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어제 랑종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감상평

[스포일러] 어제 랑종을 보고 왔습니다.

1 고양이가물어 1 137 1

안녕하세요


<랑종> 이라는 영화에 대해서

나홍진 감독이 제작하고

셔터 감독이 만들었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심지어 트레일러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어제 극장에 다녀왔습니다.


이 영화를 본 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고든램지와 제이미 올리버가 손을 잡고 오픈한 레스토랑 첫날

줄서서 들어갔더니 레토르트팩 골프채 갈비탕이 나온...

그런 느낌입니다.



영화는 페이크 다큐 장르입니다.

화면 비율이 16:9 정도로

극장스크린은 좌우가 잘려서 좀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초반에 태국(맞죠? ㅎㅎ) 의 무속인 다큐가 꽤 길게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아..후반에 나올 영화 배경에 무게를 실어주기 위해서

초반에 이런 다큐를 넣었구나..그래서 화면비율이 16:9 구나..

하긴..동남아쪽 토속신앙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영화 내에서 구구절절 설명하기 보다는

아에 이렇게 인트로에 짧은 다큐를 넣어버리는게

영화 배경에 사실적인 무게감도 실어주고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페이크 다큐 장르였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게 감독의 첫번째 실수라 생각합니다.


페이크 다큐 장르가 좀 식상하기는 해도

그래도 이런 기괴한 초자연현상을 다루기에는

이만한 장르가 또 없긴 하거든요.


근데..굳이 마지막까지 이 장르를 고집할 필요가 있었나..

그냥 페이크 다큐와 일반 영화 앵글을 적절히 교차편집하면서

보여줬어도 되었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 페이크 다큐 장르를 고집한 결과

어떤 사단이 벌어지냐 하면...


빙의된 사람들에게 카메라맨이 습격을 당하고

질질 끌려가면서 카메라맨이 들고있던 캠이 바닥에 내동댕이 쳐집니다.

카메라는 밤하늘을 찍고 있지만 화면밖에서 으적으적 카메라맨이 씹히는 소리가 나요.

뭐 이정도는 뻔하지만 뭐 그랬어요.


근데!!

느닷없이 화면밖에서 카메라맨의 손이 불쑥 나오더니

다시 카메라를 집어 들고 자신을 씹어먹고 있는 빙의자들을 찍어요.

이때 즈음 영화에 실망한 제가 집중력이 좀 떨어져서

아마 카메라를 들고 빙의자들을 내려쳤던가..기억이 불분명하네요.

옆의 돌맹이를 들고 내려친거는 확실한데..


여튼, 이 장면이 너무 너무 작위적이라 웃겼습니다.

아니..이럴꺼면 클라이막스의 카메라는 그냥 일반 영화들 처럼

3인칭으로 뒤로 빠졌어도 괜찮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작비 때문이었나..

왜 전체적인 극의 재미를 떨어트리면서까지

페이크 다큐를 고집했을까...하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이외에도 몇몇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호러 장치들이 너무 식상했습니다.

온갖 악귀들에게 빙의되서 정신이 나간 조카를 감시하기 위해

집 곳곳에 cctv를 설치하고 적외선 카메라로 야밤에 조카가 무슨 짓을 하고

집안을 돌아다니는지 보는 부분이 아마 호러 부분의 중심이라 생각합니다만..


무섭긴 해요.

그렇잖아요


시퍼런 화면에 머리 산발하고 네발로 걸어다니는

비쩍마른 여자가 중간중간 목을 꺽어 카메라를 바라보거나

카메라 앵글에서 사라졌다가 갑자기 카메라 앞에 얼굴을 들이밀거나..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안광만 번쩍번쩍하면서 기어나오거나..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들고 옷장안에 숨어서 숨을 죽이고 있고

화면은 어두컴컴한데 옷장 밖에서는 뭔가를 씹어 먹는 소리가 막 들리더니

발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후에 옷장문을 막 열려는 소리와 함께

적외선 카메라에 그 여자가 바닥을 기어오는 모습이 찍히고...


이런건 무섭죠.

누가 만들어도 이건 무서워요.

앞뒤 캐릭터 이야기 배경설정..

이런거 다 필요없고

그냥 이 클립만 유튜브에 올라와 있어도 그냥 무서워요.


