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를 위한 백만냥의 항아리

영화감상평

금붕어를 위한 백만냥의 항아리 <丹下左膳餘話・百萬両の壺,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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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zen Tange and the Pot Worth a Million Ryo, 1935


Director        Sadao Yamanaka
Writer        Shintarô Mimura
Stars        Denjirô Ôkôchi Kiyozo


유머도 유머지만, 그걸 연출과 편집으로 만들어내는 감독의 솜씨는 과연 이게 30년대 중반의 영화인지,

더구나 이십대 중반 나이의 감독이 만들어낼 수 있는 영화인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숏과 숏 사이를 건너뛰고 결과만을 보여주는 숏과 숏의 절묘한 배치는 물론이고,

씬을 전환시키는 와이프와 페이드의 고전적 장면전환은 그 자체로 정겹다.

같은 사이즈와 같은 앵글로 촬영된 기생집 좁은 골목의 공간의 미장센에서는,

아이가 딱지치기를 하고, 아이가 항아리를 안고 떠나고, 탄게 사젠이 아이를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이 모든 공간 속 인물들과 사건들, 감정들을 담아내는 픽스카메라와 흑백의 1.33:1의 프레임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서사 역시, 3장구조의 정합성에는 아랑곳 없이, 사건이 일어나지만 그걸 해결할려는 의지보다는,

항아리를 둘러싼 인물들의 우스꽝스러운 그러면서도 사랑스런 관계에 더욱 관심이 많다.

무관심을 가장한 사랑과 측은함, 허세, 과욕, 걱정, 애욕, 욕심, 속임수 등 인간 면면의 감정과 행동들이,

백만냥의 항아리가 과연 누구 손에 들어가냐보다 더 가치가 있는듯 전개된다.

마지막 숏에서, 탄게 사젠이 무심히 휙 던지 화살은 과녁의 정가운데를 정확히 관통한다.

허리우드의 피곤한 서사구조는 귀찮다는 듯, 실제 삶은 그런게 아니라는 듯, 남편탈 아내탈 아기인형이 내려와 즐겁게 축복해준다.

개성 강한 탄게 사젠과 키요조의 캐릭터는, 대부분의 일본 시대극 영화(나 현대영화는 물론이고)에서 보여주는 판에 박힌,

충성심 복수심으로 가득찬 사무라이나 순정의 순종적인 게이샤의 신파적 태도에는 관심이 없다.

둘은 당대의 허무맹랑한 이데올로기의 수행자로서의 기능을 거부한다.

둘은, 오히려 그런 관념들과 서사구조로부터 벗어난, 현실적인 그래서 생생한 캐릭터들이다.

이들로 인해 모든 숏과 씬은 생생한 활력을 얻는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새가족을 만든다.

그리고 항아리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금붕어의 것이다.


따뜻한 시선과 유머의, 시대를 초월한 걸작 *LMDb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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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20 umma55  
이 감독의 세 작품은 죄 걸작이더군요.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13 리시츠키  
저도 딱 두 편 봤지만, 두 편 모두 서민들 나오는 웃음과 페이소스의 한바탕 소동극 같더라구요.
<코치야마 소슌>마저 걸작인가 보군요. 어째 딱 3편만 남았는지 그것도 참 신기합니다~~
15 에릭카트먼  
재빨리 보셨네요^^
작품이 압도적으로 좋으면 허접한 자막도 묻어갈 수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증명했군요 ㅋㅋ
9.8 이라니 ㄷㄷ

야마나카 사다오 얘기가 나오면 늘 하는 얘기지만 다른 유실된 작품들이 몹시나 궁금해 미치겠습니다 ㅎㅎ
뿅 하고 누군가 찾아내 줬으면 좋겠어요 ㅠㅠㅠㅠ

소슌은 사실 작년에 번역시도하다가 영상도 음성도 자막도 영 탐탁치 않아서 그만뒀는데
추후 고화질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기다려보는 중입니다 ㅎㅎ
물론 그 전에 누군가 해주면 정말 좋겠는데.... 아마 안 되겠죠?? 누가 관심 좀...ㅋㅋ

