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의 그림자를 쫓는 미스테리

영화감상평

환영의 그림자를 쫓는 미스테리 <The Leopard Man, 1943>

13 리시츠키 6 75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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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리수리마하수리 스포일러야 나오네랴 * *




 







Directed by Jacques Tourneur    
Produced by Val Lewton    
Cinematography by Robert De Grasse
Film Editing by Mark Robson

Cornell Woolrich     ...     (novel)


1943년 전쟁 중, 박사는 인디언 공예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관리한다. 전에 그는 지질학 교수였다.

키키는 그에게 왜 그만뒀냐고 묻지만, 박사는 대답을 회피한다. 대신 농담이랍시고 그녀에게 말하길,

어릴적 여배우를 늦은밤 골목에서 홈쳐보곤 했다고 눙을 친다. 그리고 그는 알쏭달쏭한 "분수대 위 춤추는 공"의 비유를 들며,

세상사 돌아가는 원리를 설파한다.

이로서 그는 자신의 정체성과 살인에의 이유 모두를 실토했다. 그의 말을 해석하면 이렇다.

그는 인류학자(지질학자)이다. 미국 사회를 연구하면 미국의 사회학이지만,

남의 나라(특히 후진국)의 사회를 연구하면 문화인류학이다.

왜 남의 나라 사회, 문화가 궁금한가? 뭘 좀 알아야 차곡차곡 알뜰히 착취할 수 있을거 아닌가.

따라서 아프리카 원주민, 북미 원주민, 남미 원주민은 백인들의 연구 대상이다.

말하자면 문화인류학이란, 식민지배자의 부도덕한 지배를 정당화하는 심리적 학문적 기제이다.

따라서 모호하고 추상적인 "분수대 위 춤추는 공"이란, 실은 지배자의 이상 심리를 대치한 수사가 된다.

문화인류학이란 곧 제국주의 학문이다.

백인들의 남아메리카 학살, 그것의 전리품들을 관리하기 위한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인가. 박물관이다. 따라서 그는 관장이 된다.

그러니 뉴멕시코 타운에서 그가 해야할 일은, 부모 말 안듣는 혹은 타락한 멕시코 여자를 사냥하는 것이다.

과거 그의 교수직 사직은 아마도 여학생들에 대한 성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을테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성과와 소신이 되어 그는 박물관 관장이 된다. 그래서 그는 밤이면 멕시코 어린 여자들을 사냥한다.

약자들이 가장 관리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는 살인을 멈출 수 있나. 없다. 남미 희생자들을 위한 제의, 그는 죽기 전에 말한다.

어쩔 수 없었다고, 밤낮으로 환청에 환각에 시달린다고, 당신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그는 환각과 환청이 고통스러워 살인을 한다 말하지만, 실은 그 환각과 환청을 원하기 때문에 살인을 하는 것이다.

그 환청과 환각의 정체는 물론 제국주의적 쾌락이다. 따라서 살인은 막을 방도가 없다.

환각과 환청을 늘 생산되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멈춘다면 제국주의 시스템 역시 멈추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곧 질병이다.


그 환각과 환청의 미장센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살해 시퀀스는 5분 50여초 동안 약 69개의 쇼트, 여섯개의 구조로 분절되어있다.

1. 테레사의 집 내부 [서스펜스의 준비]
2. 가까운 식료품점 [서스펜스의 진전]
3. 굴다리 앞면 [서스펜스의 고조]
4. 먼 식료품점 [서스펜스의 이완]
5. 굴다리 뒷면 [서스펜스의 고조]
6. 테레사의 집 내부 [서스펜스의 최고조 및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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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테레사의 집 내부 : 그녀는 아비의 식사를 위해 집 밖으로 떠밀린다. 동생은 손으로 만든 그림자 표범을 만들어, 그녀의 죽음을 암시한다.

이 씬에서 테레사의 아버지는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데, 대신 테레사와 엄마 동생이 대화하는 쇼트들 대부분에서 후경의 예수그림 액자가 함께 프레이밍 된다.

아버지의 부재는 기독교로 치환되고, 이는 다시 시스템의 존재 방식과 작동 방식을 은연 중에 암시하는 것이다. 두번째 살해 시퀀스에서는 성모마리아의 석상 옆에서 살인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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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까운 식료품점 : 너무 늦은 시간이라 판매 않는다. 1번 씬에서 그녀는 내부에서 외부로 쫓겨났듯, 그녀는 내부로 다시는 입장하지 못한다. 외부로의 배제, 그녀는 죽음에 떠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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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굴다리 전면 : 협곡을 지나, 그녀는 을씨년스럽게 엉클어진 수풀 사이를 비집고 굴다리 앞에 선다.
이때 감독의 연출은 빛과 어둠의 짙은 명암대비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않는 사운드마저 시각화한다. 거센 바람의 사운드는 나뭇가지들을 거칠게 흔들어댄다.
굴다리 앞 두 개의 길. 그녀는 왼쪽 길에 들어선다. 다음 샷은 그녀가 그 길로부터 걸어나온다. 이때의 샷은 가상선을 넘어 제시된다.