저는 좀더..토속적인 오컬트나 샤머니즘 적인 그 무언가를 기대했었는데..

그런게 호러 컷들에는 거의 반영이 되지 않았어요.


전체적인 호러 장치들이 다 이런식이에요.

그냥 뻔한 그런 장면들 뿐이었습니다.

무섭긴 했어요. 제가 워낙 이런 장면들에 약해서 말이죠 ㅎㅎ



토속신앙 부분이 좀 약했습니다.

나중에 가면..그냥 뻔하게 빙의 들린 사람과

그것을 제령하는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위에서 말한 cctv 화면연출까지 겹쳐서

초반에 보여주었던 동남아의 이국적인 신비한 토속신앙은

온데간데없이 그냥 그렇고 그런 엑소시즘 이야기가 되어버렸어요.


영화가 꽤나 그로테스크하다...

끔찍하다..뭐 그런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그래서 어디에서 나올까..막 기대하면서 봤는데

안나오더라구요..진짜 ㅎㅎ

뭐지? 하고 있는데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큰 굿판을 벌이려고 물소를 한마리 끌고 와요.



이거다!!!

물소 배라도 가르는건가?

아...<지옥의 묵시록> 시절도 아니고..

요즘은 동물 보호협회가 까다로워서..

아!!! cg로 하면 되지!!!

그리고 크레딧에


<이 영화 촬영을 위해 그 어떤 동물도 희생되지 않았습니다>

뭐 이런거 하나 박아 넣으면 되잖아!!


두근두근 ㅎㅎㅎ


근데 컷이 바뀌더니 그냥 잘린 소 머리를 들고 있더라구요

그것도 한 3초쯤되는 컷 하나 정도?


<검은 사제들>의 우두를 못봤냐 이것들아!!!!

그 정도 임펙트는 있어야 할거아냐!!




일본 영화 <온다> 에서는

보기왕을 잡기 위해 어마무시한 규모의 굿판이 벌어집니다.

오키나와에서 할머니들이 오고

심지어 한국에서도 무당들이 와요.

그 굿하는 장면이 진짜 장관이었거든요.


여기서도 주인공 랑종의 조카의 몸에는

어마무시한 수의 잡귀들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영화내에서의 표현을 쓰자면

"지금 조카의 몸은 열쇠가 꼽힌 자동차와 같아. 누구든 앉으면 몰고 갈 수 있어"

이런 상태에요.


이런 조카의 몸에 들어가 있는 수많은 잡귀들을

제령하는거 치고는 조금 규모적으로 아쉽지 않았나 싶어요.


잡귀들의 종류가 많은 만큼

수 많은 무당들이 모여서 굿판을 벌였다면 어땠을까..


영화내에서도 그러거든요

태국에는 무당들이 엄청 많다고.

도라에몽 무당까지 있을 정도라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영화에서 이야기하려고 했던 주제는 꽤나 여운이 남아요.

과연 신이 있을까? 있다면 그 신이 진짜 내가 생각하는 그런 신일까?

주인공 랑종은 마지막에 그 믿음이 흔들립니다.

신내림 받기 싫어서 도망간 언니 대신에 신내림을 받고 랑종이 되었지만

랑종이 되고 나서는 오히려 모든 것이 홀가분해지고

감사한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이

조카가 빙의되고 나서 제령을 하는 과정에서 그 믿음이 흔들리거든요

이 부분이 꽤나 좋았어요.


어설픈 페이크다큐나, 식상한 cctv 호러 같은거 다 빼고

이 부분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어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좀 더 제 취향에는 맞았을거 같아요.



지금의 <랑종>은 그냥 흔하디 흔한,

그냥 비쩍마른 여자가 머리 산발하고 적외선 카메라 앞을 기어다니는

그런 페이크 다큐 호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ㅎㅎㅎ



사족)

영화 개봉전에 사전 관람한 기자들 트윗이 인터넷에 좀 나돌았었죠.

너무 무섭다..

역대 최고의 그로테스크

현실로 돌아와서 기쁘다..등등...


저도 참 반복학습이 안되는지...

뻔히 알면서도 또 속았습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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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좋은 느낌의 평론 추천 꾸욱~~~!