소슌은 두 편이 워낙에 압도적으로 좋아서 그런지 장남과 막내 사이에 낀 어중간한 둘째같은 느낌인데
충분히 괜찮게 봤습니다 ㅎㅎ
<인정 종이 풍선>의 프리퀄 같은 느낌도 좀 나고 ㅎㅎ
무엇보다 하라 세츠코 누님 때문이라도 무조건...
13 리시츠키  
잘만 봤구만, 무슨 말씀이세요~ㅋㅋ
싱크까지!!!! 엄청 정확했습니다!!ㅋ

카트만님이 고전영화를 좋아하시니, 번역에서 사투리, 옛날언어, 거기다 싱크까지,
일자막은 구하기도 힘들고 ㅋㅋ 힘든 번역은 숙명인거 같습니다~~ㅎㅎ

저 역시, 엄마님과 카트만님 덕분에 훌룡한 영화와 감독까지 알게되니,
그의 나머지 영화들도 정말정말 기대되더라구요. 근데 유실되었으니....쩝. 상상만 해야죠~

<항아리>는 시네스트 고수분들이 하도 걸작이시라길래,
저역시 기대 잔뜩 가지고 봤는데, 이건 그냥 걸작이 아니라 압도적 걸작이더라구요~
연출이나 편집이나 말할것도없고, 특히 살아숨쉬는 생생한 인물들이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특히 여주인공 키요죠씨의 캐릭터가 그중에서도 최고!! 였습니다~ㅎㅎ

<소슌>은 뭐, 고화질이래봤자, 워낙 옛날영화라 저화질이라도 별 차이 없을듯도 합니다~
글고 <소슌>관련해서는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요?~~~ㅋㅋㅋㅋㅋ
15 에릭카트먼  
워낙 옛날영화라 큰 차이가 없기는 한데 ㅋㅋㅋ
<항아리> 처럼 hdtv 릴로 나올 확률이 있어서 기다려 보는 중이에요 ㅎㅎ
기존 화질이 넘 안좋기 때문에 ㅎㅎㅎ

여담입니다만 고전 작업의 딜레마를 요즘 더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처음에 작업할 때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거 아무거나 했었죠
인지도나 화질 같은 거 신경 안쓰고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속물(?)이 되버렸는지 반응이 괜찮을 만한 것들이나 어느 정도 고화질이 있는 것들만 찾아서 하게 되네요 ㅋㅋ
아무래도 고전은 정말 인기가 없기 때문에 인지도가 조금만 낮은 작품을 건드리게 되면 반응이 썰렁해서 좀 허탈하달까요 ㅎㅎ
그렇다고 최신작을 하자니 마음이 전혀 동하지 않고 뭐 그렇습니다 ㅋㅋ
아직 그런 것들을 해탈할 그릇이 못되서 그렇겠지만요 ㅎㅎ
묵묵히 작업하시는 분들 보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런 마이너한 고전들을 보며 멋진 글들을 남겨주시는 리시츠키 님 같은 분들이 아직 계시기에 계속 작업할 수 있는 듯 합니다 ㅎㅎ

좋은 소식은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 ㅠㅠ
13 리시츠키  
그러게요. 고전영화 좋아하시는 분들,
<영화이야기>와 <영화감상평>에 소소한 감상글들 남기시고,
고전영화들 소개도하고, 서로 이야기 좀 나누면 참 좋을텐데......
아무래도 여러가지로 이유로 다들 바쁜게, 제일 큰 원인이겠죠ㅜㅜ
그래도 명색이 영화사이트인데... 쩝

여담이지만, 자료실의 카트만님의 키네마준보 시리즈 때문에,
저는 오리지날 키네마준보 리스트가 얼마나 엉망인지 알게되었네요ㅋㅋ

글고, 원래 최신영화들이 어디가나 대세이니, 너무 상심마세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거고, 원래 세상은 무심한거자나요~ㅎㅎ
걍 자기 좋아하는 영화 보는거고, 순위메기고, 떠들고 하는거죠뭐~
암튼 뭐 이런저런 것들에 개으치 마세요~~ 힘 내세욤~!!
10 에버렛  
작년에 야마나카 사다오 감독의 현존하는 3편이 모두 복원됐다고 하더라구요. 아주 머지 않은 시기에 블루레이가 나올 수 있을 거 같아요.
13 리시츠키  
두 편은 그래도 웹립이라도 볼만한데, <소슌>은 디비디립이라도 정말 화질이 안좋더라구요.
그나저나 암만 생각해도 어떻게 딱 3편만 남았는지.....ㅎㅎ
3 쪼으니까  
방콕하면서 보려고 다운 받아 뒀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