굴다리를 통과한다는 것, 그것의 샷/ 역샷의 배치는 그녀의 운명을 역전시키는 것이다.

4. 먼 식료품점 : 1번 씬의 아버지의 부재, 그 부재하는 아버지의 명령으로서의 옥수수 가루를 구매한다. 그러나 그 아버지, 즉 옥수수 가루 때문에 그녀는 죽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메인플롯에서는 표범을 통해, 서브플롯에서는 부재하는 아버지를 통해 그녀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장에 갖힌 새를 통해 그녀의 죽을 운명은 다시 한번 암시된다. 새장 속 새는 다음 샷의 테라사와 디졸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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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굴다리 후면 : 이 씬은 3번 씬의 내용 상 반복이지만, 연출의 분위기는 다르다. 바람 소리는 완전히 소거되고, 오직 침묵만이 흐른다.

발자욱소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오히려 침묵을 더욱 강화시킨다. 즉 3번 씬은 사운드의 시각화를 통해 외적인 공포를 자아냈다면,

5번 씬은 침묵(사운드)으로서 내적인 공포를 자아낸다. 더구나 40년대 투르뇌의 절정의 연출력을 보여주듯,

이 씬은, 카메라 무빙 하나 없이, 오직 고정 카메라의 숏과 숏의 배치를 통해서만 서스펜스를 창출한다 (물론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이지만).

이 5번째 씬은 다시 3개의 구조로 나뉘어진다. 숏은 앵글과 사이즈를 통해 리듬을 만들고, 동시에 긴장을 고조시켰다가 이완시키고, 다시 상승시킨다.

5-1. 굴다리 입구 : 식료품점에서 디졸브된 어두운 굴다리로의 공간 이동은 서스펜스를 바로 발생시킨다.
시점샷으로 보이는 두 갈래의 길. 그녀는 왼쪽 통로 앞에서 서성인다. 측면 접사. 앙각.

숏의 길이는 길며, 그럼으로서 시간은 더욱 천천히 흐르고, 긴장은 상승한다.

5-2. 굴다리 내부 : 그녀는 미디엄샷으로 굴다리 내부로 진입한다. 역샷. 역시 숏의 길이는 길며,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와 빛이 어른거린다.

물방울 떨어지는 사운드 역시 긴장을 고조시키며 침묵을 더욱 강조한다.
그녀의 시점샷의 표범의 두 눈. 다시 보니 표범은 사라졌다. 긴장은 이완되고 다시 한발짝 앞으로 내딪는다.

원근감이 배제되고 타이트하게 프레이밍된 그녀는 어두운 통로 속에 니샷으로 완전히 갖혀있다.
예고도 없이 갑자기 굴다리 위로 기차가 굉음을 내며 지나간다. 지금까지의 침묵을 완전히 어그러뜨리는 사운드의 대조.

동시에 초현실적인 기차의 빛이 어두운 통로를 훑고 지나간다. 여전히 숏의 길이는 길다.

5-3. 굴다리 출구 : 그녀는 안심하고 프레임-인 한다. 긴장은 이완되었지만, 그녀는 역시 풀샷의 프레이밍으로 갇혀있다.
다시 굴다리 턱 위의 표범과 그녀의 시선 교환, 접사와 접사가, 부감과 앙각의 앵글이 교차된다.
앙각의 그녀와 표범의 투샷에서, 표범의 시점의 부감으로 전환된다.
니샷으로 그녀는 다시 프레임에 갖히고 왼쪽으로 프레임-아웃힌다. 숏은 짧아진다.
부감의 바스트 샷으로 그녀는 프레임에 갇히고 그녀는 도망친다. 프레임-아웃.
앙각의 표범이 뛰어내린다. 프레임-아웃. 숏은 짧아진다.
프레임 밖의 표범으로부터 그녀는 도망친다. 1번 씬의 수풀 속으로 프레임-인하여 뛰어간다. 숏의 길이는 짧아지며, 긴장은 급격히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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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테레사의 집 내부 : 문 밖에는 표범에게 쫓기는 그녀. 내부와 외부는 대비된다. 그녀는 결코 내부로 다시 입장하지 못한다. 문은 단단히 잠겨있다.

그녀의 비명과 피흘림. 서스펜스의 최고조와 결말. 그녀의 죽음은 오직 외화면을 통해서만 제시된다.


각본의 심플함을 지적할 수도 있겠으나, 환영에 홀린듯한 미장센은 이를 충분히 상회하고도 남는다.

그것은, 존재한다고도 그렇다고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없는 서스펜스이며, 이는 많은 사회적 함의를 응축하고 있다.

이는 전쟁의, 체제의 공포를 반영하는 미장센이다. 걸작. *LMDb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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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26 장곡  
흑백 영화라 더욱 공포감이 크겠네요.
13 리시츠키  
무섭다기보다는, 신비롭고 몽롱한 공포 같습니다. 연출이 무척 아름답거든요.
안보셨다면 추천합니다~
26 장곡  
그렇군요. 영상을 구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13 리시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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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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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감상을 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