀를 평면적 프레임에 가둬놓는다.

컷이 바뀌면, 그녀는 지나치게 많은 헤드룸과 부감의 앵글로 인해 짓눌리는 존재가 된다. 조명마저 왼쪽으로부터 강하게 받아 긴그림자을

오른쪽에 드리운다. 테이크는 이어지며, 애인 사낫이 문을 열고 나오는데, 카메라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낫을 위에서 아래로 위압적으로

패닝한다. 말하자면 니타가 받은 부감과 헤드룸은 문으로 가려진 외화면의 사낫을 위한 것이었다. 그의 내화면으로의 입장은 동시에 리얼리즘을

비트는 외화면 사운드와 함께 나타난다. 따라서 그녀의 심리는 시청각적으로 압박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디졸브 되어 둘은 방 안으로 입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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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아파트 안 : 아파트 안 실내 장면은 하나의 쇼트로 이루어져있다. 인서트 컷은 인서트 컷일 뿐이다. 농염한 여자의 그림이 있는

화분을 접사로 잡으며 시작한다. 물론 화병 속 여인은 니타의 친동생인 기타를 환유한다. 카메라는 천천히 틸트-업하여 긴장한 사낫을

접사로 잡는다. 그의 시선은 정면을 향해있다. "취직을 했어"라는 신호와 함께, 인서트 컷이 삽입된다. 어떤 여인의 손이 커튼 뒤에서

나왔다가 다시 숨는다. 인서트 컷은 둘 사이를 날카롭게 단절시킨다. 컷백하고 긴장한 사낫이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던지면,

카메라는 그에 응해 오른쪽으로 길게 패닝을 한다. 니타가 왼편에 위치하고, 롱렌즈로 포착된 후경에는 새로로 긴 쇠창살이 다시

그녀를 옥죈다. 그녀는 아무말 없이 프레임-아웃 한다. 방 안의 사운드는 역시 이례적으로 모두 소거되어, 적막감과 긴장감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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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아파트 계단 : 3-1 구도의 정반대편에 카메라가 위치한다. 니타는 계단을 내려온다. 외화면 사운드가 내화면을 침투해 들어온다.

앙각에 위치한 카메라를 향해 풀샷에서 미디엄샷으로 그리고 접사로 프레이밍되면 그녀가 걸음을 멈춘다. 조명의 앵글마저 앙각이기에

그녀가 접사로 포착되었을 때 그녀의 얼굴은 새 하얗게 질린 모습이 된다. 이때의 사운드 역시 가장 이질적이고 불길한 사운드로서

리얼리티는 공중분해한다. 앵글과 조명, 사운드를 통해 그녀의 절망은 극에 달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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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퀀스 이후, 니타가 병들고 쇠약해지는 서사로 전환된다. 결말에서 오빠와 둘이 놀러가고 싶다던 언덕을 그녀는 죽어서야 가게된다.

에필로그에서 시골 마을 길마저 이제는 도시의 보도블럭이 깔리게 된다. 그 거친 돌 조각들 위로 니타와 똑같이 생긴 한 여인이 지나간다.

슬리퍼 끈이 끊어진다. 그녀를 바라보는 샹카가 눈물을 흘린다. 감독의 영화들은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이 녹아있다 하는데, 이때 샹카의

시선은 바로 감독 자신의 시선인 듯 하다. 이처럼 영화는, 50년대 뱅골 지역의 슬픔과 회한을 리얼리즘 시선을 통해 바라본다. 그러나 가탁은

그러한 슬픔 속에서도, 마지막 쇼트에서 보듯, 어떤 희미한 희망과 의지를 드러내며 영화를 끝맺는다. 60년대 만만세, 만만세, 만만세!! 걸작 *LMDb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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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21 에릭카트먼  
WELCOME BACK!!!
9.9라니 올타임 넘버 1!!!!

여윽시 멋진 글, 기다렸습니다!!!
자주 좀 써주세요 현기증 납니다 ㅋㅋ 
13 리시츠키  
9.9에서 10.0까지 무한의 순위놀이가 가능합니다!!

이제는, 왠지, 순위놀이를 위해서 영화도 보고 감상문도 쓰게되는 지경에 이른거 같습니다 -0-
24 umma55  
시네스트에서만 보기는 너무 아까운 글입니다.
걸작 그 자체인 영화, 다섯 번을 봤는데도 새롭습니다.
13 리시츠키  
며칠전에 영화 보고 여운이 다음날에도 계속 남아, 안되겠다싶어 몇 자 두드려봤습니다.
쇼트라는것, 첫장면부터 숏과 숏을 어떻게 연결하여 공간을 확장하는지,
그럼으로써 인물 간 관계를 만들어내고, 시대의 맥락을 어떻게 건져올리는지,
첫장면부터 완전 무장해제되었습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이 그렇구요.
리얼리즘 영화임에도, 중간에 형식주의적으로 혹은 감각적으로 숏을 운영하는 능력도 대단했구요. 
결말에서의 니타의 절규는 아직도 제게 메아리 치네요.

아니 근데, 감독이 원래 소설가였다고 하는데, 소설가면 소설가지,
영화를 만들어도 이렇게 잘 만들어도 되는 겁니까?!!? ㅜㅜ

두말할필요없는 걸작이고, 엄마님의 가탁 회고전을 저는 이제야 시작하겠네요.
암튼, 늘 엄마님 때문에 새로운 영화세계를 경험하네요.
24 umma55  
샷 하나하나가 다 일품이죠.
가탁을 이제야...???^^
첫 작품 <시민?에서도 대가의 조짐이 역력하더군요.
13 리시츠키  
가탁을 이제야 입니다ㅜㅜ ㅎㅎ
가탁의 모든 영화, 아니 엄마님의 가탁의 모든 영화이던가, 이제 시작하려